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은진 원광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몇 년 전, 오랜 기간 학교급식을 친환경으로 해야 한다는 많은 주장에도 불구하고 미동도 없던 교육계에 새바람이 불었다. 유행처럼 친환경무상급식을 공약화한 것이다. 소위 시민단체에서 지지하는 ‘진보’교육감 후보자들이 모두 친환경무상급식을 공약으로 내걸었고 거기에 거는 기대는 상당했다.

우리가 급식에서 흔히 비교하는 미국의 학교급식은 1970년대에 시작되었다. 당시 미국에서 학교급식을 시작한 가장 큰 이유는 잉여농산물을 처리할 수 있는 가장 편리한 방법이었기 때문이다. 1990년대 본격적으로 학교급식을 시작한 우리나라도 예외는 아니어서 상당수의 경제학자들이 학교급식의 조기시행을 주장하면서 그 이유로 남아도는 쌀 소비의 촉진을 들었을 정도다.

적어도 우리나라에서는 학교급식에 관한 한 ‘우리 아이에게 따뜻한 밥 한 끼를’이 중요한 이유로 거론되었으니 미국보다는 좀 낫다고 자위할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우리는 급식을 생각하면서 정말 따뜻한 밥 한 끼를 생각했는지 아니면 아침마다 고민해야 할 도시락반찬으로부터 해방되는 것을 꿈꿨던 것인지를 냉정히 되짚어 봐야 한다.

올해 들어 우연한 기회에 전라북도의 학교급식현황을 접하게 되었다. 그리고 알게 된 놀라운 사실은 친환경급식을 하고 싶어도 없어서 못하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 문제는 비단 전라북도만의 문제가 아니라 전국적인 문제라는 사실이었다. 이것이 바로 우리가 친환경급식과 관련하여 첫 단추를 잘못 꿰었다는 것을 확인해주는 것이기도 하다.

친환경급식이 가능하기 위해서는 공약도 중요하지만 장기적으로 친환경급식으로의 전환을 위한 전략이 필요했지만 그런 전략을 제대로 세우지 못했다. 선거운동기간이나 당선이 된 이후에나 어느 지역 하나 친환경급식으로의 전환을 위해 농민단체들과 전략을 세우기 위해 머리를 맞댔다는 소식을 접해본 적도 없고 실제 그런 준비가 진행되었다는 소식을 본 적도 없다. 그저 학교는 학교대로 친환경농산물을 구하고, 농민은 농민대로 친환경농사 원하는 사람만 하고, 지역마다 학교마다 천차만별의 양태로 ‘친환경급식’을 수행하고 있을 뿐이다.

“생산기반 준비해나갈 때 진정한 친환경급식 가능”

그렇게 야심차게 시작한 친환경급식이 몇 년이 지난 지금 이런 모습을 보이는 것은 단 한 가지의 이유다. 적어도 땅 한 평 일구지 않는 도시소비자들 중심의 사고가 그 후보자들의 그것과 다르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것은 밥상에 올릴 농산물이 없을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는, 어딘가에서 구할 수 있을 것이라는 근거 없는 믿음이 그 저변에 깔려 있기 때문이란 사실을 부인하기 힘들 것이다.

지방선거가 8달 정도 남았다. 이 기간 동안 친환경급식을 위해 우리가 무엇을 할 것인가는 자명하다. 가장 먼저 해야 할 것은 농민들과의 연대이다. 먹을거리를 책임지는 농민들과의 연대는 말 그대로 농민들과 급식을 책임지는 교사 및 학부모 등이 함께 머리를 맞대고 앞으로 농민들은 어떻게 친환경농업으로 전환해 나갈 것인지, 그리고 학교 측은 이를 어떻게 소비해나갈 것인지에 관한 계획을 함께 세우는 것이다.

예컨대 학교급식에 꼭 필요한 농산물들이 무엇이고, 그 양은 얼마나 되는지에 대한 기초조사를 바탕으로 실제 생산이 가능한 농산물과 양은 얼마나 되는지, 앞으로 어떻게 확대해 나갈 것인지에 대한 계획을 세워야 한다.

더 나아가 소비측이 ‘우린 친환경’이라고 일방적으로 주장하는 것이 아니라 ‘함께’ 친환경을 만들어가기 위한 장기적인 청사진을 그려내고 이를 기다려주는 것 역시 필요하다.

기초농산물국가수매제나 지역먹을거리운동이 중요한 것은 바로 이런 계획 때문이다. 서로 다른 것이 아니라 이것들이 함께 어우러질 때만이 친환경급식은 가능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