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5호 PDF 파일 지면 6면 참조

===>>지면보기

김종덕 경남대 교수, 국제슬로푸드 한국협회장

우리나라 농업은 위기에 직면해 있습니다. 농민 수가 줄어들고 있고, 농경지면적도 계속 줄어들고 있습니다. 농민의 고령화도 심각합니다. 영농 계승은 잘 이루어지지 않고 있고, 농지가 비싸 귀농을 통한 영농 계승도 만만치 않습니다. 지역의 특성을 반영한 지역농업도 찾아보기 힘들어졌습니다.
 
FTA등으로 인해 전반적인 농업여건이 점점 더 나빠지고 있습니다. 농업위기는 농민, 도시민, 국가차원에 많은 문제를 가져오게 됩니다. 농민이 영농을 통해 생계를 이어가기가 점점 더 어려워지고, 도시민들은 안전성에 문제가 있는 수입농산물에 더 의존하게 만듭니다.

국가는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는 세계시장에서 더 많은 식량을 조달해야만 합니다. 경우에 따라서는 식량의 안정적 공급에 차질이 생길 수 있습니다. 위기에 직면한 우리나라 농업을 살리기 위해 농업의 위축으로 피해를 입는 당사자인 농민과 도시민, 국가가 나서야 합니다.
 
농민들은 도시민들과 함께 직면하고 있는 영농의 위기를 풀어야 합니다. 도시민들도 농민들이 처해 있는 위기를 농민만의 문제로 보지말고 자기의 문제로 보고 적극 대응해야 합니다. 농업이 위기에 직면하면 할수록 도시민들은 좋은 음식을 먹을 수 없기 때문입니다.

외국에는 농민들이 어려움에 처하자 도시민들이 나서서 농민과 함께 희망의 농업으로 만든 경우가 있습니다. 이러한 사례로 일본, 유럽, 미국 등 에서 확산되고 있는 공동체지원농업이 있는데 우리도 이러한 사례를 참고해서 활용해야 합니다.
 
공동체지원농업은 도시민들이 회원제 모임을 만들어 농민에게 영농자금과 생활비 등으로 사용할 수 있는 목돈을 먼저 지원하고, 그 반대급부로 농민들이 생산한 농산물을 받는 것입니다. 일부 회원들은 회비 대신 노동력을 제공하기도 합니다.
 
도시민들이 농민들과 계약 재배를 하는 것과 비슷한데, 차이점은 농민이 농사가 잘 안되어 농산물을 공급하지 못할 경우 도시민이 농민의 영농위험을 공유하여 이를 문제 삼지 않는 것입니다. 이는 도시민들이 농업의 중요성, 농민의 역할 등을 존중하고 인정하는 것에 바탕을 두고 있습니다.
 
또 농민들이 계속해서 농사짓도록하는 데 도시민이 중요한 역할을 해야한다는 것에 기반을 두고 있습니다.
도시민들이 직거래나 생협 등을 통해 우리나라 농민들이 생산한 농산물을 구매하는 것도 농업을 활성화하는데 기여합니다. 농민이 아무리 좋은농산물을 생산하더라도 소비자들이 소비를 외면하면, 농민은 계속해서 농사를 지을 수 없습니다. 농사를 지을영농비를 충당할 수 없음은 물론, 농산물을 쌓아 둘 수 없기 때문입니다.

농업위기를 극복하는데 국가의 정책도 중요합니다. 국가는 농업을 경제정책으로 접근하지 말고 독일이나 스위스처럼 사회정책으로 접근해야 합니다.

농업이 농민의 생계만이 아니고, 전국민의 생명이 달려 있는 영역, 국가의 운명이 달려 있는 영역이기 때문입니다. 희망은 그냥 주어지는 것이 아니라 당사자들이 만드는 것입니다. 영농의 위기에 직면한 농민들, 먹을거리 위기에 직면한 도시민들이 힘을 합치고, 국가의 정책이 뒷받침을 하게 되면, 위기의 농업을 희망의 농업으로 만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