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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판 노아의 방주를 만드는 사람들유영글 슬로푸드문화원 생물종다양성위원회 간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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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3.05.04  13:0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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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영글 슬로푸드문화원 생물종다양성위원회 간사

구약성서 창세기 6~8장. 신은 타락한 인류를 심판하기 위하여 대홍수를 일으켰다. 그리고 노아로 하여금 방주를 만들어 모든 생명체를 한 쌍씩 남겨둘 것을 명하여 각종 동물의 씨가 마르지 않게 했다. 수 십 세기가 지난 2013년 현재, 성서에서 노아가 했듯이 종자의 다양성을 보존하기 위한 움직임이 지금도 세계 곳곳에서 진행되고 있다. 무슨 연유에서일까?

종다양성의 상실은 나라를 망하게 한다

1847년 아일랜드에서는 엄청난 대기근이 발생했다. 주식이었던 감자에 전염병이 돌아 무려 100만 명이 굶어죽고, 200만~300만 명이 굶주림을 못 이겨 아일랜드를 떠났다. 총 인구인 800만의 거의 절반이 짧은 기간에 감소하였다. 무엇이 이러한 비극을 만들었을까? 당시 아일랜드는 영국의 지배를 받으며 애써 키운 농작물들을 대부분 영국에 바쳐야했다.

농부들은 궁여지책으로 영국인들이 빼앗아가지 않는 감자 농사를 짓기 시작했고, 이는 이내 온 국민의 주식이 되었다. 그러던 중, 감자가 썩어 못 먹게 되는 ‘감자마름병’ 이 급속하게 퍼지게 되어 엄청난 양의 감자들이 버려지게 되었고 이는 곧바로 대기근으로 이어졌다. 단일 품종을 대량생산하던 농업의 형태 때문에 엄청난 사람들이 목숨을 잃었던 것이다. 과연 다양한 작물을 농사짓고 있었다면 이러한 일이 발생했을까?

종 다양성은 이와 같은 위기 상황에서 빛을 발휘한다. 각각의 종에 따라 특징이 다르고, 병에 대한, 기후에 대한, 곤충에 의한 저항성이 다르다. 이 때문에 다양한 생물종으로 이루어진 생태계는 환경에 변화가 오더라도 항상성을 유지할 수 있다.

종 다양성 상실이 가져오는 변화

전 세계적으로 산업화시기를 거치면서 농업에 있어서도 산업화가 진행되고 있다. 식량자급이 우선이던 1970~80년대에는 쌀을 중심으로 수확량이 높은 품종이 보급됐다.

또한 이 시기를 거쳐 기계화를 통한 효율적인 농업을 위해 대규모, 단일품목의 농사가 자리 잡게 됐다. 최근에는 평당 소득이 높은 작물을 키우는 경향이다. 전통적으로 부모의 손에서 자녀의 손으로 이어져 오던 우리 종자들은 이렇게 사라져가고 있다.

실제로 국내의 토종식물종 자원은 18만 7천점이지만, 매년 200여종 이상씩 감소하고 있다고 한다. 이는 우리의 향토 음식과 문화에도 많은 변화를 가져오고 있다. 농산물이 단조로워지듯, 이를 사용하는 음식도 획일화되고 있다. 전통적인 음식의 요리법, 식품가공법들이 함께 소멸되었고, 이제 시골에서조차 음식과 관련된 우리의 전통을 찾아볼 수가 없다.

종다양성과 농업 그리고 환경

토종 종자의 경우 수확량이나 맛은 가지각색이겠지만 오랜 기간 동안 우리 기후와 토질에 적응한 품종이다. 따라서 재배하는 데에 농약이나 화학비료를 사용할 필요가 없다. 반대로 대규모 단작 형태의 농업은 새롭게 개발된 종자나, 타 지역의 종자를 사용하기에 해충이나 전염병에 취약하다. 자연스럽게 농약이나 화학비료를 사용할 수밖에 없으며 이는 곧바로 환경오염으로 이어진다.

생물종다양성의 보존에 나서다. ‘맛의 방주(Ark of Taste)’프로젝트

슬로푸드(Slow Food)는 이러한 종 다양성의 위기를 인식하고 1997년 생물종다양성 재단을 설립했다. 여기서 더 나아가 특정 생물종과 함께 존재하는 맛과 그에 관련된 지식, 그리고 번식시키고 키우고 가공하는 전통지식에 관심을 가지고 ‘맛의 방주(Ark of Taste)’ 프로젝트를 시작하게 됐다.

맛의 방주에서는 생물종 그 자체는 물론, 그를 가공하여 만든 지역 전통의 빵, 치즈, 발효식품 등 식품을 보존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생물종다양성재단에서는 맛의 방주 품목의 등록과 심사를 위해 ‘생물종다양성 위원회’를 구성, 등재 기준을 마련했다. 맛, 지역성, 역사성, 소량 생산, 소멸위기 여부 등의 기준에 의거해 맛의 방주 품목이 선정되며 2013년 4월 현재 세계적으로 1,122개의 품목이 등재되어 있다.

한국, 맛의 방주 프로젝트의 첫 삽을 뜨다

안타깝게도 우리나라에는 아직 맛의 방주에 등록된 품목이 없다. 이에 (사)슬로푸드문화원에서는 지난 4월 맛의 방주 등재 추진팀을 구성했고, 품목 심사를 위한 생물종다양성위원회 구성을 준비하고 있다. 생물종다양성위원회는 토종종자 연구가, 종자보급 활동가, 향토음식 전문가 등으로 구성될 예정이다. 또한 이와 동시에 등재를 위한 종자와 생산물의 목록을 만들고 있다. 5월에 생물종다양성위원회를 발족하고 꾸준한 등록 절차를 거쳐 10월 1일부터 6일까지 남양주에서 열리게 될 국제슬로푸드대회 ‘아시오 구스토(Asio Gusto)’에서는 새롭게 등재될 우리의 맛의 방주 생산물들을 선보일 예정이다.

※슬로푸드문화원에서는 사라져가는 생물종과 관련된 향토음식에 대한 제보를 받고 있습니다.
(이메일 접수 : fourmis84@hanmail.net)

‘맛의 방주’ 선정 기준
1)특징적인 맛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 맛은 지역의 전통과 사용등의 상황에 비추어 정의된다.
2)특정 집단의 기억과 정체성과 연결된 것이어야 한다. 특정 지역에서 긴 세월 동안 존재했던 다양한 종의 채소, 환경 친화적인 가축이어야 한다.
3)그 지역의 환경·사회·경제·역사와 연결되어 있어야 한다.
4)농민이나 소규모 가공업체에 의해 제한된 양으로 생산되어야 한다.
5)미래에 소멸될 위기에 처해 있어야 한다.
6)식품의 원료가 특정지역에서 생산된 재료이거나 그 지역에서 조달된 것이어야 한다.
7)식품생산에 이용된 보조적인 재료(양념, 조미료 등)는 다른 지역에서 생산된 것일 수 있으나, 식품 자체는 전통적 방식으로 생산된 것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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