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재관 식량닷컴 이사

유리온실의 추억

1993년 김영삼 정부의 신농정이 시작되고 네덜란드에서 배운다며 첨단농업을 주창했다. 농업도 첨단화해야 한다고 했다. 보조 70%에 자부담 30%는 농가들을 설레게 했고 농촌지역의 힘 있는 유지들을 중심으로 유리온실이 지어졌다.

얼마나 좋은가. 자동으로 천창을 열었다 닫았다하면서 온도와 습도를 조절하고 비닐하우스처럼 매년 혹은 몇 년에 한 번씩 교체할 비용도 들지 않고 초기비용만 많이 들지 지어놓으면 반영구적이라고 선전하고 유리 온실이 지어졌다. 자부담 30%는 거저라는 인식에 농가들이 뛰어들었다. 보조를 받기위해 서로 치열한 경쟁을 했다. 그 유리온실의 추억이 생각난다. 유리온실은 전국 곳곳에 지어졌다. 한 겨울이면 영하 25도까지 떨어지는 강원도 평창에도 지어졌다.

결과는 처참했다. 유리온실을 받은 우리 동네 이장은 결국 빚더미에 올랐다. 요즘 그 유리 온실 안에 비닐하우스를 쳐서 농사를 짓고 있다. 유리온실이 한번 지으면 반영구적인 것이 아니라 계속 보수를 해야 한다. 유리창도 닦아 줘야하고 유리가 깨지면 갈아야 하는데 그 비용이 너무 비싸서 깨진 유리창을 그대로 두고 그 온실 안에 비닐하우스를 쳐서 농사를 짓는 것이다.

유리온실이 성공한 정책이었다면 농민들은 전국 곳곳에 유리온실을 지었을 것이다. 그런데 왜 농민들은 유리온실이 아니라 작업하기 힘든 낮은 비닐하우스 속에서 일을 하고 있을까. 그리고 20년이 지난 오늘 그 당시 지어졌던 유리 온실은 어떻게 되어 있을까? 그리고 그 유리온실을 거쳐 간 많은 농가들은 어떻게 되었을까.

우리지역에 있는 3천 평 유리온실은 주인이 5번 바뀌었다. 아리랑 농장이라고 해서 텔레비전에 숱하게 나왔다. 그 주인은 망하고 그 다음도 망하고 이렇게 주인이 5번 바뀌었다. 정부와 학자들의 잔꾀에 속아서, 70%보조라는 달콤한 말에 속아서 30%의 빚을 진 농민들, 그 유리온실 정책에 대해 찬양을 내놓았던 학자들과 정부는 망가진 농민의 삶을 어떻게 책임질 것인가. 이에 한 걸음 더 나가서 유리온실 첨단농법에 대한 역사적인 평가와 결과에 대한 통계 보고서가 먼저 나와야 한다. 그래야 식물공장을 주장할 최소한의 근거라도 되지 않겠는가.

우리는 식물공장의 결론을 알고 있다

결국 식물공장 주장의 마지막 결론을 알고 있다. 그것은 식물공장이 새로운 미래 첨단산업이고 중요하므로 정부의 보조금을 들이자는 것으로 매듭지어질 것이다.

기업이든 정부든, 영농조합이든 그 누구라도 자기 자신의 돈으로 100% 자부담으로 식물공장 사업을 시행하라. 그리고 그 성과를 보고 농민들이 쫓아간다면 그 때 보조금을 지원해도 늦지 않다. 그것이 지난 유리온실 사업의 뼈아픈 추억을 되풀이 하지 않는 길이다.

자기 돈으로 한다면 미쳤다고 평가할 일들이 제 돈 아니고 정부 보조금이라면 왜 그렇게 화려하게 포장되는지 답답할 노릇이다. 이것은 식물공장에 대한 무지에서 나온 평가일 수도 있다. 하지만 그동안 유리온실의 거짓말에 속아본 농민으로서는 정부 돈을 빼먹기 위해 과학자와 공무원, 건설업체, 시설업체의 합작품이 아니라는 사실을 현실에서 먼저 증명하는 것이 정부 보조금을 투입하기 전에 선행되어야 할 사항이다.

분유가 모유보다 좋다?

어릴 때 부잣집 아이들은 분유를 먹고, 없는 집 아이들은 모유를 먹었다. 분유를 먹은 아이들은 그렇게 실할 수가 없다. 그래서 전국 우량아 대회가 열리고 각 분유회사들이 분유가 얼마나 좋은지 홍보하곤 했다.

그리고 수 십 년이 지난 오늘 날 어떤가? “분유가 좋은가?”, “모유가 좋은가?”

