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3호 PDF 파일 지면 7면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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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 나라가 메르스 때문에 난리다. 메르스는 대통령의 미국 방문 일정까지도 바꿔 놓았다. 그야말로 대한민국은 무법천지가 되어 버렸다. 국가가 국가로서의 역할을 하지 못하면서 국민 각자의 안전을 스스로가 지켜야만 하는 상황이 됐다.
 
방역컨트롤타워가 없는 정부는 말로만 국민을 안심시키려다 호미로 막을 일을 가래로도 막기 어려운 지경에까지 이르게 했다. 뒤늦게 여당 대표가 보건복지부장관 해임론을 거론하며 호들갑 떨지 말자고 하지만 여론은 싸늘하다.

이번 메르스 감염 사태를 통해 우리는 과학자가 할 일을 정치인의 립서비스로 대체할 수 없음을 죽음을 통해 배워야만 했다. 서울의 대형 병원들은 한 순간에 바이러스 소굴로 전락했고, 환자를 치료하던 의사까지 감염이 되면서 국민들은 이제 병원도 갈 수 없게 되었다.

학교들은 휴업을 하고 행사들이 줄줄이 취소되면서 ‘메르스에 죽는 것이 아니라 경제 파탄 때문에 죽게 생겼다’고 한다. 특히 학교들이 휴업을 하면서 학교급식 계약재배를 해 오던 친환경농민들이 직격탄을 맞았다.

그나마 시장에 출하를 할 수 있는 품목은 다행이지만, 학교급식 특성상 시장성이 없는 계약재배 품목을 재배해 온 농민들은 꼼짝없이 수확한 농산물을 버려야 하는 상황을 맞고 있다. 모진 가뭄과 싸우면서 메르스가 끝나는 날만을 학수고대 하고 있지만 대통령도 모르는 일을 누가 알 수 있으랴.

전국에서 가장 규모가 큰 학교급식 계약재배 시스템을 갖추고 있는 경기도 친환경농민들이 큰 피해를 입고 있다. 이들은 현재의 상황을 ‘재난 상황’으로 인지, 출하 농민들에게 다양한 출하 루트를 확보하라고 호소하고 있다. 경기도 친환경농업인연합회에 따르면 이번 메르스 사태로 인해 경기도친환경농민들이 하루 3,400만원의 피해를 보고 있다고 한다.

갈수록 학교급식의 안전성에 대한 요구가 높아지면서 보다 더 많은 계약재배가 요구될 것으로 보이지만, 계약재배는 의욕만으로는 할 수 없는 일이다. 필요한 시기에 필요한 물량을 약속한 품위대로 생산할 수 있는 실력이 전제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이와 함께 가격 폭등 시 농민들의 계약 파기가 계약재배의 가장 큰 어려움으로 지목되고 있다. 모두 생산자들에게 해당되는 내용이다. 그런데 이번 메르스 사태는 소비자가 계약을 파기하는 상황을 초래했다. 그러나 정부가 나서 농민들의 피해를 보상해야 한다. 이 모든 사태들이 정부가 컨트롤타워를 운영하지 못한데서 비롯됐기 때문이다.

더불어 이번 일을 계기로 보다 완전한 계약재배를 위한 연구가 진행되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