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떻게 도시농업을 접하게 됐나요?”라고 물어봤을 때, 여러 사람에게 같은 이름을 들을 수 있었다. ‘텃밭보급소’의 ‘안철환 소장’이다.
어떤 생각으로 도시농업을 전파해왔는지 궁금해졌다. ‘백문이 불여일견’. 그래서 4월 15일 정오 서울 서교동 ‘문턱없는 밥집’에서 안철환 소장을 만나봤다.
안철환 소장은 인터뷰를 통해 “도시농업이 성공하려면 우리 농업을 살리는 방향과 함께 가는 게 관건”이라며 “도시농업을 통해 우리 농업에 대한 가치를 공유하는 도시민들이 늘어난다면 농업의 중요한 우군이 될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강조했다.
텃밭보급소는 현재 음식물 퇴비통 사업을 중점 추진하고 있다. 음식물 퇴비통 사업은 음식물 쓰레기에 톱밥·낙엽·부엽토 등을 섞어 퇴비를 만들고 이를 다시 텃밭농사에 활용하자는 것이다. <유정상 기자>

▲ 안철환 전국귀농운동본부 텃밭보급소 소장.

-그동안 도시농업 관련 어떤 활동을 해왔나. 그리고 현재는 어떤 일을 하고 있나.

2004년부터 전국귀농운동본부 텃밭보급소에서 활동을 시작했다. 텃밭보급소 도시농부학교를 운영하면서 다른 지역·단체에서 도시농부학교·텃밭농장을 운영할 수 있도록 함께 기획하고 교육을 해왔다. 상자텃밭도 보급하고 있다. 2007년에는 전국적으로 상자텃밭을 보급했다.

도시농업 조례제정에 참여한 것도 큰일 중 하나였다. 2009년 경기도 광명시에서 전국 최초로 도시농업조례가 만들어질 때 광명 시민단체, 시의원과 함께 노력했다. 텃밭보급소에서 직·간접적으로 도시농업 조례제정에 참여한 지자체가 10여 곳 정도 된다. 수원시, 서울시광역, 경기도광역, 서울 은평·마포구·강동구, 경기 안산시 등. 지금은 전국적으로 약 30여 지자체에 도시농업조례가 제정되어 있는 상태다. 도시농업 조례제정을 해오면서도 도시농업이 지금처럼 바람을 탈 것이라고는 생각지 못했다. 그야말로 소수자들의 운동이었다.

또한 텃밭보급소에서 제안해서 2012년 3월 8일 ‘도시농업시민협의회’가 창립됐다. 도시농업에 관심이 있는 환경운동단체, 생협, 풀뿌리단체, 도시농업 단체들이 전국적으로 35개 단체가 가입해있다. 독자적인 개념으로 경기도와 부산시 도시농업시민협의회도 만들어졌다. 경기·부산 도시농업시민협의회는 자발적으로 활동을 해오다가 텃밭보급소의 제안으로 함께하면서 이름을 도시농업시민협의회로 한 것이다. 대구도 준비 중이다.

현재는 음식물 퇴비통 사업에 역점을 두고 있다. 그동안은 음식물 쓰레기를 짜서 그 물을 바다에 버려왔는데 올해부터는 버리지 못한다.
음식물 퇴비통 사업은 처치곤란한 음식물 쓰레기에 첨가제·부숙제 없이 톱밥·낙엽·부엽토 등을 섞어서 퇴비로 만드는 것이다. 음식물쓰레기나 낙엽은 둘 다 폐기 유기물인데, 이를 유용한 유기물 자원으로 바꿔 텃밭농사에 다시 활용하자는 것이다. ‘무동력 자연순환식’인 셈이다. 지금은 주로 학교급식잔반을 퇴비화해서 학교 텃밭에 활용하는 방향으로 진행 중이고, 시민농장·옥상텃밭·어린이집텃밭 등에도 퇴비통을 보급하고 있다.

