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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파, 그 자리에<농장 이야기> 한기자 마송국화 먹는식물원 교육농장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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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4.05.29  17:09: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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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기자 마송국화 먹는식물원 교육농장 대표
의욕이 떨어진 상태에서 일을 추진하자니 힘이 몇 배 더 든다. 세월호 참사가 우리 일상에 이렇게 많은 영향을 미치다니 역시 마송국화도 대한민국의 사회적 동물인가 보다.

하던 일을 멈추고 먹는 식물원에 나가봤다. 뒷짐 지고 식물원에 들어서는 순간, 그새 줄기를 쭉 뻗은 포도나무가 나의 마음을 달랜다.

어제 친구네 텃밭에서 따먹은 딸기 생각이 나 딸기밭으로 가보니 하얀 꽃이 무수하게 펴 이제 막 새끼 손가락만한 딸기가 달리기 시작했다. 여기저기 뒤적여 봐도 빨갛게 익은 게 없다. 반나절 햇빛만 받아서 성장이 느린가보다.

허탕을 치고 돌아 나오니 미나리랑 참취는 키가 내 허리만큼이나 자라 있다. 저 멀리 녹색바탕의 식물원 풍경에 자운영과 해당화가 화룡점정이다.

해당화에 목적지를 두고 걸어가는데 양파 생각이 났다. 작년 가을에 양파모종 한 판을 사와 식물원에 심어 놨었다.

80여개 정도 되는데 겨울 추위에 얼어 죽고 봄에 제초하다 잘라먹고 해서 반타작 농사다. 남은 것도 수확시기인 장마 전에 그 꼴을 갖추게 될까 의심스럽다.

한창 성장해야 하는 때 인만큼 물을 흠뻑 주었다. 양파를 잘 크게 하려면 물을 줘야 한다? 문득 내 행위가 양파에 직접적이지 않음을 느꼈다.

양파의 사회적관계이다. 보통은 생태계의 순환이라고 한다.

물이 좋아야 땅이 좋고, 땅이 좋아야 식물이 좋고, 식물이 좋아야 초식동물이 좋고, 초식동물이 좋아야 육식동물이 좋다는 그 순환. 그래서 좋은 농사꾼은 땅을 만드는 일에 노력을 기울인다. 모든 살아있는 생명체의 근원이기 때문이다.

양파 값이 폭락해서 지난 3월 내려진 수급조절매뉴얼 상의 ‘심각단계’ 경보가 뚜렷한 대책이 없어 아직까지 유지되고 있단다. 농림축산식품부와 많은 언론은 소비량에 비해 생산량이 늘어났기 때문이란다.

농지는 감소하는데 왜 양파의 재배면적만 늘어났을까? 양파의 효능을 탁월하게 느낀 소비자가 많을 것으로 기대한 농민들이 다른 농산물의 재배면적을 줄이고 양파의 재배면적을 늘렸을까?

해마다 품목을 바꿔가며 폭락한 농산물을 소비해야 한다며 효능과 가공법등을 대대적으로 홍보하더니 올해에는 마늘과 양파다. 듣는 소비자는 피로하다.

양파가 살아남는 법.

그것은 소비자에게 효능과 가공법을 홍보하는데 있지 않다. 대한민국 내 좋은 농사꾼의 손에서 재배되는 모든 농산물은 효능이 있고 그에 걸맞는 가공법이 있다는 것을 소비자가 모르지 않기 때문이다.

우선 넘치는 물량을 막는 긴급 수입제한조치가 필요하다. 또한 기초농산물에 대한 국가 수매제를 실시해야 한다. 기초농산물 가격이 안정돼야 양파로 농사가 몰리지 않기 때문이다.

마송국화의 양파는 작아도 대접을 받는다.

해마다 소비심리를 부추기지 않아도 된다. 밥상에서 양파가 차지하고 있는 역할이 있기 때문이다. 온전히 땅의 힘으로만 키웠던 작년 양파의 그 특유한 매콤달콤함이 뇌를 자극한다.

내년, 후년에도 마송국화의 양파는 그 자리를 차지하고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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