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참사 추모분위기 속에 여·야 정치권 모두 요란한 세 과시보다는 국민 안전 등 민생정책공약 위주의 조용한 선거운동을 천명했지만, 서울시에서는 지난 5월 22일 전국적으로 공식적인 선거운동에 돌입한 직후 곧바로 지난 2010년 지방선거 최대 이슈였던 ‘친환경 무상급식’ 공방이 또 다시 수면위로 떠올랐다.

지난해 여름께 보수성향 학부모단체인 공교육살리기학부모연합과 한 서울시의원을 중심으로 서울시 공공 학교급식지원센터 성격으로 운영되던 서울친환경유통센터에 대한 문제제기가 시작됐다. 감사원은 공학연 측의 감사청구에 따라 지난해 9월부터 감사에 착수  5월 22일 ‘학교급식 공급 및 안전관리 실태’ 감사결과를 공개했다.

감사원은 총 243쪽에 달하는 감사결과 공개서에 특정기관을 표적감사기관으로 설정하지 않고, 학교급식 안전관리 업무를 총괄하는 교육부로부터 지원하는 지자체, 시·도교육청 그리고 학교급식 식재료 조달시스템 운영기관인 지방자치단체와 기관 등을 대상으로 하는 전 방위적인 점검 내용을 담았다.

하지만 보수진영 정치권은 감사원의 감사결과가 발표되자마자 ‘무상급식’을 거론키 시작했다. 이는 자녀들에게 안전한 학교급식을 먹이고 싶은 서울 학부모들에게 자칫 무상급식을 둘러싼 선거철 정치공방으로 비춰질 수도 있는 대목이다.

“친환경 무상급식 특혜, 박 후보 사죄하라”

5월 23일 이노근 의원 등 새누리당 의원 5명은 국회에서 ‘박원순 시장의 추악한 친환경 무상급식 특혜의혹을 벗긴다!’는 제목으로 기자회견을 열고 “5월 22일 발표된 감사원 감사결과에 따르면 무상급식을 위해 서울 시내 867개 학교에 보급된 친환경 농산물에서 유해한 농약이 검출되고 원산지를 속인 물품이 납품되는 등 학교급식의 안전성에 심각한 문제점이 드러났다”고 질타했다.

특히 새누리당 의원들은 이날 기자회견을 통해 올해 3월 서울시교육청이 학부모 학교급식모니터링단 연수에서 농약의 안전성을 강조해 진보성향 학부모·시민·급식단체로부터 불거졌던 ‘농약급식’ 논란의 화살을 박 후보 측으로 돌려놓는 듯 했다.

이들은 “서울시가 친환경유통센터 학교 급식기획자문위를 만들어 학교급식을 위한 친환경 식자재 구입 방식을 결정했는데, 기획자문위 자문을 거쳐 구입한 식자재가 수의계약 방식에 따라 시중가격보다 비싸게 구입된 것으로 확인됐다”면서 “또한 친환경유통센터에 납품된 농산물에서 프로시미돈 농약이 검출됐는데도 서울시는 이를 묵살했다”고 비판했다.

특히 이들은 “이 같은 문제는 친환경유통센터 학교급식 기획자문위원장인 A씨와 그의 남편인 B서울시 감사관 등 박 후보 주변 인사들에 의해 저질러진 비리”라고 주장했다.

이와 관련 이들은 △감사원의 검찰 고발 △서울시 친환경 무상급식관련 공급업체 4곳 세무조사 △B씨의 파면 △박원순 후보의 사죄 등을 촉구하고, “박 후보의 납득할 만한 해명이 없다면 관련 수사의뢰를 하겠다”고 밝혔다.

“사실관계 다르다. 감사원 지적은 이미 개선”

박원순 후보 측도 바로 응수에 나섰다. 박 후보 선거대책본부 강희용 정책대변인은 5월 23일 “감사과정에서 드러난 지적사항에 대해서는 당시 서울시 교육협력국이 TF팀을 통해 개선대책을 세웠고 개선되고 있다”며 “감사원이 지적한 잔류농약이 검출된 7개 업체는 영구퇴출조치가 이뤄졌다”고 해명했다.

주변인사들의 비리의혹에 대해서 그는 “특정인의 인사, 관피아 식의 표현을 통해 박 후보와 친환경 무상급식 자체를 공격한 것에 대단히 우려를 표한다”며 “급식기획자문위원장은 비상설 지위로 회의 수당 정도만 받을 뿐이고 한살림, 아이쿱 등 전문가가 참여해 특정인이 업체 선정에 힘을 쓸 수 없다”고 밝혔다.

서울시도 이날 보도자료를 통해 “새누리당의 주장과는 달리 영구 출하 금지가 통보된 농산물이 학교에 납품된 적이 없으며, 농약이 검출된 농산물에 대해서도 공급 중단 조치를 시행했으므로 이를 묵살했다는 주장은 전혀 사실이 아니다”라고 밝혔다.

또 “서울시는 감사원의 지적사항에 대해서는 이미 상당 부분 개선했고 앞으로도 성실히 개선할 예정”이라며 “새누리당이 주장한 비리의혹 등 사실과 다른 주장에 대해서도 적절한 대응조치를 강구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5월 26일 A씨와 그의 남편인 B씨는 이노근 의원 등 새누리당 의원 5명을 서울중앙지발검찰청에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했다.

친환경무상급식과 안전한먹거리 서울연대도 같은 날 성명을 내고 “친환경유통센터에 대한 감사원의 지적사항에 대해 서울시가 겸허히 받아들이고 이미 개선조치가 대부분 이루어졌다”며 “오히려 안전관리 부실과 교육당국의 관리감독 문제점이 주요하게 지적되었음에도 이것이 박원순 전 서울시장의 엄청난 비리의 온상인양 과장하고 측근비리로 몰아가고 있는 새누리당 국회의원들의 행태를 강력히 규탄한다”고 밝혔다.

<유정상 기자>

▲ 엄마의 마음 지난 5월 15일 서울 중랑구 면목동 녹색병원에서 열린 ‘중랑구 친환경 급식 토크콘서트’에 참석한 학부모들이 콘서트를 지켜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