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송동흠 우리밀살리기운동본부 사무총장

5월 29일 미 농무부가 오리건 주에서 자생 유전자조작밀이 발견됐다고 발표한 후 한 달이 흘러가고 있다. 현재까지의 모습을 보면 유전자조작밀이 세계 곡물동향에 큰 파장을 불러오고 있지는 않은 것 같다. 발표 이후 주춤하던 국제 밀 가격도 다시 일상으로 돌아간 모습이다. 국제곡물 동향 언론보도에서도 유전자조작밀 언급은 거의 자취를 감추고 있다.

현재 국제곡물시장에서 밀의 가격 변동에 영향을 끼치는 요인은 미국·유럽·러시아 등지의 수확 상황, 세계 최대 콩·옥수수 수출국인 미국의 파종속도와 기후다. 이런 흐름 속에서 7월 선물(先物)을 기준으로 밀은 부셀 당 7달러, 옥수수는 6달러 중반, 콩은 14달러 초반에서 공방을 이어가고 있다. 지난 해 동기와 비교할 때 밀·콩은 약간 싸고, 옥수수는 약간 비싼 정도지만 큰 차이는 없다.

그런데 이 같은 흐름이 7월 이후에도 그대로 이어질 것인가?

항상 돌발변수로 가격의 큰 변화를 가져올지 알 수 없는 것이 국제 곡물시장의 움직임이다. 지난해 상반기까지 하락 기조가 점쳐지던 곡물가격이 7월 이후 큰 폭 오름으로 돌아선 것을 우리는 생생히 기억하고 있다. 누구도 예기치 못했던 미국에 반세기 만의 가뭄이 찾아온 것이 그 원인이었다.

같은 이해에서 오리건 주의 유전자조작밀 자생사건도 향후 시장에서 큰 폭발력을 가질 수 있음을 짐작해봐야 한다. 미 농무부 조사 중간발표에서 유전자조작밀의 자연방출이나 상업적으로 팔려나간 증거를 발견하지 못했다는 발표가 나왔다. 그렇지만 이 발표가 유전자조작밀의 자연방출과 상업적 판매 의혹을 완전히 불식시키지는 못하고 있다.

외신에 따르면 미 농무부 조사원이 250농가를 조사하고, 230농가는 직접 인터뷰했고, 100개 이상의 샘플을 조사했지만 유전자조작밀은 나오지 않았다고 한다. 외신은 몬산토사가 2005년 실험 후 유전자조작밀을 보냈다는 콜로라도 유전자원보전센터 등지로 미 농무부 조사가 확대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그럼 이 같은 조사를 통해 오리건주 유전자조직밀의 유입경로가 밝혀질 것인가? 그리고 그 결과가 과연 유전자조작밀의 자연방출과 상업적 판매가 이루어지지 않았음을 증명할 수 있을 것인가? 필자는 자연방출이 실제 상황이라 하더라도 미국의 방대한 밀 경작지를 고려할 때 현 단계에서 그 증거를 확보하기가 결코 쉽지 않을 것이란 생각을 해 본다.

우선 사건이 발생한 오리건주, 오리건주와 같은 판매·수출경로를 갖는 워싱턴 주, 아이다호 주의 밀 경작면적 합만 130만ha가 넘는다. 1998년부터 2005년까지 몬산토사의 유전자조작실험은 16개 주, 279개 농장, 총 면적 약 1,619ha에 걸쳐 이루어졌음도 밝혀져 있다. 2009년 이후에는 하와이와 노스다코타 주에서 새로운 유전자조작밀 실험이 이루어지고 있고, 그 실험이 향후 10년 이상은 지속될 것이란 예측도 함께 있다. 오리건 주 유전자조작밀 자생이 자연방출로 인한 것이라면 나머지 16개 주 그리고 노스다코타 지역 조사도 이루어져야 한다. 그리고 그 결과가 수긍 가능한 수준이 될 때 비로소 유전자조작밀 논란이 잠재워지게 된다.
과연 이것이 가능할까?

일부 네티즌들이 ‘유전자조작밀 사건을 조사하는 것은 건초더미에서 바늘을 찾는 것과 다를 바 없다’고 언급하는 것이 잘 설명해 준다. 몬산토사가 미스테리한 일이라고 하면서 혹 유전자조작농산물 반대 진영에서 고의로 종자를 해당 농장에 갖다 뿌렸을 수 있다고 하는 입장도 이 같은 상황의 반영으로 짐작된다. 외신은 몬산토사의 이 같은 언급이 캔사스, 아이다호 그리고 워싱턴주 밀 농가들이 몬산토사를 법정 고발한 것에 대응하는 성격도 있다고 보도하고 있다.

앞으로의 상황은 어떻게 번져갈까? 지금 당장 오리건 주와 주변 지역 밀 농가들이 크게 긴장하는 모습이다. 우리나라와 일본을 비롯한 아시아 주요국이 이들 지역 밀수입을 보류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 가운데 겨울밀 수확이 7월 초로 다가오고 있다. 9월 이후면 다시 파종을 해야 한다. 그래서 이들 지역 밀 농가들은 미 농무부와 접촉하며 사태를 하루 빨리 해결해 줄 것을 촉구하고 있다.

명확한 해명 없이 사건이 덮어질 때 세계적으로 미국 밀에 대한 불신은 더욱 커갈 것임에 틀림없다. 그 영향으로 농가들이 밀농사를 포기하고 옥수수나 콩 등으로 작목 전환을 할 수도 있다. 그렇게 된다면 국제 밀 공급 시장에 큰 질곡이 생겨날 수 있다.

물론 양적으로는 캐나다, 호주, 러시아, 프랑스 등이 미국 밀을 대체할 가능성은 충분하다. 그렇지만 그 과정은 엄청난 가격 폭등을 전제로 한다.

그만큼 밀과 식량자급에 취약한 나라들의 고충이 막중해 질 것임에 틀림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