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송정은 (사)희망먹거리네트워크 식품안전위원

학교급식의 ‘친환경’ ‘무상’ 급식 시대를 맞아(전국 초·중·고교 10개교 중 7개교는 무상급식 시행중) 전국적으로 친환경급식에 대한 열의와 노력이 계속되고 있습니다.

학교급식 지원조례에 따르면 ‘식재료란 급식을 목적으로 조리·가공하는데 사용되는 음식의 원재료로서, 유전자변형이 되지 않고 「식품위생법」의 기준에 따른 안전한 농·수·축산물과 그 원료로 제조·가공된 식품으로, 이력추적이 가능하여 유통경로가 투명한…’이라고 정의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아직 친환경학교급식은 1차 농산물 위주로 진행되고 있고 축산물과 수산물에 대한 안전기준도 충분하지 않으며, 현재 공급되고 있는 식재료 중 가공식품의 안전성에 대해서는 어떠한 지침이나 기준 및 권고사항도 없는 상태에서 개별 영양(교)사의 인식에 따라 선정되고 공급되고 있는 현실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질 좋은 친환경농축산물을 안전성이 확정되지 않은 화학적합성첨가물로 만들어진 양념으로 버무려 먹는 기이한 구조의 친환경급식이 이루어질 가능성이 있습니다.

또한 전면무상급식 실시 이후 수익자 부담 경비가 공공재원으로 전환됨에 따라 고정된 예산에 따른 한계, 실제적인 식재료 구입비 인하로 식재료 비용 부족에 대한 의견이 많으며 이것은 가공식재료 품질 저하로 연결되고 있습니다.

안전 식재료 품질기준 마련해야

무상급식을 넘어 진정한 친환경 급식의 실현을 위해서는 축산물과 GMO(유전자조작농산물)의 문제, 수산물과 방사성 물질의 문제, 가공식품의 안전성에 대한 논란이 있는 화학적합성첨가물의 문제, 세부 원료로 사용되고 있는 화학첨가물과 GMO의 문제, 국내산으로 대체 가능함에도 사용하는 수입산 원료의 문제, 환경호르몬의 문제 등을 검토해 공공급식에서의 안전한 식재료 품질기준을 마련하는 것이 매우 중요한 과제입니다.

서울시 학교급식 식재료 상위 품목 현황(2010.3~2011.2)을 살펴보면 가장 많이 사용하는 품목 20위는 우유, 김치, 두부, 가래떡, 고추장, 요구르트, 간장, 콩기름, 어묵, 된장, 만두, 소시지, 물엿, 돈까스, 탕수육, 스파게티, 완자, 토마토케첩, 돼지고기가공품(햄), 설탕으로 조사됐습니다.

그런데 학교급식에서 현재 공급되고 있는 이러한 식재료들 가운데는 점검이 필요한 제품들이 적지 않습니다. 주요 원료의 원산지에 대한 점검, 불필요한 첨가물 등이 많이 포함되어있는 것은 아닌지에 대한 점검, 주원료를 충분히 넣지 않고 값싼 수입원료 또는 화학첨가물로 대체하여 맛을 내는 생산방식에 대한 점검이 되어야합니다.

특히 주원료의 함량을 줄였기에 맛을 보완하기 위해 다양한 화학적인 조미성분이 들어가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는 원료가 충실하지 못함으로 인해 첨가물이 들어있지 않은 제품에 비해서 같은 중량이라도 영양의 불균형을 가져올 수 있게 됩니다.

또한 공장식 대량 생산 방식과 전통적인 방식의 생산 과정에서의 시간과 인력과 원료 비용에 대한 차이를 인정하고 가격이 아닌 식재료가 가지고 있는 건강성과 안전성에 대한 검토가 함께 이루어져야 할 것입니다.

식재료 품질기준의 원칙

안전한 먹거리의 품질기준의 기본 개념은 가공식품 보다는 제철에 나는 자연식품을 많이 먹는 것이 기초가 되어야 합니다. 가능한 모든 식재료는 우리 땅에서 나는 국내산(수급 가능한 원료는 친환경 우선사용)원료를 사용하도록 해야 합니다.

단, 국내생산 및 수급이 원천적으로 어려운 원료인 설탕, 초컬릿, 허브류의 향신료, 후추 등의 경우 예외적으로 수입산을 허용할 수 있습니다. 원재료에 GMO 또는 이를 원료로 사용한 복합 가공품, 방사선 조사 식품은 사용하지 않아야 하며 원료의 가공·유통과정 중 방부제, 표백제, 색소, 착향료, 감미료, 응고제, 안정제, 결착제, 액상과당, MSG(글루타민산나트륨), 각종 시즈닝 등 안전성이 확정되지 않은 화학적합성첨가제를 사용하지 않은 가공식품을 선정해야 합니다.

