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급식실 대인관계에서의 노곤함현장칼럼 / 송미영 수원 매원중학교 영양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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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4.05.01  15:37: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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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송미영 수원 매원중학교 영양사
여기는 교장실. 늦은 오후 모두들 살벌한 눈빛으로 앉아 교장선생님의 말씀을 기다리고 있다. 조리사 한 분이 교장 선생님께 면담 요청을 해서 모두들 교장실로 집합한 상태다. 15명 정도가 들어서니 자리도 부족해서 보조의자를 가지고 온다 어쩐다 한참 부산을 떨고 난 후에야 조용해졌다.

영문도 모른 채 교장실로 불려가서 보니 미리 하소연하러 간 조리사(이하 A조리사)가 있다. 영양사가 조리장 한 명의 말만 들고 자신의 말은 들어주지도 않는단다. 또 조리장은 급식조리실에서 무소불위의 권력을 휘두른다면서 교장선생님께 억울함을 하소연하러 갔던 모양이다.

급식조리실이 이런 상태가 되기까지 어찌 사소한 말다툼이 없었으랴만 교장실보다는 급식실 울타리에서 해결했으면 좋았을텐데 결국엔 사단이 벌어지고 말았다.

A조리사는 본인이 힘들었다고 이야기하지만 솔직히 급식실 인원 모두가 힘들었다. 다른 조리사가 이야기한다. “어제 김치어묵국을 끓였다. 내가 어묵을 5장 써는 동안 A조리사는 1~2장을 썬다. 그럼 같이 국을 끓여야 하는 짝은 A조리사가 못한 몫까지 다 해야 하는 상황이 된다.”

손이 느려서 또는 급식경험이 부족해 일을 못하는 것은 서로 이해하고 돕다 보면 해결된다. 그러나 A조리사는 그게 당연한 것처럼 대응했다.

그게 하루 이틀도 아니고 매번 짝이 될 때마다 반복이 되니 누구도 A조리사와 말을 섞거나 같이 일하려 하지 않는다. 그런대도 본인은 원래 느리니 손 빠른 사람이 좀 더 하면 되지 않겠냐고 한다. 누군가가 도와주니 당연히 자신은 일을 안 해도 된다고 생각을 하는 것 같다. 배식시간 안에 본인이 담당한 조리도 완성해야 하는데 도와주겠다고 본인의 할 일을 두고 올 사람이 누가 있겠는가?

또 다른 조리사는 이런 일이 일어나서 속상하다고 이야기한다. 이런 자리까지 온 것에 대해 교장선생님께 죄송하고 할 말이 없다. 돌이켜 보니 참 우여곡절도 많았다.

이윽고 교장선생님께서 “식단구성을 간단하게 하면 어떻겠냐”고 말씀하신다. 눈앞이 캄캄해지는 느낌이다.

그 후 사단을 일으켰던 A조리사는 퇴직했고 후폭풍은 만만치 않게 몰아쳤었다. 겉으로는 아무도 내색을 안 하지만 속으로는 곪아터진 상태. 그 후 서로 안 맞았던 사람은 하나 둘씩 계속 떠나고 급식실의 상처는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다.

영양사. 남들은 흔히 고상하게 앉아서 식단만 만들면 되지 않느냐고 한다. 그리 쉬우면 당신들이 하라고 소리치고 싶다.

한정된 예산, 정해진 조리시간, 조리종사자의 업무 숙련도, 식중독을 예방하기 위한 조리된 음식의 시간 및 온도관리, 성장기 학생들에게 알맞은 영양량, 피급식자들의 기호도 등 모든 면을 고려하려면 머리가 너무 아프다. 거기에 조리종사자들의 인력관리는 왜 이리 힘든지. 서로 다른 색깔 서로 다른 뾰족한 생각들, 그걸 둥그스름하게 만들어주어야 할 역할을 영양사가 맡아야 하니 조리종사자들의 관리는 날마다 새로운 느낌이다.

어떤 학교는 조리사는 정규직, 영양사는 비정규직으로 근무한다. 그러면 비정규직 영양사가 정규직 조리사로부터 홀대를 받는 곳도 있다고 한다. 적어도 영양사들에게 급식실의 책임자로 자리매김하라고 했다면 조리종사자들한테 무시당하는 위치는 아니어야만 한다.

우리의 자리를 만드는 정책입안자들에게 제발 부탁드리고 싶다. 책임을 주었으면 책임에 걸 맞는 자리를 만들어 주고 서로가 존중하면서 일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달라고.

누구는 정규직이라 사람이고 누구는 비정규직이라 노예인 이런 급식실 환경에서 제대로 된 급식 제대로 된 인간관계가 형성이 될 수 있을까? 이 모든 환경에서 급식을 먹어야 하는 학생들에게 돌아갈 피해는 정말 없는 것일까? 감사한 마음으로 이 음식을 먹고 건강하게 미래사회에 필요한 사람이 되라고 빌어주면서 급식을 준비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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