출판·홍보, 연구사업도 하고 있다. 텃밭신문을 격월간지로 만들고, 지자체에서 의뢰를 받아 도시농업 실태조사를 하거나 발전전략을 구상하는 연구도 진행한다.

-어떻게 도시농업에 관심을 갖게 됐나.

우연히 시작하게 됐다. 2004년에 쿠바의 도시농업을 주제로 한 「생태도시 아바나의 탄생」이라는 책을 번역하게 됐다. 원래는 유기농업 관련된 책자를 번역하려 했었다.

또 한편으로는 1998년부터 안산에서 텃밭농사를 짓고 있었는데, 2004년에 귀농운동본부에서 우리 밭을 귀농실습지로 활용했었다. 가만히 보니 텃밭실습을 하고 귀농할 사람은 바로바로 떠나는데, 귀농을 안 하는 사람들이나 시민단체가 계속 텃밭을 지켜나갔다.

책을 번역하는 와중에 그런 모습을 보니 ‘이런 게 도시농업’이라고 느껴졌다. ‘농사가 절실하게 필요한 사람은 도시에 남아있는 사람들일 것이다’는 생각도 했다.

안산에 농지가 많으니 집사람을 설득해 밭을 더 샀다. 양가 어른들로 부터 “세들어 살면서 밭을 먼저 산다”며 “이상하게 사는 게 취미”라는 말을 듣기도 했다.

2004년 가을 귀농운동본부에서 공식적으로 도시농업을 제안하고 도시농업위원회를 만들어, 2005년부터 1기 도시농부학교를 시작했다. 안산, 군포, 고양 3곳 농장에서는 시민농장·도시텃밭을 시작했다.

-도시민들이 자발적으로 텃밭을 찾는 이유가 뭐라고 보는가.

도시민들이 농업의 위기를 느끼기 때문이라고 본다. 먹거리에 대한 불안감이 커졌다.

먹을 게 없어서 도시민들이 농사를 짓는 건 아니라고 본다. 우리농산물 자리를 수입농산물이 점령한 상황에서 어떤 먹거리를 먹는지 모른다는 불안감이 크다고 본다. 그래서 내 손으로 직접 지어먹겠다는 것이다. 결정적인 건 광우병이다. 광우병 파동으로 유기농바람이 불더니 나중에는 도시농업 바람으로 이어졌다.

먹거리 불안이 도시농업을 촉발했지만, 근본적인 것은 농업에 대한 귀소본능이라고 본다.

회원들을 보면 대부분 자급한다며 텃밭농사를 짓는다. 그런데 몇 년이 되도 농사를 제대로 못 짓는 분들이 있는데, 이듬해에도 흙냄새를 맡으러 또 나오신다. 흙에 대한 귀소본능이 확실히 있는 것 같다. 텃밭에 올 때는 그런 게 크다고 본다. 농사를 잘 지어 설령 자급을 한다고 한들 얼마나 하겠나. 5~10평 배추·마늘농사를 짓는 사람도 흙냄새 맡으로 오는 거라고 본다. 직접 키웠기 때문에 못 생겨도 훨씬 맛있다고 한다.

-텃밭농사 보급에 가장 어려운 점은 무엇인가?

도시농업이 더 활성화되기 위해선 도시농지확보가 가장 큰 관건이다.

도시농업 부지를 확보하기 위해서는 6가지 관련법을 개정해야하는데, 그중 공원법, 농지법, 도시계획법 이 세 가지가 제일 중요하다. 관련법을 바꾸는 것 뿐 아니라, 어떤 도시를 만들 것인가에 대한 사회 전반적인 철학이 바뀌어야 하는 문제다.

먼저 공원법이다. 현재는 공원에서 텃밭을 할 수 없게 되어 있다. 농업공원 개념으로 공원에 텃밭농사를 지을 수 있게 바뀌어야 한다. 미집행공원 부지에서 텃밭을 만드는 방법도 있다.

도심에도 농지가 있다. 이 농지들은 언제든지 개발이 될 수 있는 개발유보지인데 이 땅을 도시농업부지로 보전하는 방법이다. 몇 년 전 서울시에는 3천ha의 농지가 있었는데 개발로 인해 현재는 1천5백ha 정도로 줄어들었다.

