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3호 PDF 파일 지면 7면 참조

===>>지면보기

한도숙 시인, 전 전국농민회총연맹 의장

라디오에서 무심결에 들은 바로는 물것들에 물린 부위에 침을 바르지 않아야 한단다. 거참 옛날에는 침이 약이였고 지금도 나는 물것에 물린 아이들에게 침 발라주는 지극한 부성을 소유하고 있는데 침 바르지 말라니 괜히 속상하기까지 하다.

바야흐로 모기들의 계절이다. 어디 모기뿐 인가. 물것이 천지 하늘을 점령했다. 깍다귀에 등에, 똥파리, 쉬파리, 날파리까지 여간 성가신 존재가 아닌데 다 잡아버리면 어떻게 될까. 그렇게 모기약을 뿌려대며 잡아댄 숫자도 엄청날 터인데 이놈의 날파리류는 왜 이리도 숫자가 많은지 모기장을 치고서야 안심이 된다.

그러니까 모든 자연생태계가 사람들과 안으로 밖으로 연결돼있고 종으로 횡으로 걸쳐있을 때 그러니까 그때 60년대엔 당연히 물것에 물리고 살았다. 마당에 와상(평상)을 놓고 모깃불을 지피면 어느새 모기는 멀리 달아난다.
 
시원한 여름밤 하늘을 보면 별이 반짝이고 누구랄 것 없이 별을 헤는 밤이 된다. 별 하나 꽁꽁 나 하나 꽁꽁 별 둘 꽁꽁 나 둘 꽁꽁… 그러다 보면 잠속으로 빠져 든다. 보리밥으로 저녁을 먹어치우고 심심해지면 옥수수를 먹지만 그렇게 드러누워 가물거리다간 제몫을 찾기 힘들어진다.

아침에 일어나면 모깃불 타고난 자리에 옥수수 깡치만 덩그러니 버려져 있다. 방학이 되면 주로 원두막을 지키는게 아이들 몫이지만 가끔은 밭으로 김을 매러 가기도 했다. 열무를 추스르고 나면 바랭이는 그야말 로 범 새끼칠정도로 자라 오른다. 막걸리 한잔씩 하고 그 힘으로 김을 맨다고 했다. 놉으로 산 할머니들은 누구랄 것도 없이 막걸리를 참 맛있게 김치쪼가리 하나로 입가심 하면서도 “달다 달다” 하시며 마셨다. 그 바람에 어린 나도 한 모금 마시고 얼굴이 홍당무가 되고 손발이 떨리고 호흡이 힘드는 고통을 당해야 했다.

그래도 사내자식이 그 정도에 그런 말 들을 까봐 깡으로 버티다 골아 떨어졌다. 꿈결처럼 들리는 깔깔 대는 소리 “지도 사내라고 어쩌고” 하는 소리가 가뭇가뭇하게 한잠을 자고 일어나면 벗은 여름몸뚱이에는 모기가 포식을 하고 지나 간다.

약이 있나. 어머니는 침을 발라 주셨다. 뭐 그 후 침이 약이 된다는 사실을 알고 벌레에 물리면 그렇게 침을 발랐고 동생에게도 발라줬다. 아무렇지도 않고 더러울 것도 없다. 그렇게 보면 짐승들이 새끼에게 침 발라주는 것은 신의 조화속이다. 침을 단단히 발라준 송아지는 참물스럽게 잘 자란다. 강아지도 그렇고…그렇게 침은 요긴하게 쓰였다.

이동필 장관이 거짓말을 한게 들통났다. 아니 박근혜대통령이 그런 것일 테지만. 메르스에 정신이 없어서 그런 것은 분명 아니다. 제정신인가 의심스럽다. 혹시 잠자리에 모기가 들어 피를 빨리고 헛소릴 하지나 않는지 모르겠다. 그렇지 않고서야 어떻게 몇 개 월 전에 식용쌀 수입은 없다고 단호하게 말했던 것을 여반장으로 뒤집을 수가 있나.

그러니 모기주둥이를 통해 좀비가 들어가 농업 운명을 위기로 몰고 갈지도 모르는 일을 벌이는 것 아닌가.몇 년전 박근혜대통령에게 안철수 신드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자꾸 치근대며 물어보는 기자에게 “병 드셨어요” 그랬다지? 그러니까 안철수 현상에 호응하던 사람들이 모두 병에 걸렸다는 생각이고 자기가 치료해줄 작정으로 힐난 한 것이겠지.

그 말을 이렇게 바꾸면 어떨까? “침 발라 드릴까요?” 침을 발라 줘야 할 사람들이 천지에 넘쳐나고 있다. 국정원에도 넘쳐나고 국회에도 넘쳐난다. 법원이나 검찰 뿐 아니라 자본권력들도 손발이 가려워 미칠 지경이니 어서 빨리 침을 발라드려야 한다. 어떤 종류의 물것에 물렸는지 확인이 필요하지 않다. 이상증세만 보이면 즉시 침을 발라드려야 한다. 그런데 청와대에서 발라주는 침은 문제가 있다. 침만 발라주면 모두가 좀비처럼 된다는 것이다. 국민들을 바라보지 않고 자신의 이익만을 위해 활약하는 좀비 말이다.

이번 식용쌀 수입 문제는 농업문제를 가장 쉽게 풀고자하는 국가권력의 횡포가 적나라 하게 드러난 것이다. 농업을 아예 이 땅에서 들어내 버리자는 전략이다. 농업은 신자유주의 시장경제에서 발목을 잡는 거추장스러운 것이다. 적어도 박근혜 정권은 그렇게 판단하고 있는 것이 분명하다. 그러니 애꾿은 장관시켜서 약속을 뒤집는 것이다. 농민들은 애가타고 속이타고 목이 탈 뿐이다.

문제의 해결은 뭘까? 농민들이 침을 발라 드리는 거다. 부작용 없다. 약 팔아 먹으려고 침바르면 안된다고 한거 다 안다. 자연치유의 방법이 가장 기본이다. 노자의 무위자연이 아니더라도 우리는 근원적 치유를 위해 자연에서 힐링을 찾지 않는가. 모든 질서를 하늘의 뜻으로 돌려야 할 때다.

농업이 파괴되고 자본에 의해 강간당한 현재의 상황이 좀비들의 난투장으로 만든 것이다. 모든 사람이 농사를 짓는 마음으로 자연에 순응하고 자연에 기대어 삶을 꾸려간다면 분명 이기적이고 과욕의 세상을 바로 잡을 수 있을 것이다.

날 것에 물려 정신줄을 놓고 좀비적 활동에 날뛰는 사람에게 건강한 알칼리성 침을 발라드리자. 논과 밭에서 땀 흘려 일하는 농부들은 날것에 물리면 침을 바른다. 그것이 최고의 약이요 치료제다.

“청와대에 계신분께 묻습니다. 침 발라 드릴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