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향미 슬로푸드문화원 매니저과정 13기 활동가

영유아 교육 기업인 ㈜유아림 주최로 지난 11월 28일부터 12월 1일까지 4일동안 경기도 고양시 일산 킨텍스 제1전시장에서 제21회 국제유아교육박람회와 제6회 국제영어교육박람회, 제16회 맘앤베이비엑스포, 2013 어린이 건강·성장박람회, 2013 놀이학습 체험활동박람회 등 5가지 박람회가 동시에 열렸다.

슬로푸드문화원도 참가해 오감으로 맛에 대해 단계적으로 체험하는 미각터널체험과 유아 간식 만들기 등 요리를 체험할 수 있는 요리교실을 진행하고, 슬로푸드에 대한 전반적인 이해와 식품첨가물, 편식, 미각 등 매일 다른 주제로 교육하는 식생활교육 등의 미각체험 부스 진행을 통해 환경과 건강 그리고 생산자를 생각해보는 밥상을 담을 수 있도록 노력했다.

슬로푸드 미각터널 체험은 기다리는 가족과 교육부스의 동거 때문에 전쟁 아닌 전쟁을 치러야 한다. 그래서 교육을 끝내고 나면 소음이 귀에 남아 멍멍하다. 선생님들은 그래서 공간에 대한 욕심이 있다.

긴장하며 들어선 킨텍스 박람회장은 주최 측의 비교적 넓고 쾌적한 공간 배려 덕분에 설레임으로 바뀌었다. 아이들의 슬로푸드 체험활동에 주최 측에서도 많은 배려를 하고 있다는 생각을 했다.

체험에 참여한 그룹은 유아들부터 초등학생이었다. 먼저 미각, 시각, 청각, 후각, 촉각 등 오감을 통한 맛을 알아보기 체험이 진행됐다. 매체는 콩을 주로 사용했다.

나는 청각코너를 담당하였는데 익힌 것과 생콩 볶은콩(서너 가지의 우리콩 사용) 차이를 소리로 표현하며 소리에도 맛이 있음을 알게 하는 것이었다.

또한 아이들과 부모들의 일상생활 속에서 콩에 대한 추억을 더듬어 보았는데, 그 추억속의 등장인물은 대부분 할머니나 엄마였다. 물론 드물게 아빠가 시골 할머니네 마당에서 콩을 구어 주었었다고 기억하던 아이도 있었다.

생각보다 많은 아이들이 콩에 대한 추억을 지니고 있었고 두부를 좋아하고 있었다. 슬로푸드문화원을 찾는 체험객들의 수준이 높다는 것을 다시 한 번 느낄 수 있었다.

미각터널체험이 비교적 단순한 프로그램이었음에도 대다수의 아이와 부모들이 흥미를 가지고 즐거워하는 모습을 보며 내가 하는 일에 대한 보람을 느꼈다.

따스한 밥상을 차리기 위해서는 부모에게 시간과 정보와 돈을 주어야 하며, 건강한 밥상을 위해서는 생산자에 대한 가치를 인정해 줘야 한다고 믿는 나는 그 따스한 밥상이 어떤 교육보다 우선할 수 있는 세상을 만들기 위해 오늘처럼 작은 주춧돌을 놓을 생각이다.

가족들이 둘러앉은 밥상의 모습이 귀하게 되고, 그로 인해 가족이 서로가 위로가 되지 못해가는 현실을 볼 때 따스한 밥상을 찾기 위한 나의 노력은 헛되지 않을 것이라 믿는다. 이번 행사에 참여하면서 시간의 고단함을 이겼던 것은 이런 이유에서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