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송동흠 우리밀살리기운동본부 사무총장

7월 들어 우리나라 밀 수매가 대부분 완료됐다. 올해 밀농사에서 주목할 부분은 날씨 불순으로 인한 흉작과 수매중단 후 지속되는 보리가격의 고공행진으로 위축된 밀농가의 생산의욕을 어떻게 고취시킬 것 인가다. 우리밀 산업 진작의 핵심과제가 수입밀 대비 가격경쟁력 확보라는 점에서 무작정 가격 인상만 고집할 수는 없는 상황이다. 밀은 생산자와 수요업자가 함께 중지를 모아 생산계획을 세워나가는 거의 유일한 작목이라는 점에서 합리적 대안이 나올 것이라는 기대 속에서 세계로 눈을 돌려본다.

7월 주요 세계 곡물동향에서 가장 비중 있는 내용은 올해 중국이 이집트를 제치고, 세계 1위의 밀 수입국이 될 것이라는 전망이었다. 7월2째 주 발표된 미 농무부의 세계 밀 수급전망에서 올해 중국 밀수입량을 8.5백만 톤까지 높여 잡은 것이 시초였다.

주요 외신은 중국 최대 밀 생산지 헤난 등이 봄철 서리피해 그리고 수확기 비피해로 품질이 크게 낮아져 상당량의 밀을 사료용으로 전환되게 될 것이며 이에 따라 중국은 고품질 식용 밀수입 확대가 불가피하게 됐다는 현지탐방 보도를 냈다. 한 외신은 올해 중국의 밀수입이 연간 9백만 톤을 수입하는 이집트를 넘어서 1천만 톤에 이를 수 있다고 전망키도 했다. 중국 밀 수입확대 움직임은 현재 국제 밀 가격의 하락을 더디게 하거나 막는 역할을 하고 있다.

7월말 기준 시카고상품거래소 곡물가격은 지난해 동기대비 낮은 수준이고, 올해 초에 비해서는 크게 하락했다. 이는 세계 주요 곡창지대의 작황이 모두 특별한 기상이변 없이 순조롭기 때문이다.

밀은 미국은 겨울밀 수확완료 시점, 프랑스, 독일 등은 한창 수확기로 접어드는 시점인데, 모두 순조로운 작황을 기록하고 있다. 파종기를 맞은 남반구의 오스트레일리아와 아르헨티나도 예년 기후를 전제로 풍년이 들 것이라는 관측 기사도 함께하고 있다. 옥수수와 콩은 미국 작황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고온건조, 콩 개화 부진 등의 관련 보도에도 불구하고, 콩·옥수수도 비교적 순조로운 작황을 보이는 모습이다.

이 같은 흐름에서 곡물전문가와 외신은 향후 곡물가격이 현재보다 좀 더 내릴 수 있다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이는 지금의 옥수수와 콩이 아직 지난 작기에 생산된 구곡을 담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재배면적이 늘어나고, 순조로운 작황을 보이는 콩·옥수수 신곡 수확이 마무리되면 곡물재고도 그 만큼 보충되기 때문에 곡물가격도 현재보다 좀 더 내려갈 것이라는 것이다.

이 같은 전망에 따라 옥수수 12월 선물과 콩 11월 선물이 현재보다 더 낮은 가격에서 거래되는 모습이 전문가들과 외신의 전망을 대변해 주고 있다. 한국 시간으로 7월 25일 오전 시카고상품거래소 밀·옥수수·콩은 부셀 당 각각 6.5달러, 5달러, 14달러 전후에서 거래됐다. 이는 지난 해 이 시기 밀·옥수수·콩이 각각 8.8달러, 7.9달러, 16.5달러 전후에서 공방을 벌이던 것과 크게 대조되는 모습이다.

한편 5월과 6월 큰 관심을 모았던 미 오리건 주 유전자조작밀 자생 사건은 외신에서 거의 다루어지지 않고 있다. 미 농무부 발표의 요지는 미 오리건 주 주변 농장과 종자회사 등을 조사했지만 유전자조작밀을 더 이상 발견할 수 없었다는 것이다. 그래서 이번 사건은 독립된 사건임을 강조한다. 몬산토사는 한 술 더 떠 누군가에 의해 고의적으로 벌어진 사건이라는 주장을 펴고 있다. 그렇지만 이는 주장일 뿐 어떻게 유전자조작밀이 자생하고 있었는지를 전혀 해결하지 못하고 있다. 여전히 미결상태다.

그런 와중에 7월 24일 흥미로운 외신 기사가 나왔다. 캐나다 작물시험장의 유전자조작밀이 기러기 배설물에 의해 옮겨질 가능성에 대한 우려를 담은 2012년 8월 24일자 캐나다 농업부 문서가 있었다는 보도가 UPI통신 등을 통해 나온 것이다. 캐나다 당국은 그럴 가능성이 매우 낮다고 주장하고 있고 그 가능성을 부정하는 내용도 다른 외신을 통해 전해지고 있다. 이 기사는 우려를 담은 문서를 보도했다는 점에서 오리건주 유전자조작밀처럼 지속적인 보도로 이어질 것 같지는 않다.

그렇지만 거위 등 조류에 유전자조작밀이 옮겨질 수 있다는 점은 많은 시사점을 주고 있다. 작물 간 충분한 거리 이격으로 유전자 오염을 방지할 할 수 있다는 주장이 얼마나 허약한 논리인지를 잘 말해 준다. 오리건주 유전자조작밀은 아니었다 하더라도, 앞으로 10여 년간 지속될 것이라는 미국 노스다코타 지역 약 121ha 규모의 유전자조작밀 실험장에 그만큼 주의가 필요함을 말해주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