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과 멋을 찾아가는 일본농촌 대안여행’을 모토로 올해 2월, 5월, 6월, 8월에 진행된 일본 슬로푸드 여행을 소개한다.

이 여행은 일본의 농촌과 음식을 매개로 농장에서 식탁까지의 경험을 배우고 나눠보자는 취지로 슬로푸드문화원에서 제안·자문했고, 기획·현지 가이드·통역은 우프코리아의 일본인 스텝 후쿠야마 코타가 맡고 있다. 올해 다섯 번째 여행은 오는 10월 25일부터 28일까지 3박4일 간의 일정으로 예정돼 있다.

<편집국> (사진=우프코리아 제공)

일본의 일상을 맛보다

이희정((사)식생활교육서울네크워크 이사)

▲ 이희정

일본 슬로푸드 여행을 통해 일본을 깊이 들여다볼 수 있었다는 게 인상적이었다.

누군가를 잘 알기 위해서는 같이 오래 살아 보는 것이다. 하지만 여행은 흘러가는 물처럼 오래 머물 수 없는 특성을 가지고 있다. 이번 여행이 달랐던 것은 일본 사람들이 오래 살았던 집에서 자보고, 그네들이 내내 먹던 음식을 맛보고 직접 만들어도 보고 그리고 그들만의 내밀한 공간인 오래된 동네 대중탕에서 함께 목욕하고, 좁게 이어진 마을 골목길을 따라 걸으며 이집 저집을 기웃거려도 보고, 사람들이 경배하는 신들이 머무는 공간도 방문해보고, 쿄토의 부엌이라 불리는 재래시장에서 물건도 사고, 유명하다는 레스토랑에서 근사한 식사를 맛보는 것이었다.

일본의 유명한 관광지를 본 것이 아니라 사소할 것 같아 보이는 오래된 일본인들의 일상을 맛보는 여행이었다. 한마디로 잘 아는 사람이 아니면 볼 수 없는 속을 본 느낌이 드는 기분 좋은 여행이었다.

▲ 일본의 지역주민, 귀농자들과의 교류. 일본 사람들 역시 한국에 대해서 궁금해 한다. 2월 탐방단 모습.

먹거리로 생생히 일본을 만나다

김혜란((사)한국농촌체험교류협회/우프코리아 상임이사)

▲ 김혜란

당신은 왜 여행을 떠나십니까? 그 대답에 있어 “그 나라의 음식을 맛보려 한다”는 답변을 하는 사람은 선진국시민 이라는 말을 들은 적이 있다. 그 기준에 빗댄다면 난 이번 여행을 통해서 선진국 시민이 되었다.

기존의 여행길에선 가이드 책자를 보고 맛집을 찾아다니거나 때로는 인솔자를 따라다니며 음식을 맛봤지만, 여행의 끝에는 딱히 기억에 남는 음식이 없었던 것은 음식을 혀끝으로만 느꼈기 때문이 아니었을까?
‘한국인, 일본 슬로푸드를 만나다’의 여행은 단순한 먹거리 여행이 아니다.

하나의 음식이 만들어지기까지 농부의 마음과 정성을 곁에서 생생히 들을 수 있는 만남여행이고 한가지의 반찬에 그 지역의 문화와 역사를 엿볼 수 있는 문화여행이기도 하다. 약간의 불편함 속에서 서로 배우고 나눌 수 있는 진정한 대안여행이었다.

▲ 창업 120년째, 무농약 쌀 생산 50년째. 진정한 슬로푸드 식초공장의 맛과 철학을 만나다.

일본 젊은이들이 왜 농업에 관심을 가질까?

김경환((주)지역농업네트워크 영남지사 근무)

▲ 김경환

많은 일본연수를 다녀왔지만 만나는 사람들은 유통관련 기관 관계자 일색이었다. 농가는 없었다. 이번 여행은 그야말로 일본 농촌, 농업의 속살을 볼 수 있었던 좋은 기회였다. 농가민박에서 먹고 자며, 주변에 농민들을 만나고, 지역음식을 맛보고 일본 농촌과 농민의 진면목을 보고 온 듯한 느낌이다.

가장 인상 깊었던 장면이라면 손으로 모를 심고 있는 젊은 농부의 모습들이었다. 알고 보니 이들은 반농반X(半農半X)를 실천하는 사람들이었다. 반은 농사짓고 반은 다른 일을 하는 사람들이라는 것이다. 농고교사, 디자이너, 서예가 등 하는 일도 다양하다.

왜 이 사람들은 농사를 지을 생각을 했을까? 결론은 농촌이 좋고, 농사가 좋은 것이다. 일본의 젊은이들 사이에 왜 농사가 유행처럼 번지고 있을까? 잃어버린 10년 이후에도 좀처럼 회복되지 못하는 일본경기, 그 속에서 취직에 매달리는 청춘들, 경쟁으로 내모는 사회에 대한 염증이 농업으로 승화되고 있는 게 아닌가 유추해본다.

▲ 숙박은 농가민박과 전통가옥에서. 6월 탐방단 모습.

일본의 농촌에서 발견한 삶의 가치와 행복

김혜진(농림수산식품기술기획평가원 전략기획실 근무)

▲ 김혜진

음식, 숙소, 사람 등 모든 것이 힐링 그 자체였던 이번 여행은 조금 특별했다. 마치 시골 할머니 댁에 온 것처럼 사방에 푸른 논밭이 펼쳐진 작은 마을에서 새소리, 물소리를 들으며 좋은 사람들을 만나고 좋은 음식을 먹는 것, 상상 이상의 즐거움과 행복이 기다리고 있었다.
‘반농반X’라는 삶의 방식이 시작된 아야베 시의 모습은 어릴 적 할아버지가 운전하시는 경운기를 타고 드라이브하던 곳, 지금 우리 부모님이 귀농을 준비하시며 작은 농사일을 하고 계시는 그곳의 모습과 매우 흡사했다.
한 가지 특별한 것은 농(農)과 식(食)의 가치를 높이 평가하고, 스스로 농업의 길을 택해 농촌으로 이주한 젊은이들을 쉽게 만나볼 수 있다는 것이었다. 그들의 얼굴에는 웃음이 끊이질 않았다. 먹거리에 대한 관심의 증대로 농촌에서의 여유로운 삶을 추구하며, 그 곳에서 행복을 찾고 있는 일본 젊은이들의 모습에서 우리는 조금씩 변화하고 있는 우리나라 농업의 미래를 볼 수 있었다.

▲ 음식물 쓰레기가 100% 다시 활용되는 농가레스토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