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사는 하늘이 짓는다?

농사 경험이 많을수록, 베테랑 농민일수록 농사는 하늘이 짓는다고 말한다. 아무리 노력해도 자연을 거스를 수 없다는 진리를 말하는 것이리라. 또 하나, ‘내년 농사’라는 말이 있다. ‘내년엔 잘 지어야지’하는 미련을 이야기 하는 것이리라. 그 만큼 농사 패턴이 느린 것이기도 하다. 모내기를 30번 하면 30년 세월이다.

그런데 또 다른 하늘이 있다면? 1분이 하루와 똑 같고, 1일이 4년과 맞 먹는 그런 세상이 있다면? 인터넷 공간에서 기후와 토양조건 등 농민들과 똑같은 조건에서 1분이 하루인 삶을 살고 있는 ‘빠른’농민을 만났다.

시간만 빠를 뿐 농사짓는 과정은 농민들과 똑 같을 뿐만 아니라 수확한 농산물을 판매하는 과정도 비슷하다. 물을 많이 주면 과습으로 죽고, 과잉 생산되면 가격이 폭락한다.

지난달 20일 서울 마포구 상암동 누리꿈스퀘어 R&D타워 604호에서 인터넷 게임 형식을 통해 청년 농사꾼들을 양성하고 있는 신개념 농민운동가 ㈜로또 스마트폰 사업부 ‘네오게임즈’의 박동우 대표이사를 만났다.

농과대학 출신으로 학생운동을 하다 제적을 당하기도 하고, 복학 후 졸업해서 농민운동에 뜻을 두고 전남 지역에 투신을 하기도 했던 박 대표는 이후 IT업계에서 전문성을 키워왔다.

<김규태 기자>

▲ 박동우 네오게임즈 대표이사

어떻게 농사게임을 생각하게 됐나.

농사라는 소재를 게임에 도입한 것이 아니라 그동안 IT업계에 있으면서 어떻게 하면 컴퓨터 기술을 농사에 접목할 수 있을까를 고민해 왔다.

농대 출신이라서 그런지 농업의 중요성에 대해 한시도 잊고 산 적이 없다. 갈수록 어려워지고 있는 농업 현실을 안타깝게 지켜만 보다가 마음을 굳히게 됐다. 3년 전인 지난 2010년부터 본격적인 연구에 착수, 지난해 10월 오픈했다.

개발 과정에서 우여곡절 있었지만 지난 6월 네이버 스토어 1위에 등극 하는 등 많은 성과가 있었다. 지난 8개월 동안 120만 다운로드를 기록했고, 데일리액티브유저는 3만명인데, 연령대를 보면 20~30대가 1위 10대, 40대 순이다. 6월 말 현재 레알팜 공식카페 가입회원은 2만1,286명이다.

실제 농사기술과 게임기술이 일치하나.

그렇다. 게임에서도 농사 과정과 똑같이 밑거름을 준 뒤 밭을 갈고 작물을 심는다. 덧거름도 주고 물관리도 실제 작물과 똑같이 해야만 게임이 성공할 수 있도록 했다. 농기계도 이용한다.

농사에 대한 전문성은 서울대 원예학과 전창휘 교수가 담당했다. 날씨 조건도 강원지역 60년간 평균 데이터를 사용하고 있고, 밭을 갈고 씨앗을 뿌리는 것부터 비닐하우스와 스프링클러 등 실제 농사와 똑같은 환경을 적용했다. 작물의 성장단계를 각 작물의 특성에 맞게 세분화하여 에니메이션 효과를 연출, 작물이 자라는 모습을 단계별로 확인할 수도 있다.

유저들에게 실제 농사 경험이 되고 있나.

게임에서 목표를 달성하면 그 자체가 농사 과정이 된다. 물 관리를 잘못 하던가 온도 관리를 잘못하면 작물이 자라지 않는다. 잘 자라던 작물이 하루 아침에 죽기도 한다. 유저들이 믿던 안 믿던 그들이 하는 경험이 실제 농사 조건과 똑같다.

농사를 잘 짓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지만, 아무리 농사를 잘 지어도 제값을 받지 못하면 헛일이다. 레알팜도 마찬가지다. 게임에서도 수요와 공급의 법칙이 그대로 적용된다. 실제와 같이 공급량이 많아지면 싸고 적어지면 비싸다. 시세가 1분마다 바뀐다.

게임에서도 판매 요령이나 기술이 필요하다.

재배된 농산물은 작물의 상태에 따라 특급 상급 중급 하급으로 등급이 결정된다. 물론 등급에 따라 가격이 다르다. 유통기한도 있어서 유통기한이 지날 때마다 한 등급씩 떨어진다. 같은 등급이라도 하루마다(실제시간 1분) 가격의 차이가 나기 때문에 정신을 바짝 차리지 않으면 쪽박을 찰 수도 있다. 농부들의 작물 출하시기와 출하량에 따라 시장가격이 변동되므로 출하 시기를 잘 맞추면 최대 4배의 대박도 맞을 수 있다.

 서로 품앗이를 하며 농사일을 돕고 도우며 삭막한 도시의 이웃과는 다르게 우편과 게시판을 통해 이웃간 친분을 다질수도 있다. 그러다가 서로 눈 맞은 커플이 생기기도 한다. 게임에는 농사에 필요한 다양한 아이템과 일거리들이 기획돼 있어 꾸준히 하다 보면 자신도 모르게 달인의 경지에 오르게 된다. 게임 중간 중간 피로회복제, 생육개선제( 품질개선제) 아이템들이 나와 게임플레이를 돕기도 한다.

재배한 농산물을 택배로 받아 볼 수도 있다. 레알팜의 등급은 숙련자, 전문가, 달인, 신의 등급이 있다. 각 등급에 도달할 때마다 상품으로 레알쿠폰이 지급된다. 레알쿠폰 10장이면 농산물을 택배로 받을 수 있다. 매월 300명의 유저들이 꾸러미를 받아간다.

레알팜 인증과 게이머 농활도 계획중.

게임을 통해 일정 단계에 오르게 되면 자신도 모르게 농사 기술을 터득하면서 실제 농장을 방문했을 때 농장 수준을 평가할 수도 있게된다. 이러한 인재들이 많이 배출되면 레알팜 인증 농가를 선정 하는 등 특별한 활동도 펼칠 생각이다.

게이머들과 함께 실제 농장체험을 하는 ‘게이머 농활’도 계획중이다. 직거래 모델도 연구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