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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양사칼럼]명절이 괴로워요!!![49호/3면/공공급식/영양사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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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5.10.01  19:54: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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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9호 PDF 파일 지면 3면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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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교육공무직본부 영양사분과 기자단

그토록 무덥던 여름이 이제는 슬금슬금 빈자리를 보이며 한 발자국씩 뒤로 밀려나고 있지만 아직 한낮에는 머리가 벗겨질 정도로 뜨겁다.

내가 근무하고 있는 조리실에서는 여전히 조리중의 뜨거운 열기를 조금이라도 식혀주기 위해 에어컨이 씽씽 돌아간다. 다들 계절이 바뀌고 있다고 느끼지만 급식실에서는 한참이나 더디게만 가는 계절의 시계이다. 이 뜨거운 열기에 더하여 속이 부글거리는 소식은 또 어김없이 들려온다. 바로 “명절” 이라는 무서운 놈이 찾아온다는 소식이다.
 
이 놈이 나에게로 찾아오면 부글거리는 속은 더 끓어 넘쳐 주체를 할 수가 없다. 어릴 때는 명절도 참 즐거웠다. 평소에는 흔하지 않던 간식거리, 늘 부족했던 먹거리가 이 놈이 올 때가 되면 풍성하게 바뀌곤 했으니 어찌 즐겁지 않았겠는가?

오죽하면 “늘 한가위만 같아라!” 라는 말이 생겨났을까마는 이제 가정을 꾸리고 한해 두해 나이가 들다보니 명절도 예전처럼 즐겁지만은 않다. 책임을 해야 할 자리, 인사를 치러야 할 자리가 생기고, 나는 옮겨가고싶지 않지만 나이가 들면 당연하게 베풀어야 할 자리로 위치가 이동하는 것이 느껴질 때면 항상 가벼운 주머니가 먼저 생각이 난다.

여기에 더해 내가 학교비정규직으로 근무를 하게 되면서부터는 대수롭지 않았던 말에도 더 많은 상처를 받는다. 특히나 그 말이 명절을 앞두고 있을 때에는 더더욱 서러웠던 것이 새록새록 기억이 떠오른다.

내가 학교비정규직으로 근무하고 몇 개월 지나지 않아 명절이 다가왔다. 첫 해에는 교장선생님이 만 원짜리 비누 선물을 하나씩 들려주며 고향 잘 다녀오라고 했다. 학교근무는 처음이라 교장선생님 개인 돈으로 구매해서 주시는 줄 알고 황송해 했었다. 그런데 알고 보았더니 학교예산에 잡혀있던 돈이란다. 그래도 어디 돈이던 우리에게도 마음을 써 주던게 고마웠다. 그 다음해에는 비누선물도 없었다. 이유인즉슨 감사에 걸린단다.

용역으로 일하는 학교 숙직기사는 홍삼 선물을 주어도 괜찮고 직영으로 근무하고 있던 급식실 근무자들한테는 만 원짜리 비누선물을 주는 것이 감사에 걸려 못 준다는 황당한 이야기를 들었을 때 헛웃음만 나오는 그 때의 내 모습은 참 처량했다.

얼마나 우리가 값어치 없게 취급되었으면 달랑 만 원짜리 비누 선물을 준다고 감사 운운하고 있었단 말인가? 설마 교육청 감사관이 진정 이렇게까지 했을까? 의문이 든다. 일한만큼의 대우도 못 받고 무료봉사 하다시피하는 급여를 받고 일을 하고 있는 우리들에게 명절에 만 원짜리 비누선물이라도 하나씩 주었다면 잘 했다고 칭찬이라도 해야 하지 않았을까? 그게 벌써 십 여 년 전의 일이었다.

세상은 상전벽해처럼 바뀌어 십 여년 전의 모습을 찾아보기가 쉽지 않은데 학교 안 비정규직들은 여전히 서러운 명절을 보내고 있다. 아무리 직업에 대한 귀천이 없고 소명의식으로 각자 맡은 자리에서 임하고 있다고 수 백 번 마음을 다잡아 보지만 같은 울타리 안에서 동떨어진 취급을 당할 때에는 고요한 호수에 돌멩이를 던져 평지풍파가 일어나듯이 속에서 솟구쳐 오르는 불길을 감당하지 못할 때가 한 두 번이 아니다.

한 기간제 교사는 9월1일자로 채용되어 명절을 앞두고 보름정도 근무했었다. 그는 명절 상여금으로 기본급의 60%를 받으니 기백만원의 돈이 입금되었다고 자랑하고 있다.

우리는 달랑 20만원. 금액의 많고 적음을 떠나 차이가 아닌 차별이 눈앞에서 펼쳐지니 명절이 얼른 지나갔으면 싶다. 내가 비정규직이면 자식이 비정규직이 되는 것을 넘어 이제는 조상까지도 비정규직이 되어버리는 것 같은 기분이다.

다 같이 즐거워해야 할 명절인데 더 비참하게 내가 비정규직이구나 하는 것을 느껴야만 하는 현실이 참 서글프다. 최소한의 인간적인 도리는 하고 살 수 있게 대우를 해 주었으면 한다.

필요한 자리이니 우리를 채용해서 쓰는 것이고, 채용하여 썼다면 조금씩 이라도 개선되어지는 것이 있어야 우리도 힘을 내어 마음을 다독이며 자신의 일에 더 매진할 수 있을텐데…

항상 도돌이표처럼 했던 말 또 해야하는 상황을 이제 그만 만들었으면 한다. 또한 비정규직은 물건이었다. 이번 노사정 대타협 문구에도 비정규직 채용이 아닌 “사용기한”이란다.“사용”과 “채용”의 사전적 의미는 이렇다.

사용: 어떤 목적이나 기능에 맞게 필요로 하거나 소용이 되는 곳에 쓰다채용: 사람을 뽑아서 씀쓰다가 기한이 다 하면 버리면 되는 물건 취급을 하는 “비정규직 사용기한”. 문구 하나에 그 말을 쓰는 사람들의 정신을 담는다 했는데 어찌 정부에서 만드는 문구에 이렇게 “비정규직 사용기한” 이라는 이런 말을 버젓이 쓸 수 있는지 참 기가 막힌다.

누가 정부에 말이라도 또는 문구를 만드는 자리에 있는 사람이 이 글을 본다면 하루빨리 바꾸었으면 한다. 비정규직 사용기한이 아닌 말만이라도 “비정규직 채용기한”으로 말이다. 가진 자와 못 가진 자, 금 수저를 물고 태어난 자와 그렇지 못한 자. 언제나 이렇게 둘로 나누이는 세상을 만들지 말고 다 같이 잘 사는 세상, 더 이상의 비정규직을 만들지 않는 세상이 우리 아이들에게만은 만들어졌으면 하는 바람 간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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