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싱크대 문짝을 바꿔 달며<사는 이야기> 한경임 용인에서 두 아이를 키우는 주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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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4.05.29  17:06: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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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경임 용인에서 두 아이를 키우는 주부
아파트가 10년이 넘으니 여기 저기 손봐야 할 곳이 늘어난다. 특히 비만 오면 베란다에 물이 새는 통에 베란다 창에 실리콘 작업을 하는 집이 많다. 우리 집도 작년 장마가 오기 전 실리콘 작업을 했다. 올해는 이사 올 때부터 문제였던 싱크대를 어떻게든 해결하리라 마음먹었다.

우리 집은 유난히 싱크대 시트지가 들떠 떨어져 나간 곳이 많았다. 문제는 식탁과 일체형인 싱크대를 새로 하려니 적지 않은 목돈이 든다는 점이다.

고민이 됐다. 시트지가 너덜댄다는 것만 빼면 멀쩡한 싱크대와 아직 쓸 만한 식탁을 버리는 건 좀 아깝다는 생각도 들지만 세련되고 예쁜 싱크대와 식탁을 갖고 싶은 유혹도 만만치 않았다. 같은 라인에 싱크대 공사하는 집들이 한두 집이 아니라서 더 그랬나 보다.

남편과 의논을 해봤다. 목돈을 들이지 않고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은 딱 한 가지, 싱크대 문짝만 바꾸는 것이라고 결론을 내렸다. 하지만 문짝만 바꾸어주는 업체는 없으니 직접 해야 한다는 게 문제였다.

말은 했어도 솔직히 엄두가 나지 않았다. 다행히 남편이 해보겠다고 해서 일사천리로 필요한 공구와 나무를 주문했다. 인터넷 철물점에서 치수대로 나무를 잘라 보내줘 준비하는데 큰 어려움은 없었다.

쓰던 싱크대 문짝 경첩을 풀어 떼어 내고 주문한 나무에 떼어낸 문짝과 똑 같은 위치에 경첩을 달아 끼우는 게 전부인 주방공사는 생각보다 중노동이었다.

주문한 나무에 동그란 홈을 파내는 공구로 홈을 파내는 작업부터 엄청난 소음과 톱밥 먼지를 날려댔다. 아랫집에서 시끄럽다고 하면 어쩌나 얼마나 마음을 졸였는지 모른다.덩치가 남편과 비슷해진 아들아이가 이 경건한 공사에 충실한 보조일꾼 노릇을 했다.

남편 말로는 ‘드릴’이 남자들의 로망이라는데 아들아이는 이번 기회에 ‘드릴’ 쓰는 법을 제대로 배웠다.

경첩의 나사를 조이는 강도에 따라 문짝의 높낮이가 미세하게 달라져 문짝 줄을 나란히 맞추는 게 가장 힘들었다. 생각지도 못한 어려움이라 남편은 끙끙 알 낳는 소리를 해댔다. 싱크대 윗부분 문짝을 바꿔 다는데 꼬박 하루가 걸렸다. 아래쪽은 위쪽보다 훨씬 수월했다.

문짝만 바꾸었을 뿐인데 환해진 주방을 보고 가족 모두 감탄사를 질러댔다. 이제 손봐야 할 곳은 도배만 남았다. 직접 친환경 페인트를 칠해볼 생각이다. 서두르지 않고 야금야금, 방 하나, 방 둘 이렇게 말이다.

사람보다 이윤이 더 먼저인 사회구조를 너무나 큰 충격으로 보여준 세월호 사건은 아직도 커다란 슬픔으로 진행형이다.

돈보다 사람이 먼저인 사회구조를 만드는 것이 일상으로 돌아온 어른들이 해야 할 숙제고 진정한 애도일 것이다. 거대한 사회구조의 벽에 맞서 어쩌면 개인이 할 수 있는 일이란 미미한 것인지도 모른다. 하지만 철옹성 같은 돈의 마력과 거대한 물신의 벽을 넘어 나를 지키는 삶의 시작은 자본이 세뇌한 허황된 풍요로부터 탈출하는 것이라 생각해본다.

그것이 고작 싱크대문짝 바꾸는 것일지라도 말이다.

   
▲ 싱크대 문짝을 바꿔다는 남편과 아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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