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1호 PDF 파일 지면 6면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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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덕 경남대 교수, 국제슬로푸드 한국협회

최근 몇 년 사이에 규모의 경제에서 이점을 갖는 대형 할인매장이 전국적으로 많이 들어섰고, 이들 매장이 식품판매액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계속해서 높아지고 있습니다. 한편 그동안 식품유통에 중요하게 기여해왔던 소규모 동네식품점들이 문을 닫는 곳이 점점 늘고 있습니다.

식품판매에서도 부익부 빈익빈의 양극화가 일어나고 있습니다. 이러한 변화는 보다 많은 소비자들이 동네식품점보다 대형할인매장을 찾기 때문입니다. 소비자들은 대형 할인매장이 동시에 여러 가지 일을 볼 수 있고, 주차하는데 편하고, 볼거리를 제공하고, 동네식품점에서 물건을 살 수 있는 것보다 싼가격에 살 수 있고, 게다가 종종 할인행사를 해서 싸게 팔기 때문에, 대형할인매장을 선호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조금만 생각해보면, 대형 할인매장이 장점만 있는 것은 아닙니다. 도시중심부에 자리한 대형할인매장의 경우 교통체증을 유발합니다. 환경오염을 가져오고, 장을 보는데 시간이 많이 걸릴 수도 있습니다. 다음으로 대형할인매장은 지역의 일자리를 빼앗습니다. 미국 월마트에 대한 사회학자들의 연구 결과에 의하면 월마트에서 창출하는 고용자 1명당지역에서 3명이 직업을 잃는 것으로 밝혀졌습니다.

셋째, 대형할인매장은 소비자들로 하여금 당장 필요하지 않은 물건이나 상품을 충동 구매하도록 합니다. 포장단위를 크게 해서 싸게 팔기 때문에 소비자들은 우선 사고 보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다. 그리하여 유통기간이 지난 음식물 쓰레기를 양산하는데 일조하고 있습니다. 넷째, 대형할인매장은 그 판매대금의 대부분이지역 밖으로 빠져나가 지역경제에 거의 기여하지 못합니다. 지역주민들이 쓴 돈이 지역에서 쓰여야 지역경제가 활성화되고, 일자리가 생길 터인데, 대형할인매장은 지역경제에 거의 기여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동네식품점을 살려야 하는 이유는 대형할인매장이 야기하는 문제점 이외에 동네식품점은 대형할인매장이 수행하지 못하는 중요한 기능을 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첫째, 동네식품점은 대형할인마트에 비해 판매하는 상품 가지수는 적지만, 소비자들을 배려해 만든, 얼굴을 가진 반찬 등이 비치되어 있습니다.

둘째, 동네식품점은 아이들의 인성 교육에 기여합니다. 아이들은 동네식품점을 드나들면서 물건 사는 법도 배우지만, 어른들을 대하는 법도 배웁니다.

셋째, 동네식품점은 자동차가 없거나 대중교통을 이용하기 어려운 동네의 장애인이나 노인들이 장을 볼 수 있는 곳으로, 이분들에게 동네식품점이 없다면 먹을거리 접근에 어려움이 생길 수 있습니다. 넷째, 동네식품점은 지역사회의 복지에 기여합니다. 동네식품점은 그곳을 애용하는 장애인이나 노인들의 근황을 가장잘 알 수 있는 위치에 있으며, 장애인이나 노인들에 문제가 생겼을 때 이를 알리는 역할을 할 수 있습니다.

동네식품점들이 이러한 이점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주민들의 노력으로 동네식품점을 살려야 합니다.
실물경제의 위기로 소규모 가족경영 자영업이 타격을 받고 있는 요즈음 지역의 소비자들, 지자체, 지역사회가 동네식품점의 기능과 이점을 인식하고, 동네식품가게의 활성화에 대해 적극 모색할 필요가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