쇼트닝·마가린등 가공유지는 먹거리의 식감을 좋게 하고 생산성을 향상시키지만 건강에 좋지 않다는 의견들이 많은 제품입니다. 대신 천연유지류를 사용한 식품, 저염 식품, 천일염을 사용한 식품, 당분을 적게 사용한 식품을 우선 사용하는 것이 좋습니다. 양념류, 밀가루, 국수, 수제비, 만두, 두부, 장류, 물엿, 빵류 등 주 사용 품목부터 우리 농산물을 원료로 만든 가공식품으로 바꿔 가는 것이 좋겠습니다.

학교급식은 공공의 영역입니다. 그러므로 우리의 아이들이 먹는 학교급식의 품질기준은 공익성을 기초로 한 안전먹거리의 바로미터의 역할을 할 수 있기를 기대합니다. 현재와 같이 최저입찰가의 기준이 아니라 원료에 충실하며, 우리 땅에서 재배한 우리농산물을 기본으로 하는 안전한 식품을 선택하는 기준이 정립돼 생산의 효율성과 유통의 편리성이 목적이 아닌 아이들의 건강을 목적으로 하는 식품 가공의 올바른 방향성이 이를 통해 제안되기를 기대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각각의 지자체, 급식센터에서 명확한 식재료 품질 기준을 정립하고 이를 토대로 한 물품 구매의 원칙을 세우는 제도적인 틀거리 마련이 필요합니다. 그렇지 않을 경우 시장논리에 따라 가격과 유통의 편리성에 맞춘 식재료가 무분별하게 공급될 수 있는 가능성이 있습니다.

가공식품의 경우, 식품의 안전성 확인을 위한 첨부서류 제출을 의무화하고 원재료에 대한 점검(품목제조보고서, 친환경인증서, 원산지증명서, Non-GMO 구분유통증명, 잔류농약, 중금속등의 각종 이화학 검사)을 지속적으로 해야 합니다. 각각의 생산지 실사도 함께 진행되어야 합니다.

그러나 이러한 작업들을 개별 학교 영양(교)사들이 각각 진행하는 것은 무리가 있으며 비효율적인 업무 과중이 될 것입니다. 지역별 급식지원센타에서 이러한 품질점검을 통합 관리하고 급식지원센타에서 검토한 식재료를 학교에서는 믿고 사용할 수 있도록 하는 통합 관리 시스템이 필요합니다.

급식센터에서는 품질기준에 맞는 식재료를 선정하면서 지역의 가까운 먹을거리, 지역의 로컬푸드를 적극적으로 이용하려고 노력 할 수 있습니다. 이미 국내 친환경을 전문으로 하는 다수의 생산지에서 이러한 품질기준들에 맞추어 생산 관리하고 있으므로 각각의 지자체와 급식센터에서 필요량을 조사하여 안전한 국내산 원료를 계약재배하거나 수매하고, 이를 원료로 직접 계약생산 할 경우 품질기준에 맞거나 오히려 그를 상회하는 안전한 가공식품을 학교급식에 공급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합니다.

현재 모든 품목들을 품질기준에 맞추어 한꺼번에 변경하는 것은 쉽지 않은 일입니다. 그러나 가장 많이 사용하는 품목들과 조리의 기본이 되는 품목들을 우선적으로 준비하여 순차적으로 계획한다면 가공식품까지 원재료에서 안전한 친환경 학교급식을 실현하는 것이 요원한 일은 아닐 것입니다.

또한 학교급식에서 명확한 품질기준을 제시한다면 기존의 생산업체들에서도 이 기준에 맞는 먹거리를 만들어 공급하기 위해 노력하게 될 것입니다.

올바른 정착을 위한 과제

안전한 먹거리가 학교급식에서 잘 정착되기 위해서는 교육과 행정과 시스템에서 전 방위적인 지원이 있어야 할 것입니다. 특히 안전한 먹거리와 우리농산물의 귀중함, 건강한 식사에 대한 기초적인 교육이 병행되지 않는다면 안전먹거리의 정착 속도가 늦어질 수 있습니다.

급식을 먹는 아이들에게 건강하고 안전한 먹을거리가 무엇이고 그것을 통해서 자신의 몸과 마음이 얼마나 건강해질 수 있는 것인지, 그리고 먹을거리를 생산하는 생산자에 대한 감사와 자연으로부터 오는 음식에 대한 고마움을 배우고 느낄 수 있는 교육을 병행하여야 원료에서부터 안전한 친환경 식단이 제대로 안착할 수 있을 것입니다.

학교급식에서의 안전먹거리 품질개선을 위한 노력은 건강한 몸과 마음으로 자라나는 이 땅의 훌륭한 구성원을 키워내는 100년 교육의 기틀이 될 것입니다. 왜냐하면 콩 심은데 콩이 나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얼마나 건강한 것을 먹느냐는 건강한 아이들로 키우기 위한 우리가 할 수 있는 가장 기초적인 교육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