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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운 만큼 느끼고, 느낀 만큼 바뀐 생활슬로푸드매니저 6기생들과의 '맛수다'
“슬로푸드 교육으로 생활 속 구체적인 실천방법 배워”
유정상 기자  |  buksori01@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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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3.10.02  15:03: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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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9월 24일 슬로푸드매니저 양성과정 6기 교육생들을 만나 교육소감과 근황을 들어봤다.

약속시간인 오후 7시가 다가오자, 6기 교육생 김태형 태능배갈비 대표가 가업을 이어 남양주시 금곡동에서 운영하고 있는 음식점으로 슬로푸드매니저 6기 동문들이 하나 둘 모이기 시작했다. 함께 저녁식사를 하면서 ‘어떻게 슬로푸드를 접하게 됐는지’, ‘슬로푸드매니저 교육은 어땠는지’에 대해 들어보면서, 취재 전 ‘혹시 굉장히 까다로운 미식가들이지 않을까’라고 추측했던 생각은 완전히 빗나갔음을 알 수 있었다.

유난스럽다거나 다르지 않았다. 치킨과 패스트푸드를 좋아하는 아이들에게 어떻게 하면 건강하고 안전한 밥을 해먹일 수 있을까 고민하는 주부들이었고, 손님에게 국내산 친환경·유기농 식재료로 만든 음식을 내면서도 한편으로는 “우리 집 갈비탕은 맛없기로 소문나서 고민”이라고 털어놓는 등 매출 역시 고민할 수밖에 없는 사장님이었다.

일상을 살아가는 생활인들의 고민과 체험에 대한 이야기였다. 또 서로의 근황을 염려해주고 격려해주는 모습이 따뜻하고 즐거워 보였다.

만약 이들에게 타협할 수 없는 까다로움이 있다면, 그것은 교육과 체험으로 건강한 먹거리가 중요하다는 확신을 갖고 스스로 세운 저마다의 생활 기준이 아닐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또 특별하다면 교육을 통해 적극적으로 슬로푸드운동에 동참하게 되었다는 점이랄까.

이날 맛수다에는 김원일 슬로푸드문화원 상임이사, 김태형 태능배갈비 대표, 남윤미 슬로푸드문화원 교육팀장, 박연희 슬로푸드체험관 사무국장, 윤유경 2013 남양주 슬로푸드국제대회 조직위원회 컨텐츠개발팀장, 장현예 슬로푸드문화원 사무처장(가나다 순)이 참석했다.

(사)슬로푸드문화원은 농식품부에서 지정한 제17호 식생활교육기관으로 슬로푸드매니저 양성과정 외에도 지미(미각)교육전문가 과정 등 다양한 아카데미를 운영하고 있다. <유정상 기자>

   
▲ 슬로푸드매니저 양성과정 6기 동문들과의 '맛수다' 모습.

김태형(태능배갈비 대표)

   
▲ 김태형
슬로푸드에 빠졌다는 말을 할 정도로 슬로푸드는 매력적이다. 슬로푸드 수업을 듣다보니 사업장에서 실천할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하게 됐다.

그래서 인근 시청직원 등 직장인들의 점심식사로 4,900원 유기농 힐링밥상을 시도했다. 그런데 실천해보니 사업하는 입장에서 되돌아오는 게 1/10 수준도 안 될 때 지속가능할 수 없겠다는 고민이 들었다. 만약 계속 실천하기 위해서는 부족분은 일반 농산물 사용으로 채워야하는 데, 성격상 그렇게 하기 어려워서 포기할 수밖에 없었다. 농민 분들이 유기농도 하고 관행농법도 병행한다는 게 이해가 됐다.

태능배갈비가 문을 연지는 35년째로, 가업을 잇기 위해 주차장, 숯불, 냉면반죽부터 배우기 시작해 외식업에 뛰어든 지는 15년이 됐다.

유기농 쌈채는 2008년부터 사용했다. 당시 남양주에서 유기농인증음식점을 인증해주고 있었는데, 남양주 1호점으로 인증을 받았다. 유기농 식재료를 100% 사용하고 품목을 늘려 나가야한다는 게 선정 조건이었기 때문에 약속대로 유기농 식재료를 늘려왔다.

전남 신안군 임자도에서 생산되는 친환경 천일염, 경기 평택시 오성면에서 생산되는 유기농 쌀, 전북 순창군의 국산콩 된장, 남양주와 경기도 가평·양평군에서 생산되는 유기농 쌈채, 남양주에서 생산되는 유정란과 국산콩 두부, 유기농 중파, 팔당 생협과 한살림에서 구입하는 무농약 통밀가루와 우리밀 부침가루를 사용해왔다.

