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윤유경 2013 AsiO Gusto 조직위 컨텐츠개발팀장

5월 5일은 어린이를 위한 날이고 5월 8일은 부모를 위한 날이다. 그렇다면 할머니를 위한 날도 있을까?

지난 4월 21일은 국제 슬로푸드에서 정한 할머니의 날(Grandmother’s day)이었다. 이날 전 세계 슬로푸드 단체에서는 할머니와 손자들이 한자리에 모여 할머니가 알고 있는 요리법, 물고 기 잡는 법, 씨 뿌리는 법, 바느질 하는 법, 전통 놀이 등 지금은 잊혀져버린 음식에 관련된 다양한 솜씨와 지혜를 듣고 보고 기록하고 배우는 재미있는 행사들을 가졌다.

슬로푸드 할머니의 날은 2008년 세계 슬로푸드 연대회의에서 아일랜드의 대표 다리나 알렌(Darina Allen)과 국제협회 부회장이자 미국의 학교텃밭교육(Edible school yard) 프로젝트를 오랫동안 이끌어온 앨리스 워터스(Alice Waters)에 의해서 제안됐다.

할머니에게서 어머니에게 또 손자들에게 대대로 전해 내려오는 소중한 음식문화와 음식에 관련된 많은 기술들과 지식들이 더 이상 이어 지지 않고 사라져가고 있다. 아무리 어려운 환경일지라도 가족들을 위해 먹을거리를 준비하였던 할머니 세대의 먹을거리에 대한 철학과 지식 그리고 다 같이 나누는 음식문화를 통해 가족과 공동체의 유대감을 단단하게 만들었던 지혜는 지금 현재 우리에게 무엇보다 필요한 것들이다.

아일랜드를 비롯한 153개의 슬로푸드 회원국에서는 할머니의 날을 기념하는 다양한 이벤트를 개최하고 있다. 아일랜드에서는 하루 어른 한명 당 15유로(어린이는 무료)의 입장료를 내면 파머스 마켓, 로컬푸드 까페, 할머니의 요리시연, 잊어버린 음식 기술들에 대한 이야기와 시연, 버터 만들기, 치즈 만들기, 꿀벌 기르기, 전통놀이 등 다양한 체험 행사에 참여할 수 있다.

우리는 집집마다 내려오던 많은 요리법들을 물어보고 기록해야 한다는 생각조차 못했고 그러는 사이에 그 소중한 요리법들은 하나 둘씩 세상에서 사라져가고 있다. 할머니의 날 행사의 하나로 홈페이지를 통해 서 할머니, 할아버지 세대가 어렸을 때 그들의 할머니로부터 배웠던 음식과 요리법 그리고 손자들이 좋아하는 할머니의 요리법들 을 모아서 게시하기도 한다. 또 손자들에 의해 할머니의 삶에 대 한 이야기와 할머니와의 추억을 홈페이지에 올리는 이벤트도 진행되고 있다.

‘격대교육(隔代敎育)’이란 할아버지와 할머니가 손자와 손녀의 교육을 담당했던 우리 선조들의 자녀교육 방식이다. 격대교육을 통해 자연스레 집안의 전통을 이어받고 부모가 해줄 수 없는 그분들만의 지혜와 경륜을 배울 수 있게 된다.

현재 우리의 농촌은 어르신들만 남아 활력을 잃었고, 도시의 어린이, 청소년 세대는 이전 세대의 지혜와 경험과 단절되어 있다. 할머니의 날은 음식이라는 흥미로운 주제를 통해 손자들이 할머니, 할아버지의 기술과 지혜를 배우고 이어가는 세대 간의 소통의 장이 될 수 있을 것이다. 한국슬로푸드에서는 작년에‘ 청소년 요리경연대회’를 열어 할머니의 음식을 배우고 겨루는 행사도 개최한 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