도시계획법을 보면 도심의 녹지지구를 보전녹지, 자연녹지, 생산녹지 3가지로 구분하고 있다. 보전녹지는 말 그대로 보전하는 녹지로 개발이 안 되는 곳이고, 자연녹지는 제한적 보전, 생산녹지는 개발유보지다. 이중 생산녹지가 농지다. 도시농업 부지를 확보하기 위해 개발유보지인 생산녹지를 보전녹지로 바꾸자는 것이다.

지금 도시는 일방적으로 소비만 하고 폐기물만 버리는 방식이다. 로마 제국주의를 롤 모델로한 로마형 도시라는 말을 한다. 전통개념 도시에는 자급개념이 들어가 있었다. 농촌이 주곡개념에서의 식량기지라면, 도시는 부식거리를 생산하는 식량 자급기지가 돼야 한다고 본다. 우리나라가 식량자급률을 올리려면 농지와 농업인구를 보전하는 게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농지를 보전하려면 가장 사각지대에 놓인 도시농지를 보전해야한다고 본다. 그런 맥락에서 도시계획법을 바꿔 개발유보지가 아닌 보전녹지로 격상시켜 도시농지를 확보해야 한다는 것이다.

농지법도 있다. 그런데 농지법을 고치려면 자칫 오해를 받기 쉽고, 투기꾼들의 악용 소지가 있다.

도시농업에 한해서는 제한적으로 농지를 임대를 할 수 있도록 해야 하는데, 그러면 경자유전의 정신이 훼손된다. 이 때 제한적 임대라 하더라도 개발유보지를 임대해주면 안 된다는 예외규정을 달면 투기를 막을 수 있다. 도시농업에 한해서만 농지의 임대가 가능하게끔 해서, 도시농지를 보전해야한다. 임대를 통해 도시텃밭으로 사용하다가, 나중에 전업적인 식량생산기지로 바꿀 수도 있다고 본다. 개발이 돼서 콘크리트가 덮혀 버리면 농사를 지을 수 없게 된다.

건축법에는 녹지비율이라는 게 있다. 건축물 승인을 위해서는 일정이상 녹지가 필요한데 이 때는 다년생 나무만 인정되고, 농작물은 녹지로 인정되지 않는다. 만약 농작물도 녹지로 인정하면 투기꾼들이 악용할 수 있다는 반대논리가 있다.

농작물도 녹지로 인정해주면, 실제로는 안 심고 있다가 조금 있다가 배추를 심을 거라는 등 전용될 우려가 있다는 것이다. 이 부분은 명확하게 도시농업계획을 제출한 경우에 한해서만 인정해주고 모니터링을 하면 보완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도시농업 농법은 관행농법과 차이가 있다. 농약, 제초제, 화학비료, 비닐 멀칭 안쓰는 것. 이런 원칙을 세우고 실천하는 이유는?

텃밭농사는 파는 게 목적이 아니고 자급이 목적인 농사니 다수확을 할 필요가 없다. 그렇기 때문에 친환경 원칙을 지킬 수 있다. 자급농사인 만큼 몸에 약이 될 수 있게 키워먹자는 것이다. 그리고 주거 밀집지역에서 이뤄지는 농사인 만큼 철저하게 생태적인 방법으로 하지 않으면, 바로 태클이 들어온다.
또한 도시민들이 다수확 농사를 하게 되면 농민들과 충돌이 있을 수 있다. 텃밭농사를 통해 내 손으로 배추를 키웠으면, 고춧가루는 국산을 사다 먹자는 것이다. 이런 의미에서도 소수확 친환경 농사를 지향한다. 직접 농사를 지어보지 않으면 고춧가루를 사먹어도 중국산을 사먹는다. 직접 농사를 지어본 사람이 국산 고춧가루를 사도 산다. 의식이 달라지기 때문이다.