   
▲ 김원일
이 중 유기농 쌈채와 국산콩 두부는 포기했다. 8가지 중에 2가지를 포기했기 때문에 손님상에 깔아놓는 안내지도 뒤집어 놓고 있다.

가게를 운영하는 입장에서는 재료의 단가도 단가지만 안정적인 공급이 가장 중요한데, 겨울에는 친환경 쌈채를 구하기 어려웠기 때문이다. 기후 때문에 물량이 부족할 때는 벤더들도 유기농 쌈채를 구해오지 못하더라.

손님들이 알아주지 않는 어려움도 있다. 유기농 재료를 쓰는 지 어떻게 믿느냐는 것이다. 친환경을 좋아하는 소비자들은 외식을 오히려 잘 안한다는 점도 있다. 직원, 가족, 친척들도 쉽지 않다. 장남이다 보니 가족들의 기대가 있는데, 다른 가게와 비교 될 때면 더 이상은 어렵지 않을까라는 생각도 드는 게 사실이다.

박연희(슬로푸드체험관 사무국장)

   
▲ 박연희
팔당생협 덕소지역 회원으로 활동하던 중 슬로푸드에 식생활교육 강사 양성과정이 있다고 듣게 됐다. 은행에서 직장생활을 하다가 아이를 10년간 키운 입장에서 이건 내 전문이다 싶었다. 올해 4월부터 슬로푸드 일을 하고 있으니 6개월 됐다.

매니저 과정에서 구체적인 체험을 할 수 있어서 좋았다. 100% 현미는 껄끄러우니 찹쌀을 섞는 방법 등 생활 속에서 실천할 수 있는 방법을 알려줬고, 제철에 먹을 수 있는 음식들도 알게 됐다.

막내 아이가 비염이 심해 한의원, 이비인후과 등 아이를 끌고 안다녀 본 데가 없었다. 남편도 비염이 있고 유전이라 포기해야할 줄 알았는데, 음식을 통해 아이가 낫는 걸 체험했다. 음식을 바꿔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교육을 받기 이전에는 먹거리를 영양소나 칼로리로만 접근했었는데, 고기를 줄이고 현미밥, 채소 등으로 식단을 바꾸고 칼로리에 연연하지 않게 됐다.

매니저 교육을 통해 식생활 교육 강사로 제2의 인생을 살게 됐고, 평생 건강하게 살 수 있는 법을 배웠고, 아이가 낫는 것을 직접 체험했으니 더 설득력 있게 말할 수 있는 것 같다. 매니저 과정 전도사가 됐다.

윤유경(2013 남양주 슬로푸드국제대회 조직위원회 컨텐츠개발팀장)

   
▲ 윤유경
회사생활 8년 동안 혼자 살면서 가공식품을 먹게 됐다. 알레르기 같은 건 약한 사람들만 생긴다고 생각했었는데, 30살 때 알레르기가 생겨서 놀랐다. 병원에서도 진단을 못했다. 회사 밥을 끊고 집 밥과 김치를 먹으니 나았다. 그만큼 음식이 중요하다고 느꼈다.

이후 회사를 그만두고 푸드 스타일 아티스트 공부를 하면서 음식에 대한 본질적인 공부를 할 필요가 있겠다 싶었다. 2011년 4월에 슬로푸드문화원을 방문하게 됐는데, 그때 마침 매니저 양성과정 6기를 접수 중이었다. 교육에 가보니 다 생협 조합원분들이고, 남양주에서 오신 분들이었지만 함께 좋은 수업을 들을 수 있어서 기뻤다.

사찰음식을 만나면서 원하는 공부 방향을 잡을 수 있었다면, 슬로푸드를 만나면서는 생산자에 대한 이해를 넓힐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아직까지는 슬로푸드가 참 좋고 이게 답이라고 생각하는데, 시간이 필요하고 희생이 필요한 일인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실천하시는 분들을 존경한다.

교육 후 국제슬로푸드 대회 준비에 일손이 필요하다고 해서 함께 일을 하고 있다. NGO를 시작하기에 적은 나이는 아니었지만, 사기업에서 8년 근무하면서 NGO에 대한 로망도 있었고 한 번 해보고 싶었던 일이라 돈과는 관계없이 시작하게 됐다.

슬로푸드가 외국 것이라고 외국 것만 좋아하느냐는 질문도 받는데, 외국 것을 무작정 똑같이 하는 게 아니다. 슬로푸드를 잘하려면 굉장히 한국적이고 전통적으로 채워져야한다고 생각한다.

