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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식·농업·세상을 이해하는 키워드, ‘맛’<기획연재> ‘먹는 것도 농사다’
글·사진 / 임은경(작가·자유기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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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3.04.01  19:16: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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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글·사진 / 임은경(작가·자유기고가)

‘슬로푸드 지미(知味) 교육 전문가 기초과정’을 찾아서

“그동안 음식에 관한 수많은 교육을 진행하면서 한 가지 깨달은 사실이 있습니다. 음식 교육은 지식을 전달하는 것이 전부가 아니더라는 것이죠. 다양한 음식을 맛보고, 음식을 즐길 줄 알고 그 맛을 이해하는 것이 음식 교육의 핵심이더군요. 그동안의 미각 교육이 혀의 감각에만 초점이 맞추어져 있었다면, 지미(知味) 교육은 말 그대로 맛을 알기 위한 교육입니다.”

지난 3월 29일 경기도 남양주시에 위치한 슬로푸드문화원에서는 ‘제1기 지미(知味) 교육 전문가 기초과정’ 두 번째 수업이 열렸다. 3월 22일에 개강해 6주간 12강좌가 진행되는 이 교육 과정에는 남양주 인근의 식생활 교육 강사 등 20여 명의 수강생이 참여하고 있다. ‘맛’이라는 것이 과연 무엇인지 깊이 있게 공부해보려고 모인 사람들이다.

   
 

맛에 대한 공부인 만큼 실제로 음식을 맛보는 것도 교육 과정에 포함된다. 29일 오후에 열린 제4강 ‘맛보고, 기록하고, 표현하기’에서는 정원희 마산대학교(소믈리에 학과) 교수의 지도로 와인과 조청, 물엿, 올리고당을 맛보는 수업이 진행되었다. 똑같은 단맛이지만, 조청과 물엿, 올리고당은 저마다 단맛의 정도와 향과 풍미가 다 다르다. 하지만 이 음식들에 대한 보통 사람들의 반응은 ‘달다’가 전부인 경우가 많다.

학생들은 자신이 맛본 와인과 조청의 맛을 적절하게 표현할 수 있는 단어를 찾느라 고심했다. ‘달금하다’, ‘달달하다’, ‘달짝지근하다’, ‘들큼하다’…. 단맛을 표현하는 우리 단어는 수십 가지가 넘는다. 세상에 존재하는 수 천, 수 만 가지의 음식은 그 가짓수만큼 다양한 저마다의 고유한 맛을 가지고 있다. 그것들을 적절한 언어로 표현하려는 노력은 그만큼 맛에 대한 감각
능력을 키우는 좋은 훈련이 된다고 정 교수는 설명했다.

단맛의 다양한 색채를 언어로 표현한다면?

22일에 열린 제2강 ‘맛과 맛있음의 과학’에서 조완일 (주)센소메트릭스 대표는 ‘맛’과 ‘맛있음’의 관계를 과학적으로 풀어 설명했다. ‘맛’은 객관이지만 ‘맛있음’이라는 것은 주관이다. 먹는다는 것은 단지 음식이라는 물질을 몸속에 집어넣는 간단한 과정이 아니다.

우리의 몸이 음식을 받아들이는 과정은 생리학적인 것이지만, 우리가 음식을 섭취하는 행위는 전체적으로 보면 대단히 심리적이고 주관적인 것이다. 심리적으로 편치 않은 음식, 익숙지 않은 낯선 음식에 대해 거부감을 보이는 사람들을 보면 이를 쉽게 알 수 있다.

먹는다는 것은 더 나아가 사회적인 측면과도 깊은 관련이 있다. 우리가 한국이 아닌 미국에서 태어났다면 저녁 식탁에서 된장국을 그렇게 맛있게 먹을 수는 없을 것이다. 조 대표는 “기호(Acceptance)는 여러 가지 자극에 대한 통합지각으로 알려져 있지만, 실제로는 이러한 자극보다는 식품과 소비자의 상호작용에 더 큰 영향을 받는다”며 “식음료 회사의 개발자와 마케터는 맛과 맛있음에 관한 과학적 원리를 활용하여 소비자가 좋아하는 제품을 개발·판매하고자 끊임없이 노력한다”고 말했다.

   
 

“와인 산업이 눈부시게 성장한 이유는 와인의 맛을 제대로 감별하는 사람들을 양성했기 때문입니다. 와인의 맛을 표현하는 단어만 해도 그 맛을 표현하는 말이 마흔 여섯 가지쯤 된다고 해요. 아로마가 그윽한 맛, 억센 맛, 상쾌한 맛, 매끄러운 맛 등등. 그 맛을 머릿속에 이미지로 갖고 있으면 와인을 선택하기 좋겠죠. 와인 생산자도 와인 감별사나 소비자들에게 자기 와인을 적절한 단어로 소개할 수 있을 테고요. 마찬가지로 우리 음식 문화를 제대로 꽃피우기 위해서는 우리의 맛을 아는 사람들을 양성할 필요가 있는 것이지요.”

