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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김없이 봄은 오고<사는 이야기> 한경임 용인에서 두 아이를 키우는 주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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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4.02.17  15:39: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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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경임 용인에서 두 아이를 키우는 주부
입춘이 지나고 나니 베란다 텃밭에 나도 모르는 사이 봄기운이 찾아 왔다. 여기저기 올라오는 새순들이 너무도 분명한 증거다.

지내놓고 보니 비록 베란다 텃밭이지만 이것저것 맘껏 키우고 싶어 종종거리던 내 마음이 결국 욕심이란 걸 알았다. 그래서 작년에 살아남은 녀석들은 좀 무심하게 내버려 두었다. 어차피 우리집 베란다 환경에 맞는 녀석들만 자랄 테니 말이다.

먹을 수 있으려나 했던 쑥갓과 근대는 요즘 너무 잘 자란다. 쑥갓은 순을 자를수록 더 잘 자란다. 근대와 쑥갓에는 아직도 진딧물이 붙어 있다. 작년까지만 해도 어떡하든 없애려 했는데 지금은 오며가며 가끔 손으로 잡아주는 정도다.

베란다 텃밭에서 자란 쑥갓이 마트에서 사는 쑥갓보다 훨씬 향이 좋다. 씹는 느낌도 아삭하니 싱싱하다. 먹을 때 진딧물이 붙어 있어 여러 번 헹궈야 하고 자세히 살펴야하니 번거롭기는 하다.

하지만 언제부터인지 ‘한두 마리 먹으면 어때?’라고 생각이 바뀌었다. 키워보지 않았다면 기겁을 했을 텐데 말이다. 심지어 끈질기게 근대 순에 달라붙은 진딧물한테 “니들도 근대가 맛있냐?”라고 물어본 적도 있다.

작년 가을에 스티로폼 상자에 심었던 치커리와 상추는 잎이 누렇게 다 지고 나서 뽑아내지만 않았을 뿐 거의 방치됐었다. 아주 죽지는 않아서 가끔 물을 주기는 했다. 그런데 얼마 전부터 자꾸 눈길이 갔다. 마치 밭에 남은 김장배추가 겨울을 나고 봄동으로 태어나듯 새순이 나오기 시작한 거다. 햇살에 비친 연두 속살이 얼마나 부드럽고 고운지 모른다. 꽃보다 고울 지경이다.

작년 김장철에 심은 쪽파는 기대가 큰 만큼이나 실망도 컸다. 싹은 무럭무럭 잘 올라왔지만 통 굵어지지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 녀석도 ‘에라 모르겠다’ 하고 겨우내 무심하게 두었더니 어느새 통통하게 굵어졌다.

처음이라 마음만 앞서 너무 안달복달 했던 거 아닐까 싶다. 쪽파가 잘 자랄 수 있게 지렁이 분변토를 좀 넣어주려고 한다. 파김치는 어렵겠지만 여린 순을 잘라 잔치국수 양념장에 넣을 수 있는 정도면 만족이다.

부피가 커서 냉장고에 늘 한 자리 차지하는 대파. 쪽파를 들여다보다가 생각나서 뿌리가 튼실한 것으로 한 단 샀다. 푸른 잎은 잘라내어 냉장고에 두고 뿌리 달린 흰줄기만 화분에 심었다. 며칠 만에 파란 새순이 쑥 올라온다. 덕분에 냉장고 야채 칸이 헐렁해지고 언제나 싱싱한 대파를 먹을 수 있게 되었다. 쏠쏠한 이 기분 누가 알까.

내일이면 생협에서 주문한 메주가 온다. 올해로 3년째다. 직접 담근 된장, 고추장, 간장은 사서 먹는 것보다 훨씬 맛이 좋다. 장들이 익는 동안 베란다에 퍼지는 큼큼한 냄새 때문에 투덜대기는 하지만 아이들도 장 담그는 걸 직접 보고 손도 빌려줘서인지 좋아한다.

하지만 막상 올해 메주를 주문하려니 장을 담가야할지 망설여졌다. 된장이 익는 동안 곰팡이 때문에 속상했던 기억 때문이다. 간장, 고추장은 그렇지 않은데 된장엔 유난히 곰팡이가 잘 핀다. 첫해는 짜서 맛이 나지 않았고 작년 된장은 맛은 좋은데 좀 싱거워서인지 곰팡이가 너무 많이 피었다. 결국 냉장고에 보관하고 있다.

올해는 간을 좀 더 세게 해서 해보려고 한다. 삼세번이라고 올해에는 무슨 수가 나지 않을까?

   
▲ 치커리
   
▲ 상추
   
▲ 쪽파

 

 

 

 

 

   
▲ 대파
   
▲ 근대
   
▲ 쑥갓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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