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8호 PDF 파일 지면 7면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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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6·4 지방선거 과정에서 소위 ‘농약급식’이라는 말이 유행한 적이 있었다. 진원지는 서울이었고, 발언자는 서울시 교육감 후보였다.

당시 ‘농약급식’이라는 말은 선거 국면과 함께 각종 언론을 통해 순식간에 전국적인 유행어가 되어버렸다. 당시 농약급식이라는 말을 확산하는 사람들은 친환경급식을 반대하는 사람들이었다. 이들에 의해 친환경농산물은 믿을 수 없는 농산물이 되어 버렸다.

이들은 불안해 하는 시민들에게 안전한 농산물로 GAP 농산물을 소개했다. 그들은 “GAP농산물은 생산에서부터 소비에 이르는 전 과정에 대한 이력을 관리, 추적하는 믿을 수 있는 농산물”이라며 학교급식의 새로운 대안으로 소개했다.

이러한 움직임에 이론적 근거를 제공한 전문가들이 있었다. 바로 국립농산물품질관리원(농관원)이었다. 6·4 지방선거 8개월 전인2013년 11월 서울시교육청에서 친환경식재료 사용 비율을 축소한 새로운 학교급식 식재료 구매지침을 발표했다. 발표와 함께 서울친환경유통센터를 통해 친환경식재료를 구입하는 학교는 감사를 실시할 것이라는 소문이 파다하게 퍼졌다.

그리고 그해 겨울 서울시교육청은 학교장단, 행정실장, 영양(교)사, 학부모들을 대상으로 새로운 식재료 구매지침에 대한 설명회를 실시했다. 이때 농관원의 활약이 컸다. 농관원은 매설명회마다 강사로 초빙돼 친환경 농가들에 대한 인증 취소 사례를 대대적으로 소개함과 동시에 잔류농약 기준을 초과하지 않은 일반 농산물은 평생 먹어도 안전하다고 강조했다.

이 때부터 농약은 과학이라는 말이 생겨났다. 소비자들로 하여금 친환경농업에 대한 부정적인 생각을 갖도록 하는 일은 선거가 끝난 이후에도 계속됐다. 방송에서는 부정한 방법으로 친환경농업을 하는 사람들이 대대적으로 소개되고, 농관원은 3,753농가에 대해 친환경 인증을 취소했다고 대대적으로 보도자료를 배포했다.

친환경농업과 관련 이러한 일련의 과정들의 배후에는 서울시 학교급식을 차지하기 위한 농협중앙회의 음모가 있다는 소문 또한 대대적으로 퍼졌었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엄격한 심사와 경쟁을 뚫고 서울시에 진입한 전국친환경산지 조직들은 하나 둘 부도가 나기 시작했다.

그 후 1년이 지난 2015년 9월, 이번에는 경기도 친환경학교급식에 대한 폄하와 함께 GAP출하회를 만들어 안전한 경기도 학교급식을 만들어 가자는 문건이 폭로되면서 큰 파문이 일고 있다. 문건은 GAP 출하회 관리 조직으로 농협 경기도본부를 지목하고 있고, 친환경농민들을 폄하한 것도 농협 경기본부 직원으로 드러나면서 파문이 확산됐다.

지난 11일 600여 경기도친환경농민들이 농민대회를 열고 경기도와 농관원 그리고 농협경기본부를 오가며 성토했다. 경기도에는 시군과 50:50으로 진행하고 있는 친환경차액지원을 경기도 100%로 원상회복하고, 농관원에는 일반농산물을 친환경농산물로 바꿔치기한 전처리업체에 대한 인증 취소를 요구했다.

그리고 친환경농업인을 폄하한 농협 경기도본부를 해체하라고 요구했다. 이에 오형석농협중앙회경기지역본부장이 농민들에게 사과하면서 친환경농민 폄하 발언으로 인한파장은 일단 수습이 됐다.

그러나 정부와 농협중앙회의 GAP 농산물 학교급식 추진은 계속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친환경농민들은 제초제는 물론 GMO까지도 허용하고 있는 GAP는 친환경농산물이 아닌 일반 농산물이라며 학교급식 지원 추진을 중단할 것을 강력하게 요구하고 있다.

농식품부와 농협중앙회는 국민을 현혹시킬 수 있는 정책을 즉각 중단하고 적극적인 친환경농업 육성 정책으로 국민의 안전과 지속가능한 먹거리 정책에 앞장서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