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송정은 (사)희망먹거리네트워크 식품안전위원

식재료의 선정기준

학교급식의 안전한 식재료 선정을 위해서 어떤 것들을 고려해야할까?

첫째, 가공식품 보다는 제철에 나는 자연식품을 많이 먹는 것이 우선이다. 아이들이 제철채소와 과일, 신선한 통곡식을 섭취하면서 몸으로 계절의 흐름을 느끼고 반응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

두 번째, 국내산 친환경농산물을 우선 선정하고 수급이 어려운 것은 국내산 관행 농산물을 사용하도록 한다. 제초제와 토양소독제는 불가하고 성장조절제, 발아촉진제 등 생물을 인위적으로 조정하는 호르몬제는 금지해야 한다. 수입농산물은 가급적 사용하지 않는 것이 좋다.

특히 국내에서 생산할 수 있는 농산물의 경우는 최대한 우리 것으로 먹는 것이 중요하다. 멀리서 배송되는 먹거리는 운송의 과정 속에서도 너무나 많은 석유화학에너지를 소비하고 더불어 옮겨오는 동안에 가지고 있는 본래의 영양소까지도 파괴될 가능성이 크다. 운송되는 과정이 길므로 신선도 유지를 위해서 살균제, 살충제등을 다량으로 뿌리게 될 수 있으므로 키우는 과정 속에서의 농약과 화학비료의 문제뿐만 아니라 그 이후의 처리가 더 큰 문제이다.

셋째, 유지류·단순당류의 과다 사용을 지양하도록 한다.
가공식품의 생산과 소비는 농업이 발달하는 과정 속에서 생긴 필요 불가결한 문제이기도 하다. 왜냐하면 일 년에 한 번 거두게 되는 곡식과 과일들 중에는 제철에 바로바로 소비할 수 없는 잉여농산물이 있기 마련이고 이런 것들은 안전하고 건강한 방식으로 가공하여 소비해야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현재의 가공식품의 발달은 이러한 필요를 넘어서서 그 이상의 가공과 불필요한 식품첨가물의 첨가로 얼룩져있다고 본다. 유통과 소비의 편리성을 위해 건강이 위협받고 있는 것이다.

가공식품의 기준

그렇다면 안전한 가공식품의 선정을 위해서는 무엇을 고려해야 할 것인가?

첫째, 식품의 안전성 확인을 위한 첨부서류 제출을 의무화 하는 것이 필요하다 품목제조보고서, 친환경인증서, 원산지증명서, Non-GMO 구분유통증명, 각종 이화학(잔류농약, 중금속 등) 검사결과 등을 점검해야한다.

둘째, 원재료에 GMO(유전자조작 농산물) 또는 이를 원료로 사용한 가공품은 사용하지 않는다. 특히 복합 원재료 등에 GMO원료와 화학적합성첨가물 등이 첨가되어 있는지 점검해야한다.

셋째, 원료의 가공·유통과정 중 방부제, 표백제, 화학색소, 화학적합성착향료, 합성감미료, 인공적인 응고제, 액상과당, MSG(글루타민산나트륨), 각종 시즈닝 등 안전성이 확인되지 않은 화학적합성첨가제를 사용하지 않는 가공품을 선정한다.

넷째, 국내산(가능한 원료는 친환경우선사용)원료를 사용하고 수입 원부재료를 넣지 않은 가공식품을 사용한다. 단, 국내생산이 어려운 원료의 경우는 예외적으로 수입산을 허용할 수 있다. 예를 들면 설탕, 초컬릿, 허브류의 향신료, 후추 등이다.

다섯째, 용기 및 포장재 또한 환경오염을 최소화 할 수 있는 소재를 선택한 제품을 우선 선정하고 환경호르몬 등이 유출되지 않는 제품을 기준으로 선정한다.

여섯째, 쇼트닝·마가린의 사용을 금지한다. 대신 천연유지류를 사용한 식품을 우선 선정한다. 이런 기초적인 기준으로 제품을 선별하고 빵, 국수, 수제비, 만두, 두부, 장류, 물엿 등 주요 사용품목부터 안전한 우리 농산물을 원재료로 만든 식품으로 바꾸는 것이 좋겠다.

안전한 학교급식의 사례

이러한 학교급식 식재료 선정의 기초개념은 식품첨가물이나 원료에 대한 규제가 강해서 실제로 이러한 기준으로 학교급식을 실현할 수 있을 것인가 하는 의구심을 갖는 분들도 있을 듯하다. 그러나 울산, 광주, 경기 등 몇몇 지자체에서는 이미 급식센터를 통해서 또는 교육청의 공동구매를 통해서 나름의 품질기준안을 만들어 가공식품까지 안전한 학교급식을 시도하고 있다. 아래 그 예를 들어본다.

울산북구급식센터의 경우 안전한 먹거리에 대한 조례제정과 함께 주·잡곡, 두부, 빵, 장류, 면류 등 170여 가지(2012년 기준) 이상의 ‘친환경·생태친화 식재료’를 급식으로 공급하고 있다.

