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재관 국민과 함께하는 농민운동 네트워크 대표

지난 4월19일 인천시는 최근 변호사 3명에게 친환경쌀 현물 공급에 대하여 법률 검토를 의뢰한 결과 급식센터가 친환경쌀을 현물로 공급하는 것이 학교장의 권한을 침해할 소지가 있다는 검토의견을 받았다고 한다. 급식센터를 통한 친환경쌀의 현물 공급을 규정한 인천시의 친환경 무상급식 지원조례가 상위법인 학교급식법 위반이라는 주장이다.

학교급식운동 10년의 역사에 비추어 볼 때 이런 주장은 학교급식 운동이 걸어온 10년 역사에 대한 무지로 부터 비롯된 황당한 주장이라 하겠다. 왜 그것이 터무니없는 주장인지 세 가지로 요약할 수 있다.

첫째, 인천시 주장대로라면 학교급식에 쌀을 현물 공급하는 모든 지자체가 학교급식법 위반이 된다.

인천시 자문변호사의 논리대로 하면 학교급식에 정부미 대신에 지역 일반미를 공급하면서 그 차액을 지자체가 지원해 현물 공급을 해온 모든 지자체가 위법하다는 결론에 도달한다. 지역 쌀을 학교에 공급함에 있어 지자체가 농협과 하든지 아니면 특정한 업체와 계약을 했기 때문에 학교장의 선택권이 박탈됐다고 주장하게 된다.

현물공급을 하는 모든 지자체가 학교급식법을 위반했을까?

그동안 학교급식의 역사를 보면 정부미에서 지역산 쌀로 전환돼 왔고, 지역산 쌀이 지역산 친환경쌀로 전환되는 과정에 있다. 정부미에서 지역산 쌀로 전환되는 과정에서 지자체 현물공급 방식으로 전환됐다.
그동안 지자체 현물공급방식은 아무 문제가 되지 않았다. 그것은 정부미보다는 지역쌀이 더욱 우수하고 지역산의 판매를 통해 지역농업을 발전시키기 위해 지자체가 예산을 지원하고 지역 학부모와 학교들이 환영하는 과정을 통해 이루어졌다.

지자체가 예산지원을 해서 더 좋은 쌀을 주겠다는데 선택하지 않겠다는 교장은 그 동안 없었다. 그리고 그것에 대해 교장들의 선택권이 제한되었다고 주장한 예도 없었다. 그것은 예산이 더 들더라도 아이들에게 더 좋은 먹거리를 먹이고 지역 농업과 농민들의 소득에 이바지 해야한다는 사회적 합의에 기초한 것이었다.

지자체의 예산지원을 통해 더 좋은 농산물을 공급하는 것에 대해 학교장의 선택권을 제한했다고 주장하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며, 과거 학교장이 유통업체와 결탁하여 질 낮은 농산물을 공급하고 사익을 취하던 시대로 돌아가자는 주장과 다를 바 없다.

둘째, 현행 조례 하에서도 학교장이 친환경 쌀을 먹지 않을 권리가 보장되어 있다.

지자체가 예산지원을 해준다고 하더라도 학교장이 싫다고 하면 친환경쌀을 먹지 않을 권리가 보장돼 있다. 대부분의 지자체가 현물지원을 함에 있어 강제조치가 아니라 개별학교의 현물지원에 대한 희망 여부를 묻는 절차를 가지고 있다.

그리고 지자체가 예산을 지원하는 조건으로 지역농업의 발전을 고려하여 지역산의 사용을 지원하거나 사용내용에 대해 점검하는 절차를 갖는다. 그것은 지역의 예산이 투입되는 만큼 지역농업의 발전을 도모하고 농가소득을 고려하는 것은 예산을 집행하는 지자체의 당연한 권리이다. 학교장의 선택권도 중요하지만 더불어 지자체의 조건도 있는 것이다. 그리고 학교장은 지자체의 조건이 싫으면 예산지원을 받지 않을 권리도 함께 가지고 있다.

그럼에도 인천시의 조례가 학교급식법을 위반하고 있는 것처럼 표현하는 것은 실제 학교급식의 운영 상황을 구체적으로 알지 못하는 국민들에게 학부모와 학교장의 권한을 축소하고 무슨 위법 사항이라도 있는 것처럼 꾸며 친환경 무상급식 조례를 흠집 내려는 잘못된 태도이다.

셋째, 학교급식센터의 독점 공급체계가 위법이고 자본주의 자율경쟁 체제하에서 학교급식 전자입찰방식이 바람직하다는 주장에 경악한다.

인천시의 경우 문제를 제기한 학교운영위원연합회와 유통업체는 한마디로 급식지원센터에게 공급권을 주는 방식이 잘못됐다는 것이며 자유경쟁체계를 통한 저가 농산물의 공급을 주장하고 있다. 자유 경쟁에 의한 저가 입찰은 가장 낮은 가격이라는 기준에 의해 가장 나쁜 먹거리가 낙찰되는 구조적 한계를 가지고 있다. 그것은 집단 식중독의 원인이 되었고 수입산 농산물의 주 소비처가 학교로 되는 결과를 가져 왔다. 저가 경쟁 입찰의 문제점에 공감한 국민들이 전국적으로 조례제정운동을 벌여 오늘의 친환경 무상급식 지원조례가 만들어 지게 됐다.

학교급식지원센터는 업체가 아니다. 지자체 조례에 의해 공공성을 생명으로 하는 조직이다.

학교급식 지원센터는 민관 공동의 협력 관리체계이며 지자체와 교육청, 학교와 학부모, 생산자와 시민단체가 모두 참여하여 지자체의 급식예산을 어떻게 바로 사용할 것인가를 논의하고 심의하는 곳이다. 급식지원센터는 이러한 급식발전의 요구와 무상급식시대에 걸맞게 탄생한 조직이다.

급식지원센터의 해당시기 운영상의 문제점을 제기할 수는 있으나 조례에 근거하여 만들어진 급식지원센터의 적법성을 거론하며 막아 나서는 것은 지난 10년간의 급식운동이 발전해온 역사를 되돌리려는 어리석은 행동이 아닐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