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장경호 농업농민정책연구소 녀름 부소장

최근 몇 년 동안 한국 사회에서 농업과 먹거리 분야에서 새롭게 주목받는 현상 가운데 대표적인 것으로 지역먹거리(local food)가 있다. 올해부터는 중앙정부가 로컬푸드 매장 및 꾸러미 사업 등에 대한 지원 방침을 밝히면서 앞으로 지역먹거리가 더욱 확산되는 추세에 놓이게 되었다.

지역먹거리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높아지고, 정책 및 제도적 지원이 강화되는 것은 바람직한 현상으로서 긍정적으로 평가할 수 있다. 그러나 과거의 경험에서 보듯이 중앙정부의 정책 및 제도적 지원이 지역먹거리의 양적 확대에 기여하는 긍정적인 부분과 아울러 지역먹거리의 변질을 초래하는 부정적인 부분도 동시에 존재한다는 점에서 기대와 우려가 교차한다. 만약 중앙정부의 지원이 단기적으로 지역먹거리의 양적 확대라는 외형적 성과에도 불구하고 지역먹거리의 변질을 초래할 경우 장기적으로는 지역먹거리에 대한 부정적 인식을 사회적으로 확산시켜 오히려 지역먹거리의 지속적인 발전을 저해하는 요인으로 작용한다는 점에서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과거 평택시의 사례에서 보듯이 지방자치단체가 주도적으로 지역먹거리 시책을 추진했지만 사회적 경제의 특성을 무시하고 시장경제 영역에서의 새로운 상업화 전략으로 지역먹거리 사업을 추진하여 결국에는 실패한 교훈을 반추할 필요가 있다.

뿐만 아니라 최근에도 지역먹거리를 표방하는 단체나 사업들이 줄을 잇고 있지만 그 중에는 사회적 경제의 성격을 이해하지 못하고 그저 시류에 영합하거나 혹은 돈벌이와 상업화에 매달리는 것들도 다수 있어서 이런 것들이 결국에는 지역먹거리를 저해하는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라는 우려가 크다.

김포의 농협이 올해 개장한 로컬푸드 매장도 그런 사례 가운데 하나이다. 종전에 이미 민간에서 자생적으로 로컬푸드 매장을 설치하여 운영하고 있었는데, 바로 인접한 곳에 농협이 별도로 로컬푸드 매장을 새로 개설한 것이다.

그리고 그 주변엔 농협이 운영하는 하나로마트도 있다. 이 사례는 협동과 연대를 통해 상생을 도모하는 지역먹거리의 본질적 특성을 전혀 이해하지 못하고 있는 경우이다. 로컬푸드 매장이 가장 많이 설치되어 있는 일본에서도 김포와 같은 기형적인 형태는 전혀 찾아볼 수 없다. 오히려 기존 농협이 운영하는 하나로마트 내부에 별도로 로컬푸드 매장을 설치하고, 그 운영을 이미 자생적으로 활동하고 있는 민간조직에 맡기는 방식이 가장 일반화되어 있다.

지역먹거리(로컬푸드)의 본질적 특징은 사회적 경제 영역이라는 것이다. 이는 주로 시장경제 영역을 통해 농업과 먹거리를 지배하고 있는 글로벌푸드(global food)에 대비되는 개념이다. 글로벌푸드란 대규모 자본과 기업이 지배하는 시장경제를 통해 농업과 먹거리를 제공하는데, 수익(이윤)을 극대화시키기 위해 GMO, 화학농업, 공장식 축산, 수확 후 화학적 처리, 화학 첨가물을 이용한 식품가공 등을 특징으로 한다.

이 때문에 글로벌푸드시스템은 구조적으로 먹거리의 안전을 위협하는 요인들을 포함할 수밖에 없고, 이것이 소비자들로 하여금 밥상과 먹거리에 대한 불신을 높이는 근본적인 원인이 되고 있다. 또한 글로벌푸드시스템은 경쟁력이란 미명하에 지속적으로 다수의 농민들을 농업에서 쫓아내고, 점점 더 소수의 대농과 기업농에게 농업생산을 집중시키고 있다. 농민들의 입장에서는 살아남기 위해 자신의 의사와 무관하게 글로벌푸드시스템에 편입되거나 종속될 수밖에 없다.

지역먹거리는 바로 이런 글로벌푸드에 저항하면서 농업과 먹거리의 새로운 대안을 모색하는 가운데 세계 곳곳에서 자생적으로 발생한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지역먹거리는 태생적으로 시장경제 보다는 사회적 경제 영역에서 정착하게 되었고, 자본과 기업 보다는 직접 생산자와 소비자들의 다양한 공동체 위주로 운영되었으며, 약육강식의 경쟁 보다는 상생을 위한 협동과 연대가 기본적인 운영원리로 뿌리를 내리게 되었다.

단순히 자기 지역에서 생산된 농산물과 먹거리를 우선적으로 사고파는 것으로 지역먹거리를 이해한다면 이는 잘못된 것이다. 수박 겉핥기에 불과하다. 알맹이는 보지 못하고 껍데기만 본 것이다.

이제라도 지역먹거리에 대한 성격과 특징을 제대로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래야만 다소 더디게 가더라도 지역먹거리가 우리 사회에 제대로 정착될 수 있고, 장기적으로 지속적인 발전을 해 나갈 수 있을 것이다. 조급하게 외형적인 확대만 추구할 경우 장기적으론 오히려 쇠퇴의 나락으로 떨어질 수 있음을 인식해야 한다. 소탐대실의 우는 절대 범하지 말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