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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업은 이야기다”안병권 이야기농업연구소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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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3.03.04  18:05: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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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남배추 이야기를 만들기 위한 여정으로 해남을 돌아보는 요즘이다.

이순신과 조선수군들을 만나고, 고산 윤선도의 녹우당과 그의 손자 윤두서의 고택도 다녀오고, 시인 김남주의 영원한 울림을 느끼고파서 그의 생가에도 다녀왔다. 페이스북에서 사람들은 내게 묻는다. “아니! 해남 배추스토리를 만드는데 김남주 시인 생가는 왜 가시는거죠?”

 
▲ 이야기농업디자이너 안병권.

“김남주는 해남이 낳은 시대적, 역사적 소산(所産)이다.
생가앞 저 멀리 보이는 해남의 산들과 널다란 보리밭이 유년시절의 김남주를 만들었고, 그의 자연관을 형성케 했을터…

마찬가지 해남의 배추 또한 그냥 팔아먹기 위해 짓는 농사가 아니다. 그것은 시공간의 넓이와 깊이를 관통해온 해남의 역사적 소산물이다. 그래서 나는 해남의 배추이야기를 위해, 아니 해남의 배추가 되고 싶어서, 해남의 존재를 몸으로 느껴야 해서다”라고 답을 한다.

이렇게 각각 흩어져 있던 해남의 유무형의 존재들은 내 이야기농업의 레이다망 안에서 시인 김남주와 해남의 배추와 함께 모난데 없이 정맞는다.

100년 전까지 우리에게 농업은 지난 역사를 온전하게 감당해온 ‘나라의 근본’이었다. 삼국시대에서 고려로 조선으로 사회체계는 달랐지만 농민과 농업은 사회를 유지해온 근간이었다. 수많은 사람을 낳고 키웠고 감동스러운 이야기를 생산해 내었고 에너지를 생산했다.

그러나 최근 100년 동안 일제강점기에 우리농업의 에너지와 열망을 수탈당했고, 해방 후 군부독재정권의 이익과 결탁한 기득권세력의 희생양이 되고 말았다. 그 결과 식량자급률은 22.6%로 떨어지고 거대 다국적 곡물메이저에게 우리의 근간을 구걸하는 모양새로 전락하고 말았다.

한국사회는 농업을 항상 부차적인 문제로 위치 지우고, 물질가치로만 바라보는 비교우위 논리를 통해 천시하는 경향을 노골적으로 드러냈다. 아무리 ‘생명산업’라는 가치를 이해시키려 해도 요지부동이다. 하여 ‘전통’과 ‘역사’와 ‘사람 사는 맛’은 사라지고 오직 칼로리 공급원으로서의 역할만 강요받고 있다. 아무도 농민들에게 “너 자신을 이야기하세요!”라고 기회를 준적이 없다. “그저 물건만 잘 만들어 와라. 나머지는 우리가 다 알아서 해줄게”라고 이야기했다. 그렇게 경쟁의 틀로 몰아넣고 발생하는 이익의 대부분은 농민이 아닌 다른 세력들이 다 가져갔다.

하지만 인터넷과 SNS시대의 도래와 더불어 하늘과 바람과 땅과 물과 농부의 피와 땀으로 이루어지는 생산의 전 과정은 경이로운 모습으로 보이기 시작했다. 척박한 물질만능의 시대에 지친 사람들에게 대자연에 순응하고 다른 사람들과 연결되어 살아가는 농민의 삶은 농촌의 자연환경과 더불어 귀중한 가치로 인정받을 자격이 충분했다. 메말라 가는 도시민들의 영혼을 촉촉하게 적셔주는 오아시스 같은 존재로 부상하고 있다.

전통문화를 기억하고 우리의 삶을 담아내는 고향의 의미, 사람 사는 재미와 감동을 드러내는 농촌이야기로 ‘쇼(Show)’를 해야 할 시대가 왔다. ‘남들과는 다른 나만의 생각’, ‘농업이기 이전에 우리들이 살아가는 삶의 한 꼭지’로 형상화 할 수 있는 능력을 보여야 할 때다. 하여 잃어버린 지난 100년의 농업농촌을 되살려 그 풍부하고 다양했던 민족문화의 정통성을 회복하는 일이 ‘21세기 농업’ 인 것이다.

쇼를 하라 쇼를!

세상에 단하나 나(我)를 드러내고 이야기하자. 향후에는 이야기능력과 정보화역량이 뛰어난 ‘농업이야기꾼’들이 대한민국 농촌에서 살아남을 것이다. 지금은 ‘이야기를 생산하고 이야기를 소비하는 시대’다. 예전에 없던 ‘대한민국 이야기농업망(農業網)’을 꿈꾸자. 그‘망’은 ‘이야기의 전달경로’이며 ‘농촌소산물의 새로운 블루오션’이고 그 자체로 이야기가 된다.

 
▲ 이야기 농업의 개념.

농민들은 오래된 골목 하나하나에 녹아있는 사람들이 살았던 흔적들을 이야기하고, 자신이 생산하는 상품이나 아이템에 녹아있는 전부(全部)를 이야기해야한다. 한 마을이나 지역과 연관되어 벌어진 역사들을 헤아려 보고 오늘의 눈으로 살려낸다. 그 어느 누구도 당신을 대신해 그 일을 해주지 못한다. 별거 아니게 취급 받아온 지난날의 농업적 삶은 우리가 틀어쥐어야 할 우리자산이다. 그것을 당당하고 재미있게 이야기하자.

우리농업의 정체성을 살리면서 문화인으로서의 높은 부가가치를 만들어 내야 한다. ‘세상과 이야기 하는 농부’들이 해야 할 일이다. ‘세상을 먹여 살리는 농부’들이 해야 할 일이다. 농업을 새로운 시각으로 비틀어 보고 ‘스토리’로 풀어내고 하여, 자발성에 기초한 온 국민의 ‘삶의 토대’로 만들어 가면 좋겠다.

나는 전국을 돌아다니며 이야기 만드는 방법을 강의하고, 지자체나 농식품 기업의 의뢰를 받아 농식품 스토리를 만드는 일을 한다. 사람을 만나고 세상을 두루 돌아보는 일이다. 즐거움으로 하루해가 짧은 날들이 많다. 더하여 남겨진 데이터와 기록들로 나날이 풍성해짐을 느끼며 산다. 그렇게 세상을 보고 이야기를 만드는 과정에서 벌어진 재미있는 스토리와 사람 사는 이야기들을 식량닷컴 '농업은 이야기다' 섹션에서 펼쳐 보일 생각이다. 그 이야기들은 UCC 동영상으로도 표현 된다.

며칠 전 읽은 자료 중 내 마음과 흡사한 글이 있어 그 글로 글맺음 할까한다.

“사람들이 파워포인트 슬라이드나 스프레드시트에 의해 움직이는 것이 아니다. 다른 사람들에게 내 생각을 전달하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Once upon a time…(옛날 옛적에…)”로 스토리를 시작하는 것이다. ‘사실(Fact)’은 사람들에게 정보를 제공하는데 그치지만, ‘스토리(Story)’는 사람들의 지갑을 열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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