울산북구급식센터는 건강성·안전성·안심성 확보의 원칙으로 조례에 명시한 ‘친환경 급식’의 정의와 이에 따른 친환경·생태친화적 생산·육성·가공 과정을 거친 식재료를 ‘친환경ㆍ생태친화 식재료’ 로 표현하고 있으며 그 기준을 정하고 있다.

각 학교의 식재료 조사를 통해 현황을 파악하고 필요한 품목에 대해서는 급식센터에서 품목제조보고서, 원산지증명서, 친환경인증서 등의 서류를 접수하여 서류검토를 마친 후에 가격협상과 현지 실사를 통해 생태친화적인 급식 품질기준에 적절한 제품을 선정한 후에 전산에 등록하여 주문할 수 있도록 하는 시스템을 마련해 놓았다.

GMO, 화학적합성첨가물, 수입농산물, 트랜스지방, 방사능까지 아직 그 영향에 대한 안전성이 확증되지 못한 물질들에 대하여 작은 위해 가능성도 차단하고자 하는 사전예방의 원칙을 식재료 선정의 원칙으로 진행하고 있다. 기존 시장유통에 적절한 식재료가 아닌 안전성에 중점을 둔 식재료에 대한 원칙을 세우고자 하는 노력이 여기에서 보인다.

개별학교에서 가공식품까지 안전한 학교급식을 실천하고 있는 사례도 있다. 안양서초의 정명옥 영양교사는 무상급식 운동을 함께 하면서 오래도록 가공식품까지 안전한 친환경 급식을 학교 현장에서 실천해오고 있다. 정명옥 선생님은 다방면의 노력으로 비용을 절감함으로서 보다 질 좋고 단가가 높은 재료를 사용할 수 있는 여유를 확보하고 있다.

안전 식재료의 안정적 확보

첫째로 지속적인 대체 친환경 레시피의 개발로 식재료 비용의 절감 노력을 하고 있다. 예를 들어 육류 레시피의 경우 쇠고기 요리를 응용하여 새로운 돼지고기, 닭고기 등 대체 요리를 개발한다든지, 고기요리를 응용하여 고기를 빼고 채식레시피를 개발하는 것 등(채식육개장, 들깨감자탕, 버섯강정 등)이다.

둘째로 원물을 위주로 한 식단을 구성한다. 가공식품은 원물보다 단가가 비싸므로 사용을 지양하며 육가공품인 햄이나 소시지보다는 돼지고기 등을 식재료로 사용하여 급식단가를 낮추고 있다.

셋째로 식재료의 신선도가 급식단가에 매우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므로 검수를 철저히 수행함으로써 손실 비용을 줄인다.

넷째로 조리실무사의 개인적인 역량(요리솜씨, 직무수행능력 등)을 키우기 위해 노력한다. 잔반의 발생량과 음식의 맛에는 조리실무사들의 실력과 이들 간의 협동 역량이 절대적이고 중요하다.

다섯째로 학교급식조리장의 시설(오븐이나 만능조리기의 유무)에 따라 예산을 절감할 수 있다.

여섯째로 배식방법의 개선이다. 서울 수도권의 경우 학교급식은 70~80%가 교실급식을 하고 있는데, 이것은 치명적인 비용 상승효과가 있을 수 있다고 본다. 왜냐하면 식당급식의 경우 대개 배식구가 3~6곳으로써 ‘실제공급량+α(여유분)=배식준비량’인데 교실배식의 경우 교실마다 여유분을 공급해야 하기 때문에 배식필요량이 훨씬 많아지게 될 수 있다.

현장에 답이 있다

마지막으로 교육으로 인한 잔반의 감소로 예산절감이 가능하다고 본다. 안양서초등학교의 경우 2013학년도부터 특히 1학년에게 ‘밥은 생명이다’, ‘밥상은 뭇 생명들의 희생으로 차려 진다‘는 밥철학을 알려주고 이것의 의미를 학생들과 공감하며 나눔으로써 학교급식 밥상을 ‘발우공양’의 수준으로 실천하고 있다 한다.

오랫동안 친환경 학교급식을 현장에서 고민해 온 안양서초등학교 정명옥 선생님의 사례와 제언은 식재료부터 안전한 친환경급식을 실현하기 위한 아주 중요한 현장의 열쇠가 될지도 모르겠다.

이 땅 곳곳에서 원료에서 건강한 친환경학교급식을 위한 노력들이 조금씩 진행되고 있다. 우리는 무엇을 할 수 있을까? 지금은 너무도 작은 꽃봉오리이지만 그동안 건강한 친환경급식을 위해 혼자서 묵묵히 노력해왔던 분들이 작지 않다. 지금부터 시작이다. 시작이 반이다. 이 시작이 언젠가는 건강하고 안전한 친환경급식을 제대로 활짝 피어 낼 수 있을 것이라 나는 믿는다. 반드시!

<필자주> 이 기고문은 지난 6월 3일 국회에서 열린 안전한학교급식품질기준 마련을 위한 토론회의 발제문과 김형근 울산급식센터장님과 안양서초 정명옥 영양교사님의 사례자료를 인용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