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엄마는 마을회의 갔는데, 너의 엄마는 어디 갔니”

초등학교 2학년과 3학년인 우리 아이들이 소꿉놀이를 하며 나온 말이다. 마을회의라는 말이 내 귀에 닿자마자, 나는 아이들의 놀이를 그제서야 돌아보았다. 분주하고 바쁘고 짐이 많은 엄마가 서둘러 마을회의에 갔고 언제 올지는 전혀 모른다는 현실반영이 짙은 설정이었다. 아이들은 난데없이 내가 보고 있는 게 의식되었는지, 겸언쩍은 듯 “엄마, 왜 보는데”하며 웃다가 결국 놀이의 방향을 돌렸다. 쩝, 더 보고 싶은 나는 못내 아쉬웠다.

얼마 전 나는 실제로 두 군데 마을회의에 다녀왔다. 하나는 용산단위의 마을회의였고 다른 하나는 서울시 25개구 단위의 마을회의였다. 두 군데 모두 공모사업에 관한 안건으로 진행이 되고 담당 공무원들도 함께 하는 방식이다.

공모사업의 양은 넘치는 것 아닌가 싶을 만큼 많다. 서울시 마을공동체 종합지원센터의 사이트에는 매일 새로운 메뉴들이 뜬다. 지역의 사업명과 아이템들만 웹서핑을 해도 재미가 쏠쏠할 만큼 새롭고 신선할 때가 있다.

서울시의 마을 만들기

‘마을’이란 말은 이처럼 번지고 있다. 지난 10여 년간 마을이란 용어는 죽은듯한 것이었다. 마치 중산층이 한때 우리 모두를 포괄했던 말처럼. 마을이란 용어는 이제 아이들의 소꿉놀이에서부터 재능있는 개인들의 활로가 되어서, 또한 시민단체의 사안이 되어 지역의 골목골목에 번져가고 있다. 그것은 비단 새로운 아이템으로만 번지는 것은 아니다.

재정적 규모도 크다. 서울시는 올해 22개의 분야의 마을공동체 사업에 222억 원을 지원한다. 이 같은 예산을 들여다보면 거대한 마을공동체형 서울이 조성되고 있음이 보여진다.

엄청나고 놀랍다. 서울시 예산이 이렇게 마을의 골목골목에 쓰일 수 있었는데 우린 이제까지 우리 세금을 어디, 언놈에게 쳐 박으며 살았던 걸까라는 분노의 의문이 부글부글 끓어올라도 지금은 잠깐 접자. 중요하고 핵심적인 문제인 것만을 명심하며…

우리 마을, 용산에서도 분주한데

용산도 222억원의 마을공동체 세례를 받고 있는 중이다. 마을의 모든 회의는 마을공동체 조성중이라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공모사업의 묘미는 상상력에 엔진을 다는 것처럼 사업을 풍성하게 한다. 타 구와 마찬가지로 부모커뮤니티, 마을예술 창작소, 청소년 휴카페, 주민제안사업, 마을기업 등이 시도되고 있다.

구청의 담당공무원도 마을 사람들과 함께 공모사업을 냈고 공모채택이 되어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교육, 강좌 플래카드가 봄물결속에서 펄럭이고 있지만 마을 사람들을 움직이게 하고 모이게 하고 소통하게 하는 참여의 가속은 아직 붙지 않고 있는 상태이다.

마을을 움직이고 살아있게 하려면 마을 사람들이 움직이고 살아있어야 한다.

학교를 바꾸는 일, 일자리를 만드는 일, 재래시장이 기능을 찾는 일, 구의원들이 보다 진보적이며 실질적으로 예산을 짜는 일, 국회의원과 시의원을 견제·감시하는 일 등도 병행되어야 한다. 이러한 일들이 마을의 주변부로 밀리면 안 된다.

이러한 문맥을 가지고 마을을 조성해야 한다. 아무리 예쁘고 곱고 의미가 많은 단어라 해도 마을의 문맥에 맞지 않는다면, 또는 아무리 거칠고 단순한 단어라 해도 마을의 문맥에 맞는다면 과감하게 취사선택하며 선택 후 자생적으로 마을의 움직임으로 살아나는가를 타진해야 한다. 고민과 아픔과 답답함 없이 마을 사람들을 모아가며 마을 공동체를 쌓아간다면 돼지 삼형제의 건초집 인양 바람에 나부끼듯 훅 꺼질 수 있다.

그런 탓에 꽃잎 떨구는 4월의 나긋나긋한 봄바람도 달리 느껴져야 하지 않을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