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유정상 기자

지난 5월 30일 전 세계 어느 곳에서도 생산·판매목적으로 재배가 허용된 적이 없는 유전자조작 밀이 오리건주에서 발견돼 소비자들을 경악케 했다.

문제가 된 유전자조작 밀은 미국의 거대 농기업인 몬산토사가 개발한 ‘MON 71800'로 지난 2005년 몬산토사에서 상품화를 중단하면서 격리·폐기 조치했다고 밝힌바 있어, 발견될 수도 없고 발견되어서도 안 되는 것이었기 때문이다.

이에 소비자들의 불안이 가중되자 당사국인 미국은 “단일 사건에 불과하며 해당밀이 다른 지역으로 퍼져나가지 않았다”고 해명했다. 식약처는 “전수조사 결과 해당 지역에서 수입한 밀에서 유전자조작 밀이 검출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 같은 해명도 소비자들의 불안을 말끔히 씻어내지는 못하고 있다. 방대한 수입량에 섞였다면 일일이 찾아내기란 사실상 불가능에 가깝기 때문이다.

문제는 앞으로다. 아직 안전성에 대한 명백한 결론이 나지 않은 ‘유전자조작농산물(GMO)’은 이미 국제곡물시장을 점유하고 있다. ‘식량위기’에 대처하기 위해서는 유전자조작품종 개발이 필요하다고 주장하는 국제 곡물 기업들의 행보도 멈출 것 같지는 않다. ‘이윤’의 대안이 없다면 쉽게 포기하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는 사이 유전자조작농산물을 원재료로 가공된 식품들은 ‘싼 값’으로 포장돼 소비자들 앞에 진열되고 있다. 그렇지만 소비자들이 해당 식품에 GMO 원료가 쓰였는지 알기란 쉽지 않다. 현행법(식품위생법)에 의거 GMO가 원료로 쓰였더라도 ‘주요 원재료 함량의 5순위 밖’이라면 표시의무가 없기 때문이다.

또 변형된 단백질이나 외래 유전자 성분 검출되는 경우에만 표시토록 되어있다. GMO 대두로 만든 식용유라도 그 성분은 단백질이 아닌 ‘지방’이기 때문에 GMO 원료라 하더라도 표시하지 않아도 된다는 것이다.

유전자조작품종 개발에 힘을 쏟는 국제곡물기업들도 자국민과 자문화권에서 많이 소비되는 농산물의 유전자조작품종을 쉽게 내놓지는 못하고 있다. 몬산토사가 과거 유전자조작밀의 상업화를 결국 하지 못했던 이유일 수도 있다.

지금 우리는 돈을 지불해도 반드시 ‘안전한 먹거리’를 살 수 있을 것이라고 장담키 어려운 시대를 살고 있다. 소비자들이 “경제사정이 어렵다”며 외면하고 “바쁘다”는 이유로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는다면, 어쩌면 그것이 “우리의 건강을 위협해도 좋습니다”라는 암묵적인 동의가 될지도 모르는 일이다.

결국 인과(因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