도시농업을 반대하는 도시민도 의외로 있다. 냄새나는 거름을 주고 비닐 쓰레기가 나오는 더러운 농사를 왜 도시에서 짓냐는 비판이다. 친환경 농사를 원칙으로 하니 오히려 공원보다도 더 깨끗할 수가 있다.

비닐을 씌우자는 도시농부들도 있다. 비닐멀칭은 감당 못할 면적을 농사지을 때나 쓰는 거지 5평 농사지으면서 뭘 씌우냐고 답한다. 농사는 풀 냄새 맡으며 풀 베는 맛으로 하는 거라고 교육을 한다.

농업기술센터 공무원들은 처음에는 비닐멀칭을 안 쓰는 것을 반대했는데, 도시농부들이 농작물만 수확해가고 비닐멀칭은 수거는 공무원이 몫이 되자 나중에는 적극적으로 동의 했다.

텃밭농사라는 게 좁은 지역에서 공동으로 하는 거다보니, 농약을 치면 친환경 농사를 원하는 도시농부 작물에도 영향을 줄 수 있고, 요소비료를 쓰면 벌레가 꼬이는 등 분란이 생길 수 있다. 이런 다양한 측면을 고려할 때 도시텃밭 농사는 원칙을 강화할 수밖에 없다. 그래서 친환경 농사를 지향하고 있다.

-“도시에서 농사까지 지어먹으면 농민들은 어떻게 하느냐”는 농민들의 우려가 있다. 또한 “농업예산이 감소·동결되는 상황에서, 도시농업으로 가는 예산이 농업예산에서 가는 게 아니냐”는 지적도 있다. 이에 대해서는 어떻게 보나.

도시농업이 성공하려면 우리 농업을 살리는 방향과 함께 가는 게 관건이라고 본다.

어떤 동네에 커피가게가 있다. 옆에 커피가게가 하나 더 생기면 당장 피해를 주게 된다. 하지만 여러 커피가게가 생겨 상권이 형성되면 어떨까. 농업과 도시농업의 관계를 그렇게 볼 수도 있을 것 같다. 결국은 농업 전체의 파이를 키우는 것으로 보자는 것이다.

도시농부들 대부분은 쌈채소 정도의 농사를 짓는다. 전업농민들은 시설에서 사계절 생산하는 것에 비하면 쌈채류는 일시적이다.

관에서 하는 교육까지 포함하면 한해 도시농부교육을 받는 수가 2~3천 명 가량 된다. 이 사람들이 신토불이 사상을 학습하고, 우리 농업에 대한 가치를 공유해 나간다면 농업의 중요한 우군이 될 수 있다고 본다.

식량자급을 위해서는 관행농을 적극적으로 보호하고 육성해야한다. 전체적으로 보면 식량자급을 책임지는 관행농이 70%, 친환경·유기농 등 대안농업이 30% 비율을 이룰 때 이상적이라고 본다.

여기서 중요한건 7:3이라고 해서 관행농을 10에서 7로 축소시키자는 뜻은 아니라는 거다. 전체적으로 끌어올린 상태에서 7:3이다. 대기업 중심의 농업구조로 재편해 가기보다 가족농, 소농을 강화시키면서 안정화해야 한다고 본다. 그러나 동부한농에서 드러난 것처럼 농식품부는 대기업 중심으로 가려는 의도를 포기하지 않고 있다.

기업농 중심으로 가면 자급개념보다 농산물을 상업화 하는 등 신자유주의 성향이 강화되는 거다. 대기업이 효율, 규모, 자동화를 통해 농산물을 생산하다가 국내 농토가 황폐화되서 우리나라 땅에서 실현이 안 되면 제조업이 해외로 가듯이 빠져나갈 것이다. 그 때가 되면 이미 농업은 공동화됐고, 가족농은 붕괴한 상황이다. 농지도 황폐화돼 있을 것이다. 돌이킬 수 없다.

예산문제는 숙제긴 숙제다. 전체적으로 봤을 때는 도시농업 예산이 늘면 판을 키워주는 거라고 본다.

