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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거나 다 잘 먹는 프랑스 아이들”음식에 대한 다른 철학, 프랑스의 식생활 교육
임은경 작가·자유기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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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3.03.04  18:22: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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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프랑스에서 12년을 살았어요. 남편도 프랑스 사람이고요. 제가 지금까지 본 프랑스인들을 한마디로 정의하면, 기본적으로 모두 농부들이라는 것이죠. 내가 먹는 음식이 내가 살고 있는 땅에서 왔다는 것을 잘 알고, 먹는 것을 정말 중요하게 생각해요. 이들에게 먹는 것은 가족, 이웃과 함께 나누는 것이고 진정한 시민이 되어가는 교육 과정이에요."

국적과 정체를 알 수 없는 식재료가 범람하는 시대. 하지만 알게 뭔가. 시급히 배만 채우고 다시 일하러 가기 바쁜데. '영양'은 없고 '칼로리'만 있는 지방, 설탕, 소금 덩어리를 '폭풍 흡입'한다. 피자, 햄버거, 치킨, 가공식품이라는 이름을 가지고 있는, 음식인 척 하지만 사실은 음식이 아닌 그것들. 요즘 한국인들이 일상적으로 먹는 것들이다. 그것이 내가 살고 있는 땅과 환경, 무엇보다 내 몸에 어떤 병을 가져올지에 대한 고민도 없이.

 
▲ 지난달 25일 남양주 슬로푸드문화원에서 열린 푸드 칼럼니스트 이미령 씨의 프랑스 식생활 교육 강의.(사진=슬로푸드문화원)

뉴욕에 있는 케이터링 업체 Le Chef Bleu의 대표이자 푸드 칼럼니스트인 이미령 씨(45)는 '좋은 음식을 나누어 먹으며 교제하는 것'이야말로 프랑스 문화의 진수라고 단언했다. 이를 위해 프랑스인들은 특히 어린 시절의 음식 교육을 매우 중요하게 생각한단다. 지난 25일 남양주 슬로푸드문화원에서 열린 강연에서 이 씨는 오랜 프랑스 거주 경험을 통해 알게 된 프랑스의 식문화와 그들의 식생활 교육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프랑스인을 한마디로 정의하면? 농부들!"

이 씨가 보여주는 동영상에는 여섯 살짜리 딸아이를 데리고 요리 수업에 가는 프랑스 엄마가 등장한다. 프랑스 사람들은 아주 어릴 때부터 아이들에게 요리를 가르친다. 직접 식재료의 냄새를 일일이 맡아보고, 맛보고, 칼로 썰어서 제 손으로 조리를 하고, 친구들과 나눠 먹는다. 수업에서는 토마트 세셰(토마토를 햇볕에 말려서 올리브 오일에 절인 음식) 등 아이들로서는 낯설고 먹기 힘든 전통 음식도 맛을 보게 한다. 다양한 음식의 맛을 가르치는 것이다.

또 다른 영상은 어린이들의 인터뷰이다.
"프렌치 프라이, 감자요리와 생선 빠네(POISSON PANE)요."
"크레페하고 여러 가지 타르트요."
"갸또(케이크나 과자)하고 몇 가지 메인 디쉬를 만들 줄 알아요."
솜털이 보송보송한 얼굴. 기껏해야 예닐곱 살 된 어린 아이들이 자기가 할 수 있는 요리가 무엇인지 설명하는 중이다. 놀라운 일이지만 이 정도 나이가 되면 웬만한 프랑스 아이들은 스스로 요리를 만들어 먹을 줄 안다고. 왜 요리를 하느냐고 묻자 한 소녀가 젖니가 빠진 입으로 수줍게 대답한다.
"즐거우니까요."

