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시교육청

4일 서울시교육청이 내년도부터 시행하겠다고 발표한 「학교급식 식재료 구매방법 개선방안」을 두고 반발 여론이 거세다.

교육청은 개선안의 중점을 ‘학교의 선택권과 자율성 확대’에 뒀다. 학교급식 식재료 구매 수의계약 범위를 일반업체와 공공기관인 서울친환경유통센터 모두 1천만원으로 단일화 했고, 친환경식재료 사용 권장비율도 공립초, 중학교 각각 현행 70%, 60%에서 일괄 50%로 하향 조정했다.

교육청이 내놓은 개선안은 학교급식에서 자율성 못지않게 중요한 ‘안전성’, ‘품질’, ‘비리 차단’ 등을 위한 대책으로서는 부실하다는 여론이 모아지고 있다.

그동안 서울시학교급식에서 노출된 문제점들을 보완키 위해 강조됐던 것이 ‘공공성 강화’였다. 뚜렷한 대책 없이 그동안 추진돼 온 서울시학교급식의 방향을 급선회, 과거로 돌아가자는 것과 다름없는 서울시교육청의 개선안에 대해 관련 기관·단체들은 반발하며 철회를 요구하고 있다.

“사후검사만으로는 안전성 퇴보”

시교육청은 안전성 확보 방안으로 새 학기가 시작되는 내년 2월까지 학교보건진흥원에 농산물 잔류농약 검사실을 설치, 학교당 연 3~4회 정도(연간 3천8백 건 예상) 검사를 실시하겠다는 계획이다.

한편 내년부터 개선안이 시행되면 현재 식재료 구매액이 월 1천만원에서 2천만원 사이에 있는 서울시 423개 학교(2013년 9월 기준)는 내년부터 서울친환경유통센터를 전혀 이용할 수 없게 됨에 따라, 학교급식 안전성 관리체계가 오히려 퇴보하는 것 아니냐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또 센터를 이용할 수 없게 된 학교는 오히려 학교의 자율 구매권이 축소된 것 아니냐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현재 학교에 공급하는 농산물의 잔류농약성분 사전 검사체계는 국내에서 유일하게 서울친환경유통센터만 실시하고 있으며, 연간 검사실적은 학교당 26~29건(연간 2만2천~2만5천 건)이다.

교육청이 내놓은 안전성 확보방안에 대해 김인호 서울시의회 재정경제위원장은 12일 “연 4회 정도 샘플링검사를 실시하는 것으로, 연간 180일 이상 식재료가 공급되는 것을 감안하면 형식적·사후적인 검사에 그치고 말 것”이라고 비판했다.

공급권 둘러싼 ‘유착’은 어떻게?

계약업체 선정 시 학교장 권한만 강조되면 각종 비리가 발생할 소지도 높다. 실제 2010년 학교급식 식재료 납품업체 선정 과정에서 비리가 발생해 교장 100여명이 구속돼 사회적인 문제가 되기도 했다.

이에 교육과학기술부와 국민권익위원회는 학교급식지원센터를 통해 우선 구매하도록 서울시에 권고했다. 오세훈 전 시장과 공정택 전 교육감 시절인 2009년 설립된 서울친환경유통센터는 학교급식법에 따라 식재료 구매방법 개선하고 공공성을 강화하는 차원에서 운영돼왔다.

아이들 식재료…이윤 앞에 품질담보 될까

안전성 뿐 아니라 품질 역시 우려되고 있다. 경쟁입찰방식인 G2B 등 시장기능에만 식재료 공급을 의존할 경우, 납품업체간 과다경쟁으로 단가가 낮아져 이윤을 추구할 수밖에 없는 일반 업체 입장에서는 결국 질 낮은 식재료 공급 유혹을 받기 쉽기 때문이다. 여기에 친환경 식재료 사용 권장 비중이 의무사항에서 권장으로 바뀌고, 비율도 일괄 50%로 줄어 식재료 품질저하 가능성은 더 높아졌다.

전국친환경농업인연합회는 6일 성명을 통해 “서울시교육청이 친환경식재료 사용비율을 낮춘 것은 교육기관이 앞장서 학교급식의 질을 떨어뜨리고 민간 급식업자들의 이윤 추구를 권장하는 것과 다르지 않다”면서 개선안을 즉각 철회하라고 촉구했다.

또 친농연은 “친환경 식재료의 비율을 낮추면 결국 값싼 식재료 사용을 부추겨 아이들의 건강을 위협할 것”이라며 “공공기관이 책임지는 식재료 조달을 확대하진 못할망정, 현재 기준마저 낮추는 문용린 교육감은 누구를 위한 교육감이냐”고 질타했다.

한편 생산기반이 없는 서울시는 판로확보가 문제인 친환경농산물 사용을 통해 학생들의 건강을 증진하면서도 도농상생의 가치를 실현해왔다.

<유정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