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은진 원광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90년대 처음 학교급식이 시작되면서 ‘급식도 교육이다’라는 구호가 나왔다. 그 처음이 어디에서부터인지는 모르겠지만 이 구호는 급식을 주관하는 주부서가 교육부임을 확인하는 것이었다. 이후 지금까지 급식에 관해서는 교육부, 그 산하의 교육청이 담당하고 있다.

그 후 많은 시민사회단체, 특히 먹을거리에 많은 관심을 가지는 단체를 중심으로 식생활교육의 중요성이 부각되었다. 그리고 당연히 식생활교육의 중심에는 교육현장에서의 식생활교육이 있다.

식생활교육법이 2009년 11월 28일 시행되면서 관심이 점차 높아지고 있다. 그래서인지 언론이나 방송에서도 식생활에 관련된 분야가 과거보다 많은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또한 법 시행의 결과 식생활교육을 담당할 강사양성을 위한 교육도 그 어느 때보다도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다. 먹을거리에 관한 관심이 드디어 교육의 영역으로 승격(?)된 것은 그야말로 환영할 만한 일이다.

그러나 실제 현장에서 이루어지는 교육내용을 볼 때 아쉬운 점이 있는데 그것은 바로 무엇을 가르치고 싶은가에 관한 것이다.

사실 급식교육이나 식생활교육 현장에서 무엇을 가르치려고 하는지는 강사양성을 위한 커리큘럼을 보면 미루어 짐작할 수 있다. 전국적으로 다양한 식생활강사양성기관이 있지만 한 가지 공통점이 있다면 그 교육내용의 상당부분이 밥상에서 입으로 들어가기 바로 직전의 먹을거리를 중심으로 이루어진다는 것이다.

문제는 현재 우리 밥상의 상당부분이 공장가공을 거쳐 이미 반조리 상태 이상의 먹을거리가 주를 이룬다는 것이다. 그 결과 교육의 상당부분이 공장가공을 통한 대량생산에서 나오는 문제점들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그 대표적인 경우가 바로 다양한 식품첨가물의 문제점을 다룬다는 것이다.

즉 어떤 첨가물이 어떤 증상을 보이는가를 따지고 그 첨가물이 그래서 무엇을 먹으면 위험한가에 집중된다. 그러다보니 먹을거리에 관한 교육이 점차 먹으면 안 되는 것을 열거하는 교육이 되곤 한다. 그러나 식생활교육은 그걸로 끝이 아니다.

사실 첨가물의 문제에 집중하다보면 결국 과학과의 싸움이 된다. 먹을거리 안전에 관한 과학적인 검증이라는 것은 학자들에 따라 전혀 상반된 결론을 말하기 일쑤며 그 속에서 소비자들은 혼란에 빠지기 십상이다. 대표적인 경우로 올해 초에 있었던 MSG에 대한 방송을 들 수 있겠다.

그 혼란으로 인해 ‘수십 년을 먹었어도 아무렇지도 않더라’라거나 ‘그렇게 따지기 시작하면 아무것도 먹을 게 없다’라는 이야기를 종종 듣곤 한다. 왜 그런 결과가 나오는 걸까? 그것은 먹을거리 교육에서 가장 필수적인 것을 우리가 놓치고 있기 때문이다.

먹을거리 교육은 우리나라에서의 ‘농(農)’에 관한 것을 가장 먼저 가르쳐야 한다.

우리나라가 그 오랜 세월 무엇을 어떻게 먹어왔는가, 그리고 그렇게 먹었던 이유가 무엇인가에 관한 교육이 우선되어야 한다는 말이다. 예컨대 우리나라 땅이 밀농사가 아니라 벼농사가 잘되는 땅이기에 밀 대신 쌀을 먹었다는 것을 가르쳐야 한다. 더 나아가 쌀로 얻을 수 없는 다른 양분을 얻기 위해 얼마나 지혜롭게 땅에서 나는 모든 식물들을 적절하게 먹을거리로 만들어 왔는지도 가르쳐야 한다.

솔직히 말해서 땅에서 나는 것들로 직접 조리하여 밥상을 차리면 그 복잡한 첨가물의 이름과 증상들을 굳이 알 필요가 없는 것 아닌가 말이다. 그러니 급식교육이건, 식생활교육이건 간에 적어도 먹을거리 교육에서 가장 기본은 ‘농’을 일단 가르치는 것에서부터 시작해야 한다. 그런데 이것만으로도 끝이 아니다.

이 땅에서 나는 많은 먹을거리들을 알기 위해서는 사실 그 이름과 쓰임새를 알아야 한다. 여기에서 먹을거리 교육의 중요한 한 축이 농민, 특히 여성농민이어야 하는 이유를 발견한다. 사실 평생을 도시에서 자란 사람은 시장에서 상품으로 팔리는 작물을 제외하고는 다른 작물들을 밥상에 올리는 것이 쉽지 않다. 이름도 모르거니와 쓰임새도 모르기 때문이다.

그러나 농촌으로 가면 밥상의 주된 책임을 부담하는 여성농민들은 밭에서 뿐만 아니라 인근 야산이나 풀밭에서도 먹을거리를 찾아오곤 한다. 도시사람들에게는 그냥 풀에 불과한 그것들이 여성농민의 손을 거치면 아주 맛난 나물이나 쌈채소로 변신한다.

먹을거리교육에서 무엇을 가르치고 싶은가의 문제는 결국 누구에게 무엇을 배울 것인가의 문제이다.

먹을거리 교육은 처음부터 그 먹을거리를 책임지는 사람들, 즉 농민들이 먼저 가르쳤으면 한다. 그리고 그런 농민들의 가르침에 학문적인 옷을 입히는 수준에서 소위 전문가라 불리는 사람들이 함께 하는 그런 먹을거리 커리큘럼이 절실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