예를 들어 농업예산이 작년에 100이고 올해도 100, 도시농업 예산은 10이라고 해보자. 농업예산이 작년에 100이고 올해도 100으로 동결됐다고 해서 그게 도시농업 탓이라고 할 수는 없다고 본다. 도시농업 예산은 도시농업법으로 책정된 예산이다. 다만, 도시농업이 없었다면 그 10만큼의 예산이 기존농업 예산에 추가됐을 거라고 생각할 수는 있다.

도시농업의 예산이 생겼다고 해도 당장은 공무원들이 혜택을 보고 있다. 실질적인 도시농업 집행부인 도시농업기술센터의 예산이 늘어난 것이다. 그렇지만 크게 볼 때는 농업 전체 파이가 커진다고 보자는 거다.

도시농업 예산이 늘어난다고 해도 식물공장 같은 방식은 안 된다. 서울 도시농업 전체 예산이 24억 원 가량이고 시민단체에 주어진 예산은 2억 원 정도다. 식물공장 하나 짓는데 몇 백억이다. 식물공장이 현재로는 도시농업법을 비집고 들어오고 있기 때문에 막으려 하고 있다.

식물공장을 만들수록 농업판은 축소된다. 자동시스템인데 농부와 땅을 필요로 하겠는가. 도시농부도 참여할 수 없다. 대기업에서 관리인을 두고 운영할 것이다. 더 나아가선 도시농업 예산뿐만 아니라 기존 농업예산도 잡아먹을 가능성이 많다고 본다.

도시농업은 시민텃밭을 가꾸는 도시농부를 육성하고, 커뮤니티를 형성하면서 우리 농업과 같이 갈 수 있다고 본다. 이런 개념에서 도시농업예산이 늘어나는 것은 전체 농업판을 키워줄 수 있다고 본다.

규모에 따라 다르지만 보통 식물공장 하나를 짓는데 평당 3천만 원, 전체 700~800억 원이 드는 걸로 알고 있다. 이정도 규모면 서울 마포구에 시민농장 100개를 만들 수 있다. 보통 한 시민농장에서 200명이 소화된다. 2만 명이다. 5인 가족으로 보면 10만 명이다. 이 사람들이 국내 농산물을 소비하면 어떨까. 또 10만 명중 1%만 귀농한다고 해도 1천 명이다.

-도시농부학교 등을 통해 친환경·유기농의 가치를 공유하고 실천하는 것은 좋은 일이라고 생각한다. 그런데 일부 도시농부들은 친환경으로 농사를 짓지 않는 농민들은 비양심적이라고 생각한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다. 농민들은 농민대로의 이유가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판로확보가 안되면 선뜻 친환경·유기농으로 전환하기가 쉽지 않은 게 하나가 있고, 지속적으로 개방되어온 농산물 시장에 맞서기 위해서 농사 규모를 키우다보니 화학농법이 아니면 감당이 안 되는 측면도 있는 걸로 안다.
결국 이 거리를 좁혀야 농업과 도시농업이 함께 보완·발전 될 수 있을 거라고 보는데, 이런 점에 대해서는 어떻게 보는가. 또한 도시민과 농민사이의 거리를 좁힐 수 있는 내용이 있나.

안전한 먹거리의 기준이 ‘친환경유기농이냐·아니냐’가 돼서는 안 된다. 관행농법으로 하던 유기농법으로 하던 국내에서 생산된 농산물은 둘 다 안전하다는 인식으로 가야한다고 본다.

유기농은 안전하고 관행농은 안전하지 않다는 구도는, 상업적으로 유기농을 접근하는 사람들의 전략일 수 있다. 안전한 먹거리의 기준은 국내산과 수입산이 기준이 돼야 한다고 본다.

생산과 유통구조를 모르는 수입농산물이 불안전 한 것이지, 국내농산물은 안전하다고 봐야하며 친환경만 믿을 수 있는 것은 아니라고 교육을 한다. 이런 내용으로 교육을 하면 대부분 수긍들을 한다.

