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5월 15일 서울 중랑구 녹색병원에서 열린 ‘중랑구 친환경 급식 토크 콘서트’에서 진행을 맡은 장이정수 중랑구마을넷 대표가 여는 말을 하고 있다.

서울지역은 친환경급식 토크 콘서트가 열리는 곳마다 학부모들의 반응이 ‘놀랠 노’자다.

콘서트 참석 학부모들은 올해부터 서울시교육청이 친환경 식재료 사용권장 비율을 축소하는 등 급식정책을 변경한 것에 대해 자세히 알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보였다.

네 번째 식량닷컴 릴레이 급식 토크는 서울 중랑구에서 열렸다. ‘중랑구 친환경 급식 토크 콘서트’가 지난달 15일 오전 서울 중랑구 면목동 녹색병원 지하강당에서 개최됐다.

이날 콘서트에는 공동주최 단체인 초록상상, 한살림서울생협 북동지부, 울림두레생협, 중랑마을위원회, 아이쿱서울신내점, 사교육걱정없는세상 회원 학부모 40여명이 참석했다.

토크 콘서트 진행은 장이정수 중랑구마을넷 대표가 맡아 오전 10시가 조금 넘은 시각에 시작, 최재관 식량닷컴 대표의 ‘혼합쌀을 아시나요’를 주제로 한 영상기조강연 시청, 올해 변화된 서울학교급식에 대해 전문가 패널과 학부모 간의 질의응답 순으로 진행됐다.

전문가 패널로는 최동근 환경농업단체연합회 사무총장과 박종락 서울시농수산식품공사 품질관리팀 과장이 초빙됐다. 최 사무총장은 학부모들에게 친환경 농업·인증제도에 대해 설명하고 GMO(유전자변형농산물), GAP(농산물우수관리제도)에 대한 보충설명으로 이해를 도왔다.

“교육청의 사후 안전성검사 우려”

박종락 서울시농수산식품공사 품질관리팀 과장은 변경된 서울시교육청의 급식지침에 따른 교육청과 서울친환경유통센터의 안전성 검사 시스템의 차이를 실무경험을 바탕으로 짚어냈다.

그는 “교육청의 안전성검사 방향 중 우려스럽고 합리적이지 않다고 판단하는 부분이 검사시점의 문제”라면서 “교육청의 검사체계는 학교에서 소비가 끝난 다음 시료를 채취해 간이검사를 한 뒤 농약검출 가능성이 있을 때 농관원, 서울대 등에 정밀검사를 의뢰하는 방식”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그는 “정밀검사까지 빨라야 3일 정도인데 부적합 판정이 나와도 식재료는 이미 학교에서 소비가 끝났기 때문에 해당 출하자에게 행정제제만 가할 수 있는 한계가 있다”고 강조했다.

또한 박 과장은 “시교육청 보도자료에 근거해 보면 속성검사는 교육청 산하 학교보건진흥원과 덕성여대 등에서 연간 8,500건 정밀검사는 농관원을 통해 연간 500건을 한다고 하는데, 이는 서울시 한 학교당 연간 7~8건, 2~3건에 그치는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에 반해 서울친환경유통센터는 하루에 100~120건의 검사를 실시해 검사 볼륨에서부터 차이가 난다”며 “센터는 자체적인 정밀검사 장비를 갖추고 친환경 농산물은 속성·정밀검사를 병행하고 있고, 가락시장·강서시장을 통해 공급되는 일반농산물은 100% 정밀검사를 거쳐 공급된다”고 말했다.

아울러 그는 “친환경농산물은 산지에서 국가인증상태로 오기 때문에 검사가 필요 없지만 센터는 교차검사를 실시하고 있고, 서울급식정책과 관계없이 올해 12억원 정도의 예산을 들여 정밀검사 장비를 구매해 정밀도를 높이는 노력을 기하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그는 “센터는 자체 검사과정에서 농약검출 유인이 발견되면 서울 보경환경연구원에 정밀검사를 의뢰해 부적합 판정이 나오면 유통정지를 시킨 뒤, 대체 물량을 확보해 처음부터 다시 검사에 들어간다”고 덧붙여 강조했다.

“전자입찰 품질 담보 불투명”

학교급식 식재료 조달체계도 중랑구 급식 콘서트의 관심 주제였다.

서울시교육청은 올해부터 서울친환경유통센터의 수의계약 한도(기존 2천만원이하)와 일반 급식업체의 수의계약 한도(기존 5백만원이하)를 일괄 1천만원이하로 통일하고, 전자입찰을 통한 비대면 조달방식을 권장하고 있다.

이와 관련 서울친환경유통센터 김인수 센터운영팀장은 먼저 “무상급식 정착과정에서 서울시에 실질적으로 시설을 갖추고 식재료를 공급할 수 있는 준비가 없었기 때문에 센터가 2010년부터 우수농축산물을 공급해왔지만, 이용학교수가 지난해 860여개교에서 올해는 30여개교로 정도로 줄어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전자입찰방식은 가격 경쟁요소가 크고, 위생점검 능력과 시설을 갖추지 못한 업체도 사업자등록증이 있으면 낙찰을 받을 수 있어 품질과 안전성 담보가 안 되는 측면이 있다”며 “업체 간 경쟁이 치열해서 학교급식용 청과물의 경우 경쟁률이 150:1, 수산물의 경우 200:1이 넘어가는 경우도 있다”고 전했다.

이 같은 이야기를 듣자 한 학부모는 “그러면 우리 아이가 다니는 학교의 식재료는 어떤 방식으로 공급받느냐”며 “서울친환경유통센터 이용학교 수를 공개해달라”고 요구했다. 이에 다른 학부모는 “학교 운영위원회를 통해 물어보면 알 수 있다”고 답하기도 했다.

학부모들, 안전한 급식·먹거리 결의 다져

콘서트 끝 무렵, 참석자들은 돌아가면서 소감을 밝히기도 했다.

김주희 초록상상 사무국장은 “중랑구 아이들에게 건강하고 안전한 학교급식을 줄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하고 실행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이은선 한살림서울생협북동지부 활동팀장은 “아이들의 안전한 급식을 위해 학부모들이 학교 상황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며 “그건 우리 학부모들이 해야 할 역할”이라고 강조했다.

김효영 울림두레생협 이사는 “생협만 이용해서 몰랐는데 혼합미 강연 내용을 듣고 마트에 가보고 알아봐야겠다는 생각도 했고, 더 많은 학부모님들과 함께 왔으면 좋았을 것이라는 생각도 들었다”고 털어놨다.

박선숙 사교육걱정없는세상 등대지기는 “우리 아이들을 위해 바꿔야 할 것은 공교육이라는 생각으로 2008년부터 활동을 시작했는데 이제는 급식 걱정까지 해야 할 것 같다”며 “분노하고 끝날 문제가 아니라 안전한 급식과 올바른 교육을 위해 힘을 모으자”고 말했다.

장이정수 중랑구마을넷 대표는 “급식문제 만큼은 안전한 사회로 가기 위해 지역에서도 실천할 수 있는 몇 가지 중 하나”라면서 “생협 회원 학부모님들이 가족의 먹거리 뿐 아니라 안전한 공공급식과 식량시스템을 어떻게 확보할 것인가에 대해서도 고민하고 활동해주셨으면 좋겠다”고 제안했다.

<유정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