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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 유기가공식품동등성협상의 본질급식논단 / 김은진 원광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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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4.05.01  15:46: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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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은진 원광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정부가 미국과 유기가공식품동등성협상을 시작하면서 TPP에 관한 이야기부터 GMO에 이르기까지 많은 이야기들이 돌고 있다. 솔직히 이 문제는 이미 10년 전에 예견된 문제나 다름이 아니다. 그러나 아무도 10년 전 우리가 무슨 이야기를 했던가는 까마득히 잊고 기억치 않는다. 지금 당장 당면한 문제를 가지고 끼워 맞추기에 열심이라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 10년 전 우리에게는 무슨 일이 있었을까?

웰빙바람을 타고 유기농 열풍이 불기 시작하면서 유기농이기만 하면 좋다는 일부 소비자들의 바람은 엉뚱한 방향으로 전개되기 시작했다. 농산물을 사서 직접 조리를 해먹던 문화를 버리고 반조리 또는 가공된 식품을 사서 부엌에서의 노동시간을 줄이려는 움직임과 맞물리기 시작한 것이다.

부엌노동의 문제는 사실 가장 먼저 가정 내에서 남성과 여성이 어떻게 분담할 것인가로 풀어야 했다. 만약 그렇지 못하면 어떻게 사회 내지는 공동체가 풀 것인가를 다음으로 고민해야 했지만 자본은 이를 교묘하게 둘 다 부엌 밖으로 나가는 것이라고 호도했다. 그 결과 부엌노동은 가공식품의 이름으로 자본에 의존하는 결과를 낳았다. 이런 초기의 아쉬움은 결국 가공식품시장과 유기농열풍의 만남을 성사시켰다.

2000년대 초반 온갖 이름의 유기가공식품의 수입이 급증하기 시작했고 그에 대한 마땅한 기준이 없었던 우리나라는 그 기준에 대한 요구가 점차 커지기 시작했다. 그렇게 해서 원료를 기준으로 만들어졌던 친환경농업육성법에서 유기가공식품인증제가 도입될 때까지는 오랜 시간이 걸렸다.

그 과정에서는 많은 일들이 있었다. 처음 인증제가 도입된 것은 2007년 식품산업진흥법을 제정하면서부터이고 식약처는 식품표시기준에 유기가공식품 표시에 대한 기준을 만들었다. 그러던 것이 농식품부로 일원화하기로 하면서 2012년 유기가공식품인증제를 포함한 전면개정이 이루어졌다.

문제는 여기에서 불거진다. 식품진흥산업법에는 없던 조항이 들어간 것이다. 그것이 바로 ‘동등성인정’ 조항이다. 왜 이런 조항이 들어갔을까?

2011년 10월 정부가 이 법안을 국회에 제출하면서 ‘외국의 정부 또는 인증기관이 우리나라와 동일한 수준의 적합성을 보증할 수 있는 원칙과 기준을 적용해 이 법에 따른 인증제와 동등한 수준 혹은 그 이상의 인증제도를 운영하고 있다고 인정될 때에는 동등성을 인정할 수 있도록 함으로써 외국과의 통상문제를 해소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기 때문이다.

이것이다. 구더기 무서워 장 못 담근다고 농식품부가 유기가공식품제도를 도입하면서 가장 우선적으로 걱정했던 문제는 어떻게 ‘유기농이라는 것을 바로 세울 것인가’, ‘어떻게 하면 우리 밥상이 안전할 것인가가 아니었다’는 말이다.

그들이 염려한 것은 이런 제도를 하나 만들었을 때(솔직히 처음 만든 제도도 아니었다!) 이를 걸고 넘어질, 아니 걸고 넘어질지도 모르는 불확실한 상황에 맞닥뜨리는 것이었다. 그리고 그들은 그에 저항할 우리 국민들보다 그게 국가 간 차별이라고 주장할 강대국 내지는 농산물 수출국들의 불평을 더 걱정했다는 말이다.

그 이전에도 마찬가지였지만 WTO가 출범한 이후 무역협상에서, 특히 먹을거리와 관련한 무역협상에서 우리 국민들이 무수히 들어왔던 정부의 핑계 가운데 대다수는 ‘그렇게 하면 WTO에 제소된다’는 말이었다. 제소될 것이 뻔하니까 안한다는 말을 너무 당연한 듯이 되뇐 것이 어디 한두 번뿐이겠는가. 제소될 때 되더라도 우리 국민을 위해 이것만큼은 뚝심으로 밀어붙이겠다는 정부를 기대해서는 안 되는가 말이다.

지금 우리나라는 온통 비탄에 빠져있다. 그 와중에 국민 가운데 한 사람이 청와대 게시판에 올린 글을 거의 100만 이상의 국민들이 서로 돌려가며 읽고 있다. 그 글의 주제는 간단하다. 국민의 생명을 최우선의 가치로 여기지 않는 정부와 지도자는 필요없다는 것이다.

이제 그 말을 밥상을 두고 생각해보자. 국민이 안심하고 밥상을 차릴 수 있도록, 적어도 먹을거리만큼은 국가가 어떤 일이 있어도 책임지겠다는 자세를 가지지 않은 정부와 지도자는 필요없다.

이런 단정이 지나친가? 그럼 오늘 당신이 먹었던 밥상을 생각해 보라. 누군가는 유기농이기만 하면 된다고 수입유기농을 먹었을 것이고 누군가는 그저 배를 채우기 위해 원료에 대해서는 별 생각 없이 먹었을 것이다.

유기농을 먹은 당신! 그래서 당신이 좀 나아 보이는가? 오늘 우리가 무엇을 먹었건 우리는 솔직히 이런 정부의 농간에서 한 치의 벗어남 없이 행동한 것이다. 적어도 우리가 스스로 우리 농산물을 밥상에 올리기 위해 끊임없이 고민하며 의식적으로 밥상을 차리지 않았다면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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