이제 분유회사 직원들도 모유가 좋다는 사실을 인정한다. 그리고 자기회사의 분유가 가장 모유에 가깝게 만들었다고 홍보한다. 아이들 덩치만 키우면 그것이 좋은 것이 아니듯 우리의 인체의 신비 속에 수없이 많은 미량요소들이 상호작용을 한다. 어떤 성분이 어떤 작용하는지 밝혀진 것 보다 밝혀지지 않은 것이 더 많은 것이 생명의 신비이다.

또한 그것은 모유와 분유의 단순한 성분 비교에서만 오는 것은 아니다. 부모와 자녀의 관계와 심장의 맥박 소리와 따뜻한 체온까지 아이의 정서를 키우는 수많은 요소에서 다르다. 그리고 분유통을 삶고 살균하고 하더라도 외부적인 오염의 우려가 더 높다. 늘 휴대가 용이하고 적당한 온도로 신선하게 보관된 어머니 젖을 따라갈 수 없다. 그것이 자연의 이치다.

친환경은 결국 얼마나 자연을 닮아 가는가 하는 것이다. 그것이 에너지를 최소한으로 사용하고 다양한 위험 요소로부터 안전하게 우리 자신을 보호하는 길이다.

식물공장의 첨단 기술은 건강한 먹거리를 위한 것일까

채식동물에게 육식이 가능하도록 기술 개발한 신기술의 결과가 무엇인가. 광우병의 출현으로 인간이 통제가능하지 않은 ‘프리온’이라는 물질을 개발하게 됐다. GMO(유전자조작농산물)의 신기술은 유전공학의 쾌거이지만 결국 프랑스 캉 대학의 쥐 실험 결과에 따르면 쥐의 수명을 단축시키고 발암 비율을 두 배나 증가시키는 위험물질로 규명되고 있다. 공장식 축산 기술이 가져온 구제역과 조류 독감 등 오히려 먹거리를 다루는 기술은 그만큼 더 조심해야 한다. 윤리가 부족한 기술은 오히려 재앙이 될 수 있다.

식물의 필수 영양소를 화학비료로 공급하고 식물의 생명을 이어가게 하는 햇빛을 LED 조명이 대신하게 하는 기술이 과연 건강한 식물을 만들어 내는 조건이 될까. 이것은 식물에 대한 고문이다. 식물을 속이는 인간의 탐욕인데 그것에 식물이 어떻게 대응할지 모른다. 식물생태학을 보면 식물은 자연계의 환경과 해충에 적응하면서 자신의 생태를 변화시키며 진화한다.

인간의 탐욕에 대응한 식물의 반란에 대해 그때 가서 뭐라고 할 것인가. 그때는 몰랐다고 할 것인가. 프리온과 GMO가 스스로 자기를 복제하는 현실에서 어떻게 할 것인가.

에너지를 최소화하는 농법이 첨단농법이고 미래 농업이다

앞으로 지구는 에너지 대란을 눈앞에 두고 있다. 그리고 현재의 식량은 90%가 석유로 구성되어있는 에너지 의존형 농법이다. 이러한 조건이 인류의 미래를 암울하게 만든다. 에너지를 줄이는 농법으로 전환해야만 인류의 식량에 대한 미래가 만들어 질 수 있다.

태양에너지로 가능한 것을 LED로 대체하는 것은 어리석은 일이다. 우리에게 태양 에너지가 부족해서 원자력에 의존하고 있는 전기를 들인단 말인가. 비닐하우스로 가능한 것을 시설로 해서 생산량을 늘린단 말인가. 가락동 시장에 가보라! 채소가 부족한가?

우리는 현재 곡물생산이 부족하다. 식물공장에서 할 수 있는 것이 채소라고 한다. 과채류도 아니고 과일나무도 아니고 그 생산 기술이라는 것이 아직 일천한 것이다. 가격만 맞는다면 얼마든지 순식간에 생산할 수 있는 채소를 생산하기 위해 첨단 시설을 짓는 어리석음을 어떻게 통탄해야 할지 모르겠다.

기업에게 먹거리를 맡기는 것은 돈과 건강을 바꾸는 일이다

기업은 늘 이윤추구가 가장 뚜렷한 목표다. 몬산토사가 GMO를 개발한 것은 인류의 건강이나 식량위기를 걱정해서가 아니다. 몬산토 기업의 라운드 업이라는 제초제를 많이 팔기 위해서 라운드 업에 죽지 않는 라운드업 레디 콩을 개발해서 전 세계에 팔아먹는 것이다.

그것이 인류의 건강을 위협하는 것은 몬산토에게는 결정적으로 중요한 것은 아니다. 그보다 더 나쁜 일도 해왔다. 전쟁 때 고엽제를 만들어 팔던 회사가 아니었는가.

먹거리는 소농이 생산해서 자기 먹고 나머지를 파는 농산물이 세상에서 가장 귀하고 좋은 먹거리다. 먹거리의 기준을 생산성과 효율에 둘 것인가, 건강한 먹거리 생산에 둘 것인가가 명확한 판단의 기준이 돼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