박연희

처음에는 남은 인생 봉사하면서 살리라 마음을 먹고 왔는데, 어느 날 보니 통장에 식생활 강사료 20만 원이 들어와 있었다. 남편이 주는 생활비로만 살다가 이게 웬걸 싶었다. 슬로푸드운동이 직업이 될 수 있으면서 시민으로서 가치 있는 일도 할 수 있겠구나 싶었다.

아이를 다 키우고 다시 일하기를 원하는 주부들이 많다고 본다. 슬로푸드매니저 과정은 다시 사회로 갈 수 있을까 딜레마에 빠진 주부들에게 매력적이라고 본다.

남윤미(슬로푸드문화원 교육팀장)

   
▲ 남윤미
아이 때문에 서울에서 양평으로 귀촌할 정도로 먹거리에 대한 관심이 많았다. 팔당 생협 조합원이었고, 농업에 관심이 생겨 양평에서 농업대학에 다니기도 했다. 농사를 지어 보면서 농사가 쉽지 않다는 걸 깨닫기도 했다. 그런데 결국 먹거리로 돌아오게 되더라.

외식을 하면 아이가 설사를 7~10번씩 했다. 소아과 의사 선생님도 정확한 진단을 하지 못했다. 아이가 먹은 것을 다 적어보라고 해서 2주 만에 막대사탕 때문인 것을 알았다.

또 생협 활동을 했고 주부 10년차 이상이었지만, 요리를 즐기지 못했던 것 같다. 슬로푸드매니저 양성과정을 통해 왠지 요리를 즐기게 될 수 있을 것 같아서 교육을 받게 됐다.

생협을 하면서 먹거리에 대한 생각이 넓어졌다면, 슬로푸드 교육을 통해 한층 더 넓어진 것 같다. 작심삼일하기 쉬운데 작심삼일이 이어져 또 작심삼일이 되고 그렇게 이어가다 보니 작은 변화가 되는 것 같다. 식생활 강사로 활동하다가 2013년부터 슬로푸드문화원에서 실무자로 함께 하고 있다.

장현예(슬로푸드문화원 사무처장)

   
▲ 장현예
강남 논현동에서 살다가 1989년에 팔당으로 이사를 왔다. 유기농에 대해서 알지도 못했고, 아이 아빠 동창이 팔당에서 농사를 짓고 있다고 해서 바로 옆에서 살기 시작했는데, 그동안 내가 살던 방식과는 달랐다. 그 후 10년 동안 생협을 하면서 슬로푸드체험관에서 체험강사로 활동을 했다.

슬로푸드운동을 하면서 가장 좋은 건 실천적이 됐다는 것이다.

생협을 하면서도 사먹어야겠다고만 생각했지 직접 장이나 김치를 담가야겠다는 생각은 하지 못했었다. 어느 날 문득 ‘엄마가 돌아가실 수도 있는데 내가 넋을 놓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동생들도 생협을 하지만 딸 5명 중에 장 담그는 것을 배운 사람은 내가 유일하다. 이렇게 구체적으로 생각하게 해준 건 슬로푸드다. 생협과 슬로푸드의 가장 큰 차이는 조리인 것 같다.

어렵다고 생각하는 게 해보지 않아서 그런 것 같다. 한두 번 해보면 장 담그는 것이 라면 끓이는 것보다 쉽다. 띄운 메주에 소금과 물을 넣으면 끝이다. 아이들과 같이 장을 떠보면서 아이들이 바뀌는 것을 느낀다.

박연희

우리는 끼인 세대다. 슬로푸드를 먹고 자랐지만 우리 아이들에게는 못해준다. 3~40대 엄마들이 사명감 가지지 않는다면 아이들이 맛볼 수 있는 미래는 없다.

김태형

슬로푸드 운동은 올바른 식생활 문화운동이라고 생각한다. 특히 한국식 운동이 필요하다는 생각이다. 10년 전 일본의 반찬사업이 지금 한국에서 성공하고 있다. 반찬 하나라도 좋은 재료를 쓰는 것, 그게 2014년의 올바른 식생활 방향이 아닐까 제안한다.

남윤미

저에게 슬로푸드운동은 3박4일마다 맞는 침이다. 자연에서부터 생산자로 또 먹거리로 모든 게 연결되어 있다. 너무 거창하게 생각하지 않아도 되는 것 같다. 내 생활 속에서 작은 실천을 해나가면 된다.

김원일(슬로푸드문화원 상임이사)

우리는 이미 맛의 즐거움을 공유하고 있기에 그것이 슬로푸드운동을 쉽게 내려놓지 않고 꾸준히 할 수 있는 힘이 아닌가 생각한다. 즐거움이 우리의 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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