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쌀 개방 문제를 헤쳐 가는 길급식논단 / 장경호 농업농민정책연구소 녀름 부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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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4.04.16  23:03: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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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장경호 농업농민정책연구소 녀름 부소장
쌀시장 전면개방 문제가 서서히 사회적 이슈로 떠오르고 있다. 정부가 6월말까지 입장을 결정하겠다고 밝힌데 따라 정치권의 관심도 높아지고 있고, 농민단체도 범국민운동본부를 결성해 강력한 대응을 벌이겠다면서 준비에 여념이 없다.

이미 알려진 바와 같이 정부의 입장은 사실상 쌀시장을 관세화로 전면 개방하는 것으로 결정된 것과 다름없다. 다만 요식행위로서 의견수렴 과정과 절차를 핑계로 공식적으로 발표하지만 않았을 뿐이다.

이에 반해 농민단체를 비롯한 범국민운동본부는 관세화 일변도로 흐르는 정부의 입장을 비판하면서 현상유지(standing still)을 대안으로 제시하고 있다.

사실 쌀시장을 관세화로 완전 개방하는 것과 현상유지는 평면적인 대립논리가 아니다. 정부도 인정하고 있듯이 현상유지가 국내 쌀농업을 지키는 최선의 방안이라는 점은 분명한 사실이다. 다만 정부는 현상유지가 실현불가능하기 때문에 관세화로 완전 개방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현상유지가 최선의 방안이라고 인정하면서도 정작 정부는 현상유지를 실현하기 위한 최소한의 시도나 노력조차 하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상대방 국가와 진지하게 협상을 벌이거나 세계무역기구(WTO)에 공식적으로 질의하는 등의 노력은 아예 하지도 않고 그저 ‘현상유지의 가능성이 없다’는 말만 녹음기처럼 되풀이하고 있다.

관세화는 언제든지 우리나라가 선택할 수 있는 카드이다. 관세화보다 더 좋은 방안을 실현하기 위해 모든 노력을 다 시도해보고 난 다음에 마지막으로 선택해도 되는 것이다. 즉 쌀 관세화 완전 개방은 정부 입장에서 매우 쉽고 편안한 길이다.

   
 
그러나 이 길은 쌀농사를 짓는 농민과 국내 쌀농업에는 쌀시장의 전면 개방으로 이어지는, 벼랑 끝으로 가는 길이다. 만약 정상적인 정부라면 비록 어려운 길이지만 쌀농업과 쌀농민을 위해 ‘현상유지’와 같은 최선의 방안을 실현하는데 우선적으로 모든 노력을 기울여야 하지만 지금 이 나라의 정부는 분명히 비정상적인 행태를 반복하고 있다.

관세화만을 고집하는 이 정부는 순진하거나 무능하거나 둘 중의 하나이다.

주지하다시피 선진국은 WTO 농업협정문에 따른 의무이행을 2000년 상태에서 그대로 지금까지 유지하고 있고, 개발도상국은 2004년 상태를 현재까지 유지하고 있다.

이런 상황을 무시하고 관세화로 완전 개방하자는 것은 다른 나라가 추가적인 의무를 이행하지 않더라도 우리나라만 일방적으로 추가적이고 새로운 의무를 이행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과 같다. 총성 없는 전쟁이라는 통상협상에서 이런 식의 순진함은 우리 농업과 농민을 벼랑 끝으로 내몰고 있다.

어차피 관세화를 선택하더라도 이해당사국과의 협상은 피할 수 없다. 현상유지도 협상의 대상이다. 게다가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및 자유무역협정(FTA)과 연계해 쌀도 협상의 대상이 될 가능성이 높다. 결국 주요한 이해당사국과의 협상은 피할 수 없는 문제이다.

그렇다면 처음부터 관세화로 자승자박의 자충수를 두고서 협상장에 나서는 것은 어리석고 무능하기 그지없다. 차라리 연관된 여러 가지 협상을 포괄적으로 진행함으로써 비록 고차원의 방정식을 푸는 것처럼 복잡하고 어려운 협상이 되더라도 결과적으로 그것이 우리의 협상력을 높이고 보다 나은 결과를 가져다 줄 것이다.

쌀 개방 문제를 풀어가는 길은 쉽고 편안한 길이 아니다. 비록 어렵고 힘들지만 복잡한 길을 슬기롭게 헤쳐 가는 것이 지금의 정부가 선택해야 하는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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