김원일 슬로푸드문화원 사무총장은 “맛을 제대로 아는 것이 음식을 이해하는 결정적인 단서”라며 음식 시민을 양성하는 교육의 핵심이 ‘맛’ 교육이라고 강조했다. 그동안 국내외 많은 단체에서 실시해온 미각 교육들은 혀의 감각에만 초점을 두는 것이 많았지만, 이번에 개설한 지미 교육은 맛의 생리적, 감각적 측면뿐 아니라 인문학적 배경까지 깊이 있게 살피는 과정이다.

최윤희 원광디지털대학교 한방건강학과 교수는 음식을 단백질, 탄수화물, 지방 등 물질로 분석하는 서양식 영양학을 벗어나, 음양(陰陽)과 오행(五行)이라는 동양적 관점에서 바라본 음식의 원리를 강의한다.

황교익 맛 칼럼니스트는 요즘 유행하는 ‘한식 세계화’ 바람에 대해, 진정한 한국 음식의 ‘정체성’이 무엇인지를 문화·사회학적 배경을 들어 설명한다.

사찰 음식의 대가로 유명한 선재스님은 자연과 인간은 하나라는 불교의 생명존중사상을 바탕으로 이론 강의와 함께 냉이단호박수제비, 봄나물전 등 직접 참여해 만들어보는 사찰 음식 워크샵을 진행할 예정이다.

황교익 칼럼니스트, 선재 스님…최고 전문가들의 ‘맛’강의

강의에 대한 수강생의 만족도는 매우 높다. 초등학생과 청소년들에 대한 음식·텃밭 교육 컨설팅 업체를 준비 중인 한미숙 플레이루프(playroof) 대표는 “많은 음식·미각 교육 강의들을 다녀봤지만, 음식의 문화적·인문학적 배경에 대해 이처럼 깊이 있게 접근하는 강의는 없었다”면서 “매주 강의마다 새로운 세상이 열리는 체험을 하는 기분”이라고 말했다.

윤미경 슬로푸드아카데미 사무국장은 “지난 몇 년간 슬로푸드문화원이 수많은 식생활 교육을 해왔지만, 언제나 맛에 대한 좀 더 깊이 있는 이해와 공부가 절실했다”면서 앞으로 계속 교육을 진행하면서 커리큘럼을 다듬어 내년에는 ‘지미교육 전문가 심화과정’을 개설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번에 개설된 지미교육 전문가 기초과정은 그동안 슬로푸드문화원에서 진행해오던 ‘슬로푸드 매니저 과정’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간 2차 교육 과정이라고 할 수 있다. 농장에서 식탁까지 먹을거리의 생산과 소비가 하나로 연결되어 있음을 이해하고, 농업의 다원적 가치를 인식하는데 초점을 맞춘 ‘슬로푸드 매니저 과정’은 지금까지 총 13회가 진행되어 오면서 안팎으로 많은 좋은 평가를 받았다.

슬로푸드 매니저 과정과 이번 지미교육과 전문가 기초과정을 이수한 수강생은 내년에 개설될 예정인 지미교육 전문가 심화과정을 통해 좀 더 심도 있는 공부를 할 수 있다. 심화 과정에서는 전통주, 전통장, 김치 등 우리 전통 음식 중 한 과목을 선택해 실제로 그 분야의 전문가가 될 수 있도록 깊이 있는 교육이 이루어질 예정이다.

“슬로푸드매니저 과정을 통해서 인문사회적인 배경 지식을 갖춘 후, 지미교육 기초과정을 통해 전반적인 맛에 대한 관점을 세우고 나면, 전통 술이나 장, 김치 등 하나의 아이템을 선택해 전문 교육을 받게 되는 것이죠. 세 가지 교육 과정을 졸업하면 그 음식에 대해서만큼은 전문가이자 맛의 감별사가 되도록 하는 것이 이 교육 과정들의 목표입니다.”

이를 위해 올해는 5월, 7월, 9월, 11월에 각각 지미교육 전문가 과정을 열 계획이다. 김원일 사무총장은 “올해 지미교육을 받은 수강생들이 배출되면 이를 바탕으로 내년에 심화과정이 개설될 것”이라며 “오는 5월에 2기 개강을 목표로 서울에서 장소를 구하는 중”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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