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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드 컨시어스니스 3급 인스트럭터 강습을 듣고윤철호 청강문화산업대학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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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4.02.17  16:09: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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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윤철호 청강문화산업대학교 교수
얇게 썰은 사과 한 쪽이 앞에 놓였다. 뭐든지 좋으니 생각이 나거나 느껴지는 걸 써 보란다.

다른 사람들이 무언가를 적는지 힐끔 힐끔 둘러도 보고 무언가 끄적거려 나눠준 종이를 반으로 접었지만, 일부러 일본에서 와 주신 시나가와 아키라 교수(학습원여자대학 환경교육센터)님이 생각한 시간은 ‘아직’이었나보다. 하는 수 없이 계속 끄적거릴 수밖에.

‘사과다. 이렇게 얇게 썰었는데 뭐 맛이 나겠어? 먹어보니 얇긴 하지만, 사과 맛이 나긴 하는데 색이 많이 변하지 않은 걸 보니 자른 지 그렇게 오래되지는 않았나보다.’

시덥지 않은 낙서를 끄적이면서도 혹시 누군가가 볼까봐 대단한 걸 쓰는 양, 손으로 가리기에 더 신경이 쓰였다. 푸드 커시어스니스 3급 인스트럭터 강습은 이렇게 시작됐다.

멜빵바지에 검은색 앞치마를 입고 등장한 교수님. 스스로를 ‘바지락 교수’라며 조개모양 인형을 달은 검은 모자를 쓰고 자신을 소개했다. 비록 곱게 다려진 옷을 입지 않았지만, 시나가와 교수님의 첫인상은 강단에 서 있는 것이 기쁨으로 설레이는 사람으로 보였다.

본래 해양생물을 연구했다는 시나가와 교수는 바지락을 연구하며 지구상의 살아있는 모든 생물의 연결고리를 ‘먹음’에서 찾고 있었다. “인간만이 먹는 것은 아닙니다. 살아있는 모든 것은 먹어요”라는 당연한 말을 듣고는 나도 모르게 고개를 끄덕였다.

씨가 뿌려진 흙, 그 흙으로 내리쬐는 태양과 비와 바람, 꼬물거리는 벌레며 킁킁거리는 동물과 함께 키워진 벼가 쌀이 되고, 밥이 되면 이윽고 할머니는 주먹밥을 만든다.

“쌀알 한 알을 쌀알이 아닌 한명의 사람으로 생각해요. 한 톨 한 톨 소중하게 다루어 주먹밥을 만들면 먹는 사람도 소중하게 먹을거에요. 쌀 한 톨은 아무것도 아닐 수도 있지만, 한 사람 한 사람이 모여 함께 큰일도 해낼 수 있어요. 결국 한 톨의 쌀은 우리의 문화와 역사를 움직이는 원동력이 아닐까요?”

정성스레 주먹밥을 만드는 할머니의 손길이 시나가와 교수를 통해 분명히 전달되는 듯 했다. 정성이 담긴 음식을 먹기 위해서는 정성을 다해 음식을 먹어야 하는 것은 분명하지 싶다.

“아이들에게 정답을 요구하지 마세요. 정답이란 없어요. 지식을 전달해 주는 것으로 교수자 자신을 만족하지 말고 아이들 스스로가 질문하고 답을 할 수 있도록 스스로 생각 할 수 있는 권리를 찾아주세요.”

‘식재료를 소중히 다루고 사랑과 정성을 담아 요리를 만들어야 한다는 것을 어떻게 가르쳐야 학생들의 마음속에 남겨질 수 있을까’라는 오랜 고민 속에서도 ‘딱히, 이거다!’ 싶은 답을 찾지 못했던 터였다. 적어도 시나가와 교수 앞에서 우리 모두는 앞으로 우리가 접해야 할 학생들의 모습이 미리 되어 있었다.

오감을 이용한 수업은 계속 됐다. 물에 소금이나 전분을 타서 맛을 보기도 하고 한국과 일본 된장으로 국을 끓여서 맛을 비교도 해봤다. 멸치를 해부하고 맛을 보았다. 적어도 그동안 머리위에 물음표가 100개는 넘게 달려있었으리라.

내 앞에 다시금 사과 한 쪽이 놓였다. 받았던 사과 한쪽과 지금 여기 이 사과 한쪽. 이제 감히 말 할 수 있다. 관심과 탐구의 대상이 되어 오감을 만족시킬 수 있는 소중한 사과라고 말이다.

   
▲ 시나가와 아키라 교수(좌)와 필자(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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