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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덕 경남대 교수, 국제슬로푸드 한국협회장

유엔 식량 및 농업기구(UN FAO)는 올해를 “땅의 해”로 정했습니다. 그 배경은 농업에서 땅이 가장 중요한데, 현재 농사짓는 땅이 문제가 심각하기 때문입니다.
 
공장식 효율성을 강조하는 산업형 농업이 확산되면서, 비용을 줄이면서 생산성을 높이기 위해 땅에 보다 많은 농약과 화학비료를 투입했고, 이러한 영농이 땅을 오염되게 했고, 땅의 산성화와 사막화를 가져왔습니다. 많은 곳에서 농사짓던 땅이 점차 작물을 재배할 수 없는 지경까지 되었습니다. 또 농업을 경시하는 잘못된 정책으로 인해 경작지가 도시, 공장, 도로 등으로 잠식되어 농경지가 크게 줄어들고 있습니다.
 
인구증가, 소득증대로 식량수요는 늘어나고 있는데, 식량생산의 기반인 땅은 크게 줄어들고 있어 우려가 되는 상황이 되었습니다.

요즈음 땅 없이 물로만 짓는 수경농업이 시도되고 있고, 또 농사짓는 빌딩이 생겨나고 있지만, 역시 농업에서 가장 기본은 땅입니다. 농업이 시작된 이래 오늘날까지 농사는 땅에서 지었습니다. 땅에 파종하고, 작물이 자라고, 거기서 수확이 이루어졌습니다.
 
또 땅의 특성, 땅의 상태가작물에 중요한 영향을 끼칩니다. 지역마다 다른 품종의 농사가 자리하게 된 것도 땅의 차이 때문이기도 합니다. 땅은 종종 어머니에 비유됩니다. 슬로푸드운동에서 테라(땅) 마드레(어머니)를 함께 사용합니다.
 
어머니 없이 생명이 없듯이 땅 없이 생명 없다는 인식이 전제되어 있습니다. 그런데 요즈음은 많은 땅이 생명원천이 되지 못하고 있습니다. 땅이 살아있고, 땅에 미생물이 있어야 하는데 농약이나 오염으로 인해 땅에 더 이상 미생물이 살 수 없습니다. 화학비료의 사용으로 인해 지력이 떨어진 결과 더 많은 화학비료를 투입해야 작물을 재배할 수 있습니다.

땅의 해를 맞아 땅은 생명의 기반임을 인식하고, 땅을 살리는 것이 생명을 살리는 것이라는 점을 명심해야 하겠습니다. 땅, 특히 농사짓는 땅을 살리려면, 농사도 보다 친환경적인 방식으로 지어야 합니다. 또 옥답에 공장을 짓고, 농경지를 메워 길을 내고, 농경지를 수용해서 신도시를 건설하는 무모한 일은 삼가야 합니다.

사라진 농경지를 되돌릴 수 없을 뿐만 아니라 그것이 가능하다고 하더라도 엄청난 비용이 들어가기 때문입니다. 농토가 사라지면, 모든 것이 사라진다는 것을 알아야 합니다. 땅을 지키는 방안과 관련하여, 생명의 기반으로서 땅의 소중함에 대한 인식이 증대되어야 합니다.

가족농 농민들이 농사를 계속할 수 있도록 하는 것도 중요합니다. 가족농은 땅을 존중하고, 농사를 짓되 땅을 지키는 방식으로 농사를 짓기 때문에, 가족농이 있으면, 땅을 지킬 수 있습니다. 젊은이들이 농사지을 수 있도록 여건을 만드는 것 또한 땅을 지키는데 중요합니다.

우리나라는 식량자급률이 매우 낮습니다. 경제협력개발기구의 국가중에서 가장 낮은 수준입니다. 식량자급률이 더 떨어지지 않게 하려면, 식량자급률을 끌어올리려면, 농사짓는 땅부터 지켜야 합니다. 우리를 위해, 우리 후손을 위해 꼭 그렇게 해야 합니다. 생명의 기반인 농토를 잃는 것은 농업의 역사, 문화, 정체성, 그리고 모든 것을 잃는 다는 점을 인식하고, 농토를 지키는데 나서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