그런데 교육을 받는 도시농부들은 이미 올 때부터 반은 의식화 돼있는 사람들이긴 하다. 중요한건 그런 사람들이 많아지고 있다는 점이다.

수도권에 있는 도시농부학교가 30여 곳이 되는데 한 학교를 평균 30~40명으로 잡으면 연 1천명이 신토불이 사상을 공감하게 되는 셈이다. 우리 농산물에 대한 가치를 공유하는 사람들 수가 앞으로 늘면 늘지 줄어들지는 않을 거라고 본다.

-지자체에서도 도시농업에 대해 관심이 큰 것 같다. 어떻게 소통하고 있나.

공무원, 교수, 기업체 등이 우리 사회의 이끌어나가는 그룹들이라고 본다. 앞에는 정치인이 있을 것이다. 최근에는 민간단체도 많이 참여하지만 아직은 이들 그룹에 의한 구색 맞추기나 들러리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들러리라고 하더라도 들러리로 살지는 말자는 게 내 생각이다.

공무원들과의 소통뿐만 아니라 생활 속에서의 모든 소통이 마찬가지라고 본다. 소통이 잘 안되는 공무원도 집에 돌아가면 같은 민간인이다. 인간 대 인간으로 대면하는 게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공무원들과 만나면 힘들긴 힘들다.

이야기가 복잡하게 됐지만, 결국은 실력을 키우는 수밖에 없다. 실력을 키워가면서도 서로의 공통분모를 찾아 소통해나가는 게 중요하다고 본다. 내 의지, 내 주장, 내 이익만을 앞세우면 더 큰 것을 잃을 수 있다.

약간은 손해를 볼 수 있다는 태도를 가질 때 소통될 수 있을 거라고 본다. 설령 상대방이 99%를 잘못했고, 내 문제는 1%밖에 안된다는 장벽을 느낀다고 하더라도 공무원의 의지가 부족하다는 탓을 하기보다, 내 문제를 먼저 해결해야한다고 본다. 소통은 결국 1%인 내 문제에 달려있다.

-도시농업의 바람직한 발전방향은 어떻게 보는가.

서구의 도시농업은 우리나라와 비슷하게 식량 자급운동으로 시작했지만, 나중에는 취미·여가형으로 자리잡았다. 이렇게 되면 도시농업이 농업에 기여하는 게 뭐가 있겠냐는 생각이다.

현재 우리나라 식량자급률이 22%대라는 점은 도시농업에 있어서도 중요한 근거가 된다. 도시농업이 우리 농업발전에 반드시 기여하는 바가 있어야한다고 본다. 이 지점에서 시작이다.

현재 도시농업은 ‘노아의 방주’같은 의미다. 지금 당장은 도시농업이 식량자급에 기여하는 바는 작지만, 도시민들에게 생산자 마인드를 심어줄 수 있다고 본다. 텃밭농사를 통해 국내 농산물이 얼마나 소중한지 느낄 수 있다. 결국은 직접 길러먹어본 사람들이 우리 농산물을 소비한다. 또한 아직은 미미하지만 도시농업을 통해 농촌에 젊은 층이 들어갈 수 있는 공급구조가 될 수도 있다.
도시농업이 우리나라 농업의 강력한 우군이 되는 방향으로 발전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앞으로 활동계획은.

앞으로 도시농업 부지확보와 음식물 퇴비통 사업에 주력할 생각이다. 공식적으로는 처음 말하지만 도시농업 부지확보가 해결되면 내 역할은 다하는 것으로 본다. 이 두 가지가 궤도에 올라서면 다시 농사짓는 길로 돌아가고 싶다.
내 농사를 짓기 위해 텃밭농사를 시작했지만, 2004년부터 10년 동안 다른 사람들이 농사지을 수 있도록 기회를 만들어주고 있다. 지금 내 밭에 풀이 극성인데, 남의 밭에서 풀매라고 잔소리를 한다면 위선이라는 생각이다.
이제는 내 농사에도 주력하고 싶다. 농사처럼 재미난 게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