 
▲ "왜 요리를 하느냐고요? 즐거우니까요." 프랑스 아이들은 아주 어릴 때부터 스스로 음식을 만들어 먹을 수 있도록 교육받는다.(사진=유튜브 동영상 캡쳐)

프랑스의 가정과 학교에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교육은 바로 식생활 교육이다. 하루 세 끼 정해진 시간에 밥상 앞에 앉도록, 엄마들은 정해진 시간 외에는 절대 간식을 주지 않는다. 가정에서는 엄격한 식탁 예절 교육이 이루어진다고 이 씨는 설명했다.

"아이들은 새로운 것을 주었을 때 거부하기가 쉬워요. 이때 응석을 받아주면 편식을 하게 되는 거죠. 프랑스의 엄마들은 편식하는 아이에게 끌려다니지 않고, 뭐든지 다 먹어보게 해요. 아이를 위한 메뉴라는 것이 따로 없어요. 어린이도 어른들이 먹는 것을 똑같이 먹어야 해요. 이런 프랑스에서 아이들이 편식을 하는 것은 극히 드문 일이지요."

엄격한 식생활 교육, 편식은 있을 수 없어

학교에서의 교육도 이에 못지않다. 프랑스 주재 타임지(誌) 기자인 비비안은 세 살짜리 아들을 파리에 있는 공립학교에 보내고 있다. 미국인인 그녀는 가정으로 전달되는 학교 급식 메뉴를 보고 충격에 가까운 감동을 받았다. 매일 바뀌는 소스, 매일 바뀌는 치즈. 매일 5코스짜리 점심이 3유로에 학생들에게 제공된다. 부자 동네인 파리 16구와 상대적으로 그렇지 못한 파리 20구 공립학교의 급식 메뉴가 거의 똑같다. 소스나 치즈가 매일 바뀌는 것은 다양한 음식의 맛을 아이들에게 모두 보여주기 위해서다. 프랑스에는 치즈만 해도 종류가 수백 가지이고, 이것을 배우는 것도 중요한 교육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가정으로 전달되는 통신문에는 아이들이 학교에서 점심으로 먹은 메뉴뿐만 아니라, 집에서 저녁식사로 먹일 추천 메뉴까지 제시되어 있다. 비비안은 미국과 프랑스를 서로 다른 나라로 만드는 가장 근본적인 차이는 바로 식생활 교육이라고 단언한다. 학교에서 배포된 급식 메뉴판을 들고 그녀는 카메라 앞에서 말한다. "이것은 예술작품(work of art)이에요."

 
▲ 가정 통신문으로 전달되는 프랑스 공립학교의 점심 메뉴. 재료와 조리법, 소스, 치즈가 매일 달라진다. 하얀 부분이 점심 메뉴이고 아래 회색으로 표시된 부분이 가정에서 먹일 저녁 식사용 추천 메뉴.(출처=www.caissedesecoles16.org)

물론 프랑스도 패스트푸드의 범람이라는 세계적 트렌드에서 자유롭지는 않다. 패스트푸드의 제국인 미국에서는 이미 청소년의 25%가 향정신성 약물인 리탈린을 복용하고 있다. 프랑스 아이들도 최근 미국식 음식문화를 선호하면서 비만, ADHD(주의력 결핍과 행동 장애), 우울증, 품행 장애 등을 겪으며 사회적 문제가 되고 있다고. 하지만 파리 시청의 공립학교 급식 담당자는 "음식은 즐거움이다. 학교에서 친구들과, 집에서 가족들과 함께 소중한 시간과 대화를 나누는 것"이라며 패스트푸드에 반대 의사를 분명히 하고 있다.

"이런 환경에서 성장한 프랑스 사람들은 사교나 모임 문화도 우리와는 전혀 달라요. 서로 집에 초대해서 직접 요리한 음식을 함께 나누고 교제하는 것이 일반적이죠. 부어라 마셔라 하는 회식 문화는 아예 없고, 대신 회사 동료들과 팀을 짜서 요리 단합대회를 해요. 폭주 문화로 또 다른 스트레스를 쌓는 우리의 회식과는 달리, 이들의 모임에는 화기애애한 웃음이 끊이지 않지요."

