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장경호 농업농민정책연구소 녀름 부소장

친환경 무상급식에 대한 비판이 도를 넘어 흑색선전 수준에 이르고 있다. 친환경 무상급식 정책에 대한 찬반은 당연히 있을 수 있는 것이며 합리적 정책결정을 위한 상호간 토론은 언제든지 환영받아야 한다. 그러나 어떠한 주장과 토론이라 하더라도 사실관계를 왜곡해서는 안 될 것이다.

지난 2010년 지방선거 이후 친환경 무상급식은 빠르게 확산되었다. 사실상 친환경 무상급식을 실현하는 속도에서는 의견의 차이가 있을 수 있지만, 그 방향성에 대해서는 이미 사회적으로 광범위한 합의가 이루어진 상태라고 보여 진다.

그런데 아직도 우리 사회의 일각에서는 현재까지 이루어진 친환경 무상급식의 진전된 성과를 인정하지 않고 과거로 되돌리려는 미몽(迷夢)에서 헤매는 사람들도 있는 것 같다. 서울시교육청이 내년부터 적용하기로 한 소위 ‘학교급식 식재료 구매방법 개선방안’이란 것도 그러한 배경에서 나온 퇴행적인 지침으로 이해된다.

서울시교육청의 퇴행적인 지침이 담고 있는 세부내용의 문제점들은 여러 곳에서 자세히 소개되었기 때문에 여기서 다시 거론하지는 않기로 한다.

다만 이 지침의 밑바탕에 깔려 있는 심각한 거짓말에 대해서는 그냥 묵과할 수 없다. 그것은 이 지침이 “학교장과 운영위원회에게 학교급식의 권한을 돌려주는 것”이라는 주장이다. 마치 지금은 학교장 및 운영위원회가 학교급식 식재료 조달에 관한 권한을 갖고 있지 않는 것처럼 주장하고 있다.

얼핏 보면 그럴듯한 명분인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거짓말에 불과하다. 왜냐하면 지금도 학교급식에 관한 권한은 학교장과 운영위원회에게 있기 때문이다. 학교급식에 필요한 식재료 조달에 관한 권한을 학교장 및 운영위원회에게 부여하는 것이 좋은 것인지에 대해서는 분명히 논란의 소지가 있고, 이와 관련한 학교급식법 개정의 필요성도 제기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논란과는 별개로 실제로는 학교급식법에 따라 지금도 학교급식 식재료 조달은 학교장 및 운영위원회가 결정권을 행사하고 있다. 다만 지금 상태는 학교급식 식재료에 친환경 농산물의 사용비율을 높이기 위해 서울친환경유통센터를 이용하도록 권장하고 있을 따름이다.

서울친환경유통센터를 이용하던 혹은 이용하지 않던 그것은 학교장 및 운영위원회가 결정할 권한을 갖고 있다. 만약 서울친환경유통센터를 이용하지 않고도 학교장 및 운영위원회가 친환경 농산물을 잘 조달할 수 있으면 굳이 서울친환경유통센터를 이용하지 않아도 된다.

문제의 핵심은 친환경 농산물의 사용비율을 높이는데 있는 것이며, 그 목적은 학교급식 식재료의 질을 높여 건강한 급식, 안전한 급식을 진전시키고 궁극적으로는 학생들의 건강을 보호하는데 있다. 그런데 학교장 및 운영위원회가 과거와 같은 경쟁 입찰 혹은 민간 급식업체를 통해서는 친환경 농산물을 안정적으로 조달할 수 없는 것이 현실이다. 그래서 학교장 및 운영위원회가 친환경 농산물을 안정적으로 조달할 수 있는 최선의 경로로서 서울친환경유통센터를 이용하고 있는 것이다.

서울시교육청의 퇴행적인 지침은 달콤한 거짓말을 앞세우고 있지만 실제로는 학교급식 식재료에 친환경 농산물의 사용을 줄이도록 권장하는 것이다. 그 결과로 민간 급식업체는 지금보다 더 많은 돈벌이 기회를 부여받게 될 것이며, 학교급식은 저질급식, 불안급식, 비리급식이 빈번하게 발생했던 과거로 점점 더 퇴보하게 될 것이다.

자신의 주장을 그럴듯하게 포장하기 위해 있는 그대로의 사실을 왜곡하는 것을 흑색선전 혹은 마타도어라고 부른다. 그러한 행태는 비판이나 주장과는 거리가 먼 것으로 자신의 반대편에 있는 사람이나 정책을 음해하고 여론을 조작하는 행태이다. 우리가 알고 있는 역사에서 마타도어와 여론조작의 대표적인 인물은 나치의 선동대장이었던 괴벨스이다. 친환경 무상급식에 대한 마타도어로부터 괴벨스의 냄새가 풍긴다고 하면 지나친 기우일까?

그리고 자신들의 퇴행적인 주장을 뒷받침하기 위해 서울친환경유통센터의 문제점을 거론하고 있지만 사실 그 문제점이란 것도 따지고 보면 자신들과 한통속인 오세훈 전시장과 공정택 전교육감이 저질러놓은 결과라는 것을 분명하게 알아야 한다.

박원순 시장과 곽노현 전교육감은 그 문제점을 개혁하기 위해 인내심을 갖고 개선방안을 찾았고, 그렇게 마련된 개선방안들이 올해 2학기에 겨우 첫 걸음을 뗀 상태이다. 자신들이 저질러 놓은 문제점을 지적하면서, 정작 그 문제들의 온상이 되었던 과거로 되돌아가자는 주장이 얼마나 자가당착인지, 제 얼굴에 침 뱉기와 같은지를 그들만 모르는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