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야기 농부 정혁기

농사는 씨를 골라 땅에 심고 뿌리는데서 시작된다. 농사 중에서 가장 중요한 일이 파종이다.

3월 봄바람 가운데 들어서는 요즈음 철에 맞춰 파종을 시작해 볼 적기다. 한반도 곳곳에서 벌써 산수유, 생강나무, 개나리가 노란 꽃망울을 터뜨리고 꽃나무도 터지기 시작하니 봄날 아지랑이 와 함께 꽃 소식(消息)이 바람 타고 올라온다.

파종은 초여름까지 이어간다. 그러다 보면 십여 가지 이상의 작물을 직접 파종해보게 되어 어느새 농업의 무언가를 얻은 것 같은 성취감이 들게 된다.

파종을 직접 함으로써 얻는 이로움이 많다. 도시에서는 대부분 씨앗을 뿌리는 것이 아니라 꽃가게나 시장에서 모종을 사거나 구해서 심게 된다. 그런데 씨를 심는 것과 모종을 심는 것은 의외로 차이가 많다. 씨앗을 뿌려 가꾸어온 사람과 모종을 사 키우는 사람의 식물 대하는 마음이 같을 수 없다.

씨앗이 움터 연약하고 가냘픈 떡잎과 잔뿌리가 하루하루 쭉쭉 성장하는 신기한 장면을 보는 것이나, 또 시금치가 만세 부르듯 두 팔 활짝 벌리며 몸을 솟구쳐 오르고, 또 콩이 흙을 머리에 잔뜩 이고 몸을 비틀며 머리를 힘차게 쳐드는 모습을 보고, 그래서 이러한 모든 일들이 아무렇지도 않게 지나쳤던 흙과 바람과 물, 태양, 날씨를 새롭게 알게 되는 것은 색다른 경험일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사람은 봄바람에 새로 돋는 어린잎의 힘찬 소리를 들을 수 있어야 하고, 표정과 목소리를 듣고서도 속마음 깊은 뜻을 측량해 볼 수 있어야 하고, 어느 날 어떤 이의 피리 부는 소리를 듣고서도 그 마음의 정처를 읽을 수 있어야 한다. 그러지 못한 사람과 앉아있는 것은 보아도 말을 해도 못보고 말이 통하지 않는 것과 같다.

농사의 하루하루는 이러한 과정, 살아있는 것들이 이루고 이어지는 일들의 연속이다. 그리고 그걸 느끼며 마음이 움직인다면 능히 농사의 맛과 멋을 안다고 할 수 있지 않을까. 씨앗을 추려 뿌리고 심는 것은 그런 것이다.

씨앗을 뿌려 가꾸는 이로움을 몇 가지 추려봤다.

-씨앗은 크고 작고 둥글거나 길쭉하거나 갸름한 모양으로 씨앗마다 모양이 가지각색이고, 흰색, 갈색, 검은색 등 저마다 개성 있는 색깔을 가지고 있고 무늬도 제각각이며, 외피와 껍질의 윤택과 촉감도 생긴 대로 다양하다. 씨앗을 파종함으로써 씨앗의 다양성을 알게 된다.

-파종은 때가 있다. 이른 봄에 심는 것, 늦봄이나 여름, 가을에 심는 것 등 저마다 때가 있다. 때를 맞추어 심는 것을 적기파종이라고 말한다. 작물은 때를 잘 맞추어 심는 것이 아주 중요하다. 철을 놓치지 않으려면 파종 시기를 잘 알고 있어야 할 것이다.

-작물마다 다양한 파종법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 파종하는 방법은 씨앗 종류와 환경에 따라 달라진다. 직접 파종해 봄으로써 파종법을 이해하게 된다. 파종법은 줄뿌림, 흩어뿌림, 점뿌림 등이 있다. 파종은 본밭에 직파해야 하는 경우가 있고 비닐하우스나 육모 상에서 길러 이식하는 경우가 있다.

-씨앗의 발아과정을 알게 된다. 발아의 조건에는 수분과 온도가 절대적인 영향을 미친다. 파종을 하면 발아가 잘 되도록 관리를 해야 하는데 그 보살핌을 통해서 씨가 어떻게 움터오르는 지를 알게 되고, 비로소 땅을 뚫고 솟구쳐 올라오는 정경은 자연 현상에 대한 감동이며 모든 살아있는 생명에 대한 탄성이다.

-파종에 필요한 준비물
씨앗 : 종묘상에서 구입하거나 채취한 것
트레이(포트) : 50구, 72구, 105구 등 씨앗에 적당한 것
파종상자 : 재배상자 또는 스티로폼 상자
상토 : 원예용 상토
물조리개
네임텍

-봄(3~5월)에 씨 뿌리고 옮겨 심는 작물을 때 맞춰 간략히 적어보았다.
3월: 고추, 가지, 방울토마토, 감자 싹 틔우기, 부추, 대파, 수박, 참외, 오이, 브로콜리, 방풍
4월초: 아욱, 시금치, 얼갈이배추, 상추, 근대, 쑥갓, 치커리, 신선초
4월중: 콜라비, 작두콩, 들깨, 열무, 생강, 당근
4월초~5월초: 쑥갓, 양배추, 케일, 호박, 목화, 피마자, 도라지, 대파
4월중하: 돌산갓, 청경채, 강낭콩, 토란, 방울토마토(모종)
4월하: 벼, 땅콩, 호박, 호박고구마
4월하~5초: 고구마, 비트, 순무, 완두콩, 옥수수, 양배추 (고추, 가지, 오이, 참외, 수박 등 모종)
5월초: 생강, 율무, 토란, 피망, 파프리카, 흑임자, 풋콩
5월중하: 참깨, 잎들깨, 샐러리, 고구마

월별로 구분해 적어놓기는 했지만 재배 품목의 파종 및 정식 시기가 어느 때라고 딱 잘라 말하기는 어렵다. 대체적인 감 잡기라고 생각하면 된다. 동서남북 지역에 따라 차이가 나고 기후도 다르며 작물도 빨리되고 늦되는 여러 품종이 있으니만큼 심고 싶은 품목이 정해지면 자세한 정보를 알아보아 심을 것을 권한다. 또한 작물에 따라 씨를 바로 밭에 파종하거나 포트로 육모하여 정식하는 경우가 있고, 수확한 후 심을 후기 품목도 역시 고려해서 결정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