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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도숙칼럼]백남기와 이계심[54호/7면/오피니언/한도숙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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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5.12.20  04:01: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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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4호 PDF 파일 지면 7면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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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도숙 시인, 전 전국농민회총연맹 의장
한중FTA가 국회비준을 통과했다. 11월14일 민중총궐기대회에 참석했다가 경찰의 물대포로 농민 백남기가 사경을 헤메고 있는 상태에서 말이다.

농민들이 그날 요구한 것은 수입의무가 사라진 밥쌀용 쌀 수입을 하지 말라는 주장과, 한중FTA에 대책을 세운 후 비준하라는 것 이었음에도, 국회나 정부는 밀어붙이듯 비준처리에 방망이를 두드리고 만 것이다.

그리고 한 달이 지나간 지금도 정부와 경찰, 누구도 백남기 농민을 사경에 내버려둔 채, 사과나 유감 표명을 하지 않고 있다. 오히려 민중총궐기대회가 불법폭력집회였다는 것만 부각시키다가 그것도 시들한지 민주노총 한상균 위원장을 마녀사냥 하듯 공안탄압을 앞세우고 있다.

조선후기 이계심이란 자가 있었다. 이 사람은 곡산사람으로 아전이 농간을 부려 포군에게 바치는 군포 40자의 대금 200냥을 900냥으로 4배 이상 거두었다. 이로 인해 백성들의 원성이 자자했다. 이에 이계심이 우두머리가 되어 농민 천명을 모아 관에 들어와 호소했다.

그러나 관에서는 그들이 공손하지 못하다는 이유로 형벌을 내리고자 했다. 아전과 관노들이 각자 곤장을 들고 뜰에 모여 있던 백성들을 마구 치니 백성들이 모두 흩어졌는데 이계심도 탈출하여 도망가 숨어 사또가 감사에게 보고하고 오영(五營)에 명령을 내려 염탐해 붙잡게 했다.

다산이 곡산부사로 발령받고 하직인사 다닐 때 정승 김이소를 비롯 여러 관리들은 주동자 몇 놈을 죽이라고 권하고, 채제공은 더욱 기강을 바로잡지 않을 수 없다고 했다. 다산이 곡산 땅에 들어서니 이계심이 자수하여 왔다.
 
아전이 말하길 “이계심은 오영에 체포령이내려진 죄인으로 법에 따라 붉은 포승으로 결박하고 칼을 씌워 뒤 따르게 함이 마땅한 줄 아옵니다”라고 했으나 다산이 물리쳤다. - 다산평전 발췌 -

다산은 이계심 사건에 대해 아래와 같이 판결했다. 당연히 백성저항권을 인정하고 더 나아가 그것을 국가
의 안녕과 직결된 것으로 보고 적극적으로 행사할 것을 권유하고 있다.

“이 부패한 것은 백성이 폐단을 따지면서 항의하지 않기 때문이다. 한 고을에는 모름지기 너와 같은 사람이 있어야 한다. 너는 형벌이나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고 백성의 억울함을 드러내어 항의했으니, 너와 같은 사람은 천금(千金)을 들여서라도 관(官)이 사들여야 할 것이다. 오늘 너를 무죄로 석방한다.”집회나 시위는 백성들의 언로다.
 
그리고 백성의 권리다. 그래서 그것을 헌법은 보장하고 있다. 그들이 주장하는 바를 옳게 표현할 수 있도록 보장하고 보호하는 것이 경찰의 의무다. 다산과 이계심의 예 말고도 민주주의 개념이 없던 조선시대에 농민들의 시위와 집회는 여러 차례 있었다.
 
경상도 농민 기천명이광화문에 몰려와 토지와 조세의불합리를 주장하며 징과 꽹과리를 쳐댔다. 세종시대다. 물론 그들의 호소는 조정에 전달되어 해소되었다. 태평성대는 이렇게 만들어지고 유지된다. 17세기 민란의 시기를 살펴보면 위로는 군주와 아래로는 관리들이 백성들의 목소리를 하찮게 여기면서 시작 되었다.

결국은 500년 역사가 막을 내리는 계기가 되지 않았는가. 농민 백남기는 의로운 사람이다. 불의에 굴하지 않고 목소리를 높였다. 자신에게 불익이 닥치더라도 전체가 정의로운 길로 나서도록 앞장섰다. 다산의 이계심 평처럼 그는 ‘본성이 백성의 폐단을 말하기 좋아하는 사람’이었을 뿐이다.

대통령은 지금이라도 사경을 헤매는 농민의 손을 잡고 사과해야한다. 그것이 대통령이 역사책을 바꾸려는 진정한 의도라면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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