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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치 못했던 2013년을 보내며현장칼럼 / 유재은 영월 우리영농조합법인 대표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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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3.12.31  15:13: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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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재은 영월 우리영농조합법인 대표이사
새해가 밝았습니다. 지난 한 해 안녕하셨는지요? 저도 잘 지냈습니다. 그러나 진정으로 안녕하냐고 물으신다면 안녕하지 못했다고 말씀드릴 수밖에 없습니다.

영월 시골에서 농사를 지으며 뜻을 같이하는 농민들과 하고 싶은 일을 하고 있고 더욱이 집사람과도 일을 같이하고 아이들도 몸 성히 잘 있기에 안녕하지 못할 이유가 없어야 하는 데 안녕하지 못합니다.

2013년에도 제가 일하는 우리영농조합에 많은 농업인들이 각 시·군 농업기술센터 직원의 안내로 견학을 왔습니다. 더러 타 지역 기술센터 직원이 현장 확인 차 방문한 경우도 있고요. 방문한 목적이 잡곡농사를 기술센터의 사업으로 규모 있게 하기위해서이고 견학의 목적은 농업인들이 잡곡농사를 짓도록 하기 위해서입니다.

방문 또는 견학을 오신 분들이 농사를 지으시는 곳을 보면 영월과 같이 논보다 밭이 많은 산간지대가 아니었으며, 논이 전체 경지면적의 70%를 넘는 곳이었습니다. 논에 잡곡을 심기 위해서 우리 영농조합을 살펴보고 이런 저런 질문도 하시고 사진도 찍고 참으로 열심히 하십니다.

그런데 그래서 제가 안녕치 못합니다. 논에 벼를 심지 않고 잡곡을 지으려는 농민과 그걸 행정조직을 통해 지원하는 정부가 아무 문제를 느끼지 않는 상황이 당혹스럽습니다. 쌀이 남아돌고 쌀값은 오르지 않고 쌀농사로 생활에 필요한 돈을 만들기 어려운 상황이 논에 차조나 콩 팥을 심게 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의 쌀값은 우리나라가 가입한 OECD의 다른 나라들과 비교했을 때, 특히 쌀을 주식으로 하는 일본과 비교했을 때 턱없이 싼 편입니다.

그리고 정부는 쌀농사에 대해 소득보전을 하며 그 기준이 되는 쌀값을 국회에서 심의합니다. 그게 합의가 아직 안되고 정부안대로 하자는 여당과 올리자는 야당이 대치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정부안을 만들 때 논농사를 짓는 농민들에게 의향 조사나 공청회를 했다는 애기를 듣지 못했습니다.

아마 논농사를 짓지 않는 저 같은 사람은 알지 못하게 아주 조용히 했을 지도 모르지요. 그러나 이런 것은 지금 정부가 적어도 논농사를 짓는 사람들에게 불통을 하는 것을 넘어 명백하게 우월한 지위에서 ‘갑’질을 하는 것에 다름이 아니라고 생각됩니다. 이게 제가 안녕치 못한 이유입니다.

논에 벼 이외에 많은 작물을 재배함에 따라 올해 거의 모든 밭작물의 가격이 전년 대비 심하게는 절반 수준까지 떨어졌습니다. 정부도 농산물의 가격 안정에 힘입어 물가상승을 목표치에서 잡을 수 있었다고 할 정도입니다. 2014년도 그럴 것이라고 합니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돈이 힘이고 돈을 가진 자들이 ‘갑’질을 하는 것은 법을 위반하지 않는 한 있을 수 있는 일이라 인정합니다.

그러나 아무리 돈이 있고 우월한 지위와 막강한 힘이 있다 하더라도 절대 ‘갑’질을 해서는 안 되는 곳이 정부입니다. 정부 예산이 ‘을’에게서 ‘을’을 보호하기 위해서 나왔으며 그 힘은 ‘을’로부터 위임받은 것이기 때문에 정부의 ‘갑’질은 개가 주인을 무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이 개를 어떻게 해야 할까요? 개집에 목줄을 두르고 있는 초복이는 잡아먹기라도 하면 될 텐데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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