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홍인식 서수원농자재마트 대표

도시의 농사꾼은 잘 모르지만 설 무렵이면 우리나라에서 밭농사 중 가장 중요한 농사가 시작된다. 도시에서도 농촌의 벌판에서도 눈은 녹지 않고 앞으로도 한동안 추위가 지속될 테지만 이미 농사는 시작됐다. 바로 고추 모종 키우기다.

최근의 고추는 보통 육묘기간을 90일 기준으로 한다. 그 가운데 조생종인지, 만생종인지, 세력이 강한 품종인지, 약한 품종인지에 따라 육묘 일수를 조절한다고 보면 된다.

본밭에 정식하는 시기는 지역마다 다르지만 땅이 해동되고 정식 후 고추가 냉해를 입지 않고 자랄 수 있는 가장 빠른 때이다. 그래야 수확할 수 있는 기간도 길어지기 때문이다. 이미 남부지방의 많은 곳은 육묘장에 고추씨가 뿌려져 있을 것이다.

고추는 농업 생산 순위로는 벼, 돼지 다음으로 3위이다. 연간 생산액은 1조원 정도로, 전국의 산과 들에 고추 심지 않는 곳은 없다.

고추하면 매운 맛, 매운 맛은 캡사이신, 캡사이신이 항산화작용을 해 항암, 항노화 효과가 있다는 건 웬만한 분들은 다 알고 계실 것이다. 그 외에도 에너지대사를 증진시켜 체중감량의 효과를 나타내 지방분해와 열 생산을 촉진시켜 비만을 예방한다. 그리고 고추는 비타민도 매우 풍부하다. 비타민A도 많지만 비타민C는 같은 무게 오렌지의 2배, 토마토의 5배, 사과보다 10배 이상 많다고 한다.

한편 고추 재배면적과 생산량은 해마다 줄어들고 있다. 20년 전인 1996년에 9만ha에서 20만여톤을 생산한 반면, 최근에는 4만5천ha에서 10만톤 남짓 생산이 되고 있다.

농지 면적도 줄어들고 인력도 줄어들고 있다. 그나마도 농사짓는 분들은 점점 나이가 들어 노인들 뿐이다. 작황이 좋지 않으면 수확이 적어지는 반면 가격은 올라간다. 그러나 정부는 도시 서민들의 가계에 부담을 준다고 수입량을 늘려 가격을 떨어뜨린다. 그 결과 농가 수입은 반토막이 난다. 반면 작황이 좋으면 가격은 떨어진다. 누가 수매해 주지도 않는다. 고추농가 수입은 지난해에도 떨어졌다.

고추는 중국에서 많이 수입되고 있다. 우리나라 국민들이 소비하는 건고추의 총량 중에 거의 절반이 중국을 비롯한 외국에서 수입되고 있다. 앞으로 중국과 FTA가 체결되면 우리 농업은 다시 한 번 요동치고 고통스런 구조조정의 시기를 지나야 할 것이다.

고추는 재배기간도 길지만 육묘기간도 가장 긴 채소작물이다. 고추 육묘 방법을 모르던 시절, 노지에 씨를 뿌려 고추를 재배하던 때에는 고추를 수확할 만하면 서리가 왔을 것 같다. 하우스를 이용해서 육묘를 시작하면서부터 하우스 안의 땅에 농가가 제조한 상토를 만들어 붓고 그 곳에서 묘를 키웠다. 고추모종을 뽑아서 다발로 묶어서 운반하고 판매도 했다.

그러다 포트를 이용한 육묘를 하게 되었다. 하나하나 낱개로 되어있는 개별포트를 쓰다가 4*4, 5*5로 연결되어있는 연질 플라스틱으로 만들어진 연결포트를 거쳐 현재는 검은색의 직사각형 모양으로 50구, 72구 105구 등 다양한 개수의 육묘용 구멍이 있는 트레이를 많이 이용하고 있다.

포트를 이용한 육묘는 뿌리를 손상시키지 않아 정식 후 활착율도 높아졌다. 대형 육묘장에서는 트레이에 상토를 채우고 씨를 직접 넣지만 일반적인 농가에서 육묘를 하는 경우에는 벼 육묘상자 등에 씨를 먼저 파종하여 어느 정도 기른 후 포트, 트레이에 옮겨심기를 한다. 이렇게 해야 초기 육묘과정의 저온기에 난방비 등의 비용을 절감하며 관리해 나갈 수 있기 때문이다. 이렇게 오랜 기간 많은 사람들의 노력을 통해 고추 육묘기술이 발달해 왔다.

‘묘농사가 반농사’라고 한다. 하지만 고추를 본포에 심는 농부, 도시농부들도 세심한 관리를 해야 한다. 5~6월의 봄 가뭄과 이후 장마와 무더운 여름을 지날 때 농부는 잡초와 벌레와 병들 가운데서 고추를 돌보며 지낸다. 그래야 우리는 고추의 매콤한 과실을 얻을 수 있다.

바야흐로 육묘장의 농부들에 의해 올해 농사도 이미 시작됐다.

▲ 포트를 이용한 고추 육묘

▲ 고추 육모와 함께 시작된 올해 농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