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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럴 듯한 속임, 정부의 갭(GAP) 홍보급식논단 / 김은진 원광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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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4.04.01  18:47: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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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은진 원광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먹을거리에 관한 관심의 정도를 보여주는 지표는 다양한 법제도로 구현된다. 대표적인 것이 친환경농업육성법, 위해요소중점관리기준(해썹, HACCP) 그리고 최근에 농식품부뿐만 아니라 서울시교육청까지 나서서 홍보하는 농산물 우수관리(갭, GAP)이다.

이 세 제도의 특징을 살펴보면 제도를 어떻게 홍보하느냐에 따라 그 실체적 진실보다는 포장된 거짓이 얼마나 잘 먹혀 들어가는지를 알 수 있다.

사실 이 제도들은 다 장·단점이 있는 제도들이다. 그래서 그 장·단점들을 잘 활용하면 생산부터 소비까지 모든 과정에서 생산자인 농민들과 소비자들이 함께 신뢰를 얻을 수 있지만 그렇지 못한 경우에는 ‘믿을 수 없다’는 불신이 소비자로부터 나올 수밖에 없다.

예컨대 소비자들은 종종 ‘유기농’을 농약, 화학비료를 안 쓰는 먹을거리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유기농은 어디까지나 농민이 생산과정에서 생물다양성, 생물학적 순환, 생물학적 활성 등의 세 가지를 보장하는 생산방법이다. 그 결과 농약이나 화학비료 없이도 가능한 농사방법이다.

그런데 법은 외부투입이 허용되는 것과 안 되는 것으로 나뉜다. 지금처럼 지구환경이 오염된 상태에서 진짜 유기농, 즉 세 가지를 보장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 비가 한 번 내리면 흙과 물이 오염되는 것을 막을 방법이 없다. 물론 옆 밭에서 날아온 농약 역시 농민들에게는 속수무책일 수밖에 없다.

그러나 지금의 법제도는 이런 경우 그 책임은 온전히 농민의 것이다. 유기농은 서서히 질적·양적 발전을 해야 한다. 즉, 세계가 안전하지 않은 다음에는 거의 불가능한 것을 농민들이 힘겹게 이어 나가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종종 언론이나 방송은 단순한 수치만을 가지고 유기농이라고 속였다는 식의 폭로(?)를 한다.

이런 폭로가 지속되면 결국 소비자들은 유기농을 의심하기 시작한다. 유기농을 생산방법이 아니라 품질보장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런 소비자들을 위한답시고 만든 제도가 바로 해썹이나 갭이다. 그러나 문제는 어떤 식으로 포장하고 있느냐이지 좋으냐 나쁘냐가 아니다.

우선 이름부터 보자. ‘농산물 우수관리’, 얼마나 교묘한 말인가? 이 제도가 시범사업이었던 때에는 우수농산물관리(2005년 8월 농산물품질관리법을 개정할 때 처음 등장)로 불렸다. 그 교묘한 단어 덕에 친환경농사를 짓는 농민들이 이 제도에 많은 관심을 보였던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결국 이 제도는 본질이 드러났다. 이것은 생산에 대한 기록 관리이지 생산방법의 관리가 아니라는 것이다.

어느 순간 슬그머니 농산물 우수관리(2009년 6월 농산물품질관리법을 개정하면서 바뀜)라고 이름을 바꾸면서도 이미 몇 년에 걸쳐 우수농산물관리라고 알고 있는 사람들에게 우수농산물관리와 농산물 우수관리가 얼마나 다른 것인지, 왜 법조문을 바꿨는지를 정부는 설명해 주지 않았다. 아니 설명해 주지 않은 정도가 아니라 여전히 이 제도가 우수농산물을 관리하는 제도인 것처럼 호도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제 이 제도의 내용을 보자. 법에서는 ‘각 단계에서 작물이 재배되는 농경지 및 농업용수 등의 농업환경과 농산물에 잔류할 수 있는 농약, 중금속, 잔류성 유기오염물질 또는 유해생물 등의 위해요소를 적절하게 관리’하는 것이라고 정하고 있다.

‘적절하게 관리’라는 것은 무엇을 어떻게 사용했건 그 기록을 잘하면 된다는 말이다. 예컨대 모든 농약에 대해 해당 농산물 수확 후 그 사용내역, 즉 제품명, 대상 농작물 및 병해충명, 사용일자 및 사용자, 사용량 및 사용장소 등을 2년 이상 기록·관리하기만 하면 된다.

이는 화학비료, 흙이나 물 역시 마찬가지이다. 물론 친환경일 경우에는 친환경기준에 맞는 것을 하고 이를 기록하기만 하면 된다. 즉, 이 제도의 핵심은 기록을 잘하느냐이지 어떻게 농사를 지었느냐가 아니라는 것이다.

유기농과 갭은 분명 공통점이 있다. 그러나 초등학생도 아는 ‘집합’은 우리사회에서 교묘하게 홍보수단으로 악용된다. 종종 교집합을 합집합으로, 때론 교집합을 부분집합 또는 전체집합으로 호도한다. 그 대표적인 사례가 바로 갭을 홍보하는 방식이다. 갭이 일반농산물과 친환경농산물을 함께 관리하고 다만 그 기준을 달리하는 것을 ‘우수’라는 글자로 마치 갭이 친환경농산물기준보다 우월한 기준인 듯 교묘하게 속이고 있다.

그러나 이 두 제도는 엄연히 서로 다른 영역을 다루는 제도이다. 다만 공무원이 관리하면서 중복되는 부분이 있을 뿐이다.

그 교집합을 마치 갭이 친환경농산물제도보다 우수한 듯 홍보하는 것, 그것은 속임수이고 더 나아가 국민을 속이는 사기행각이나 다름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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