상황이 이렇다보니 프랑스에 진출한 외국계 기업은 간혹 직원들과 마찰을 빚기도 한다. 아미앵에 공장을 설립한 미국계 회사 타이탄 인터내셔널의 CEO는 최근 "프랑스인들은 점심 수다에 세 시간을 보낸다"고 비난하며 '생산성' 문제를 지적했다. 하지만 프랑스 직원들로 구성된 노조는 "이것이 바로 프랑스 방식"이라며 맞섰다. 이들에게 이웃, 동료와 함께 음식을 나누고 즐기는 시간은 업무 시간에 비해 결코 중요성이 덜하지 않은 것이다.

"프랑스 음식은 '프랑스 문화유산(Patrimoine Francaise)'이다"

프랑스는 동네 골목마다 수시로 장이 서고, 지역에서 생산된 신선한 농산물이 거래된다. 이 때문에 가끔 길이 막혀도 아무도 짜증내지 않는다. 오후 세 시가 되어 장이 철수하면 시에서 깨끗이 청소까지 해준다. 좋은 먹을거리의 거래, 로컬푸드의 공급이 일상화되어 있는 것이다.

"프랑스 사람들은 향토색이 강해요. 자기가 태어난 땅을 매우 중요하게 여기죠. 프랑스 사람이라기보다는 나는 브르타뉴 사람이다, 나는 노르망디 사람이다, 이런 식으로 생각해요. 지역마다 전통 음식이 있고, 자기 음식에 대한 자부심은 말도 못해요. 2006년에는 프랑스 전역의 요리사들이 자발적으로 나서서 프랑스 요리를 유네스코 세계 무형문화유산에 올리겠다고 선언했고, 결국 정부와 시민단체, 국민들의 지지를 얻어내 2010년 유네스코 등재를 성공시켰지요."

 
▲ 프랑스 요리사들이 작성한 프랑스 '맛'지도. 각 지역마다 고유의 와인, 치즈, 전통 음식이 모두 다르다.(사진=유튜브 동영상 캡쳐)

 (영상 링크: http://www.youtube.com/watch?v=acquxovKYKU&feature=youtu.be)

당시 프랑스 정부 후원을 받아 만들어진 홍보 영상은 자기 음식에 대한 프랑스인의 자부심이 어떤 것인지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커다란 프랑스 지도에는 각 지역마다 모두 다른 수백 가지의 빵, 수백 가지의 치즈, 와인, 전통 요리, 캔디류 등이 빼곡하게 표시되어 있다. 이어서 등장하는 수많은 음식 사진들. 툴루즈의 전통 요리, 부르고뉴의 달팽이 요리, 브레타뉴의 홍합 요리, 마르세이유의 해산물 요리, 알자스의 프레즐, 푸아그라, 퐁듀, 지중해에서 갓 잡아 올린 싱싱한 해산물까지……. 영상은 잡다한 설명도, 수식도 하지 않는다. 무슨 설명이 더 필요하겠는가. 프랑스 요리라는 그 자체만으로 이미 최고인 것을.

분자요리계의 대가로 알려진 스페인 엘불리 레스토랑의 요리사 페란 아드리아는 음식을 '행복학(Science of Happiness)'이라고 정의했다. 프랑스인들은 음식을 '프랑스 문화유산(Patrimoine Francaise)'이라고 정의한다. 툴루즈에 살든, 노르망디에 살든, 파리에 살든 이들은 기본적으로 모두 농부이다. 자신이 태어난 땅과 그 땅에서 나는 음식의 소중함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으므로. 잘못된 음식을 먹고, 살인적인 생존 경쟁에 내몰리며, 사람도 세상도 병들어가는 요즘의 한국 사회. 사람과 지구를 살리는 행복의 비밀을, 우리는 프랑스인들에게 물어봐야 하는 것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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