녹색혁명 하면 농촌지도소(현 농업기술센터) 직원들이 파란색 오토바이를 타고 다니던 모습이 떠오른다. 통일벼가 생각나고 들판의 풀을 베어 학교 운동장에 쌓아 녹색 퇴비를 만들던 때가 생각난다. 내가 고등학교에 다닐 때의 일이다.

학창시절 하면 도시락이 생각나고, 도시락 하면 보리밥 혼식이 생각난다. 쌀 자급률이 낮았던 시절 남방지역에서 생산된 ‘안남미’를 수입해 먹었다. 정부는 쌀 소비를 줄이고 보리와 밀의 소비를 촉진하기 위해 혼식과 분식 장려 정책을 펼쳤다.

이로 인해 점심시간에는 모두 도시락을 꺼내 놓고 선생님들이 혼식 검사를 하기도 했다. 어떤 아이들은 혼나지 않을 정도만 보리를 섞기도 했지만, 하얀 쌀밥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온통 까만 보리밥 뿐이어서 검사를 하나마나 한 경우가 많았다.

지금은 도정 기술이 발달해 보리가 부드러워 졌지만, 예전의 보리밥은 색상도 까맣고 입 안에 넣으면 탱글탱글 굴러다녀 식감이 불편했다. 그래서 나는 한 동안 돈을 주고 보리밥을 사 먹는 사람들이 이해가 가지 않았다.

수업 시간에는 혼식 장려 노래도 불렀다. ‘동네 한 바퀴’라는 동요를 개사한 노래다.

<콩당 보리밥>
꼬 꼬댁 꼬꼬~~ 먼동이 튼다
복남이네 집에서 아침 밥 먹네
옹기종기 모여앉아 콩당 보리밥
꿀맛보다 더 맛 좋은 콩당 보리밥
보리밥 먹는 사람 신체 건강해

<동네 한 바퀴>
다 같이 돌자 동네 한 바퀴
아침 일찍 일어나 동네 한 바퀴
우리 보고 나팔꽃 인사합니다
우리도 인사하며 동네 한 바퀴
바둑이도 같이 돌자 동네 한 바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