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장경호 농업농민정책연구소 녀름 부소장

서울시교육청의 독단이 서울 친환경급식의 혼란을 가져온 것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높다.

친환경 식재료 비율을 대폭 줄이도록 하고, 서울친환경유통센터 대신 민간 급식업체를 통해 전자조달로 식재료를 구매하도록 함으로써 학교급식의 안전성을 크게 악화시키는 조치들을 서울시교육청이 밀어붙인 것을 질타하는 의견이 확산되고 있는 추세다.

급기야 지난 3월 11일 서울 영등포구에 위치한 선유중학교에서 집단 식중독 사태가 발생하자 문용린 교육감의 책임을 묻고, 사퇴해야 한다는 주장까지 제기되고 있는 상황이다. 게다가 비슷한 시기에 경기도에서도 공적 조달체계 대신 민간 급식업체를 통해 식재료를 조달한 학교에서 집단 식중독이 발생해 민간 급식업체를 통한 전자조달 방식의 위험성이 더욱 부각되고 있다.

그런데 지금 벌어지고 있는 서울 친환경급식의 안전성 문제는 머지않은 미래에 발생할 우려가 높은 우리 국민 모두의 밥상의 위험을 미리 보여주는 위험신호로 해석한다면 지나친 기우일까?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발효 이후 중국과의 FTA 협상이 현재 진행 중에 있고, 박근혜정부가 뜬금없이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가입 의사를 천명하면서 불과 서너 달 사이에 호주 및 캐나다와 FTA 협상이 타결됐다. 조만간 뉴질랜드와의 FTA 협상도 전광석화처럼 체결될 전망이다.

이 모두가 TPP 가입을 위해 상대방 국가의 동의를 받아낼 목적으로 비싼 입장료를 지불하는 것이다. 또한 호주 및 캐나다에 주는 농축산물의 개방수준은 한미FTA와 비슷한 수준으로 결정되었고, 뉴질랜드 역시 비슷한 수준일 것으로 예상된다.

여기에 그치지 않고 박근혜정부는 국민의 주식인 쌀도 조만간 전면 개방하는 수순을 밟고 있다.

우선 내년부터 쌀시장을 관세화로 완전히 개방하겠다는 것이 정부의 방침이다. 쌀시장의 관세화 전환 이후에는 미국 쌀과 중국 쌀의 관세를 대폭 인하하는 수순이 뒤따를 것은 불을 보듯 뻔하다.

이미 미국은 한미FTA 발효 이후에도 추가로 미국 쌀에 대한 관세 철폐 혹은 대폭 인하를 요구해왔으며, 한국의 TPP 가입을 승인해 주는 대가로 미국 쌀에 대한 관세 철폐 혹은 대폭 인하를 요구할 것이라는 점은 대부분 전문가들의 의견이 일치하고 있다. 만약 미국 쌀에 대해 특혜 관세를 부여할 경우 중국 역시 미국과의 동등한 대우를 요구할 것이다.

국민이 매일 먹는 주식인 밥쌀용 쌀을 한국에 수출할 수 있는 나라는 지구상에서 미국과 중국 밖에 없다고 봐도 무방하다. 이렇게 미국 쌀과 중국 쌀에 대해 특혜 관세를 부여할 경우 한국의 쌀시장은 완전히 빗장이 열리게 되고 국내 쌀농업은 급격히 축소될 것이며, 미국과 중국에서 수입된 쌀이 그 자리를 차지하게 될 것이다.

쌀을 생산하는 농민들이 입게 될 타격과 피해도 큰 문제이지만, 수입쌀로 넘쳐나는 우리의 밥상이 과연 얼마나 안전하고 믿을 수 있을 것인가?

서울시교육청의 무모한 만용은 뒤늦게라도 되돌릴 수 있는 기회가 있지만 쌀시장 전면개방으로 인한 밥상의 위험은 돌이킬 수 없는 것이다.

부자들은 친환경 유기농 쌀을 먹겠지만 대다수 서민과 빈곤층은 안전성을 믿을 수 없는 수입쌀로 밥상을 차릴 수밖에 없는 상황이 온다면 과연 우리는, 우리의 아이들은 행복할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