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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덕 경남대 교수, 국제슬로푸드 한국협회장

농부들이 크게 줄었습니다. 이는 전세계적 현상입니다. 미국의 경우 농부가 전체 인구의 1%도 안 됩니다. 일본은 2%, 우리나라의 경우 4% 정도입니다. 지금의 추세대로 가면, 우리나라의 농부도 더 줄어들어 미국이나 일본의 농부 비중이 정도가 될 것입니다.

이처럼 농부가 크게 줄어들은 것은 영농에 효율성을 적용한 결과입니다. 공장 수준의 효율성을 적용한 산업형농업이 자리하면서, 농장이 공장처럼 되면서 기계와 로봇이 농부를 대체하고 있습니다. 화학비료, 농약은 영농인력을 줄이는 로봇입니다. 규모가 큰농장의 경우 파종도 농부가 하지 않고 기계가 하고 있습니다.

또 영농에서 농부의 역할이 줄어들면서 농민 몫 푸드달러가 줄어들어 도산하는 농부가 늘어났기 때문입니다. 오늘날 미국에서 소비자가 빵을 100원어치 사면 농부에게 돌아가는 몫이 4원 미만입니다. 영농이 산업화되기 이전에 농부에게 돌아가는 몫이 40원이었는데, 이제는 그것의 10%인 4원으로 줄어들었습니다.
 
우리나라 농부의 경우도 마찬가지입니다. 판매액에서 농부에게 돌아가는 몫이 줄어들고 있습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많은 농부가 농사를 그만둘 수밖에 없습니다. 농부의 감소는 단지 농업에 종사하는 인구가 줄어드는 것이 아니라 농업과 자연을 알고, 지혜를 가진 사람들이 줄어드는 것입니다. 농촌의 문화, 정체성, 역사를 지켜온 사람들이 줄어드는 것입니다.
 
이는 농촌의 공동화를 낳고, 농촌의 문화에 위기를 낳습니다. 농부가 감소하면서, 농업이 정치적으로 덜 중요하게 다루어지고 있습니다. 농부들의 표가 얼마 되지 않기 때문입니다. 정치권이 농부들을 덜 의식해도 되기 때문입니다. 게다가 인구의 적은 사람들이 농업에 종사하는 시대가 되면서, 사람들이 농업에서 멀어지면서, 농업에 관심을 적게 갖게 되었습니다.

농부가 감소하면서, 사람들이 먹는 음식에도 문제를 낳고 있습니다. 온전한 농업없이 온전한 먹을거리 없는데, 농부가 감소하면서 온전한 농업이 사라지고 있고, 우리가 먹는 음식도 점점 정체불명의 먹을거리가 식탁을 채우고 있습니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지천에 깔린 패스트푸드나 가공식품을 접하면서 더욱더 농업과 농부를 생각하지 않는 악순환이 일어나고 있습니다.

농부가 감소하면서, 농부들이 농업과 농촌을 떠나 일자리를 찾기 시작하면서, 실업문제가 더 가중되고 있습니다. 오늘날 선진국과 개발도상국 모두 실업문제가 심각합니다. 생산과 유통, 서비스 산업 현장에 컴퓨터와 정보 처리기술이 도입되면서 일자리가 크게 줄어들고 있는데, 여기에 농업에서 자리를 떠난 농부들이 일자리 찾기에 가세하면서, 실업률, 특히 청년실업률이 크게 늘어나고 있습니다.
 
이처럼 농부가 급격하게 줄어들면서 많은 문제가 생겨나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이러한 문제를 심각하게 여기지 않고 있습니다. 농부가 감소하면, 농업에 문제가 생기고, 농업에 문제가 생기면, 생명의 보루인 음식에 문제를 가져옵니다. 농부가 주변화 되고, 농업의 지속가능성이 크게 위협받는 현실에 주목하고 농부 감소에 대한 대책을 마련해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