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4호 PDF 파일 지면 7면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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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로 저농약인증 농산물이 사라지면서 그 자리를 GAP 농산물이 차지할 것으로 보이는데, 벌써부터 우려스런 조짐들이 나타나고 있다. 특히 학교급식의 안전성에 대한 후퇴가 우려되고 있다.

GAP에 대한 우려는 기우가 아니다. 이미 지난 2014년 6•4 지방선거당시 서울시에서 크게 문제가 된 적이 있다. 논란의 불씨를 만든 이들은 평소 무상급식을 반대해 오던 정치인과 시민단체들이었다. 여기에 국립농산물품질관리원(농관원)이 거들고 나서면서 논란이 증폭됐다.

당시 논란을 일으켰던 키워드는 ‘농약급식’과 ‘농약은 과학’이라는 신조어였다. 당시 친환경무상급식을 반대하던 사람들은 일부 학교급식에서 뒤늦게 발견된 잔류농약 검사결과를 지적하며 친환경 농산물의 신뢰성과 함께 친환경 무상급식의 무용론을 주장했다.

여기에 강사로 초청된 농관원 직원이 “잔류농약 기준을 지켜 생산된 농산물은 평생 먹어도 안전하다. 농약은 과학이다”라며 일반 농산물의 안전성에 대해 설명한 것을 친환경 무상급식을 반대하던 사람들이 이슈화 시켰다. 이러한 논란으로 농약을 치지 않는 친환경 농산물은 신뢰성이 떨어지고, 오히려 일반 농산물은 과학적으로 잘 관리가 되고 있어 안심해도 좋다는 인식이 국민들 뇌리에 박혔다.

그 후 친환경 무상급식을 반대하던 후보는 선거에서 낙선했지만, GAP 농산물과 관련된 논란은 아직도 계속 되고 있다. 그 중심에 농림축산식품부가 있다. 정부가 GAP를 적극 권장하는 정책을 펴면서 친환경 농업의 급격한 쇠퇴가 우려되고 있다. 특히, 학교급식에 GAP 농산물 사용을 권장하면서 친환경 농산물의 유일한 시장인 학교급식에서 친환경 농산물이 사라질 위기에 직면한 것이다.

이러한 조짐은 전국적으로 나타나고 있다. 전국의 지자체들이 GAP 농산물을 우수농산물이라면서 친환경농산물과 함께 학교급식에 사용하고 지원할 수 있도록 강요하고 있다. 이러한 정부 방침에 대해 친환경 농민들이 극렬하게 반대하고 있다.

토양 관리를 위해 제초제를 사용하지 않으면서 풀과의 전쟁을 치러온 농민들과 모기장 등으로 해충을 차단하고 새벽 일찍 일어나 손으로 벌레를 잡아 온 농민들은 허탈함과 배신감에 분노하고 있다. 어렵게 지켜 온 친환경농업이 하루 아침에 무너질 위기에 처해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경험은 이미 학교급식 과정에서 겪어 온 바 있다. 유기농산물과 무농약 농산물과의 관계가 바로 그것이다. 무농약 인증과 유기농 인증이 제초제와 농약을 사용하지 않는 것은 공통적이지만, 무농약이 화학비료를 적당히 사용할 수 있는 것에 비해 유기농은 화학비료를 일체사용할 수 없을 뿐만 아니라 땅을 살리기 위해 작물을 번갈아 재배하는 윤작을 필수적으로 해야 한다.

이러한 비교를 통해 보면 유기농업이 제대로 된 친환경 농업이고 무농약은 유기농업으로 가는 과도기적인 인증이라고 할 수 있다. 따라서 유기농으로 생산된 농산물과 무농약으로 생산된 농산물 중 어느 것이 때깔이 좋고 쭉쭉빵빵 할까.

학교급식으로 친환경농업이 일정하게 유지되고 있음에도 유기농산물이 학교급식에 대량으로 공급되지 않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유기농으로 키운 못생긴 농산물이 오히려 학교로부터 클레임 대상이 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니 누가 유기농을 하려고 하겠는가.

이런 마당에 제초제는 물론 농약과 화학비료 등을 모두 사용할 수 있는 GAP 농산물을 학교급식에 공급해도 지원금을 준다면 유기농은 말할 것도 없고 무농약 인증 또한 와르르 무너질 것이 뻔하다. 기존에 하던 농업 방식에 시설만 보완하면 GAP를 받을 수가 있는데, 학교급식에 친환경 농산물과 함께 지원이 된다면 무농약 농사를 하는 사람들은 그 순간부터 바보로 전락할 것이다.

갈수록 건강과 웰빙이 삶의 중요한 잣대가 되고 있는 시점에서 그동안 가꾸어 온 친환경농업을 GAP로 무너뜨린다면, 그것을 정부가 앞장서서 하고 있다면 그런 농업정책이 국민들로부터 신뢰를 받을 수 있을까. 정부는 더 이상 국민들을 기만하지 말고 GAP에 대한 객관적인 교육을 전 국민적으로 실시해야 한다.  

농민들도 국민 의식에 맞게 농사 방법을 업그레이드 해야 할 것이다. 국민들은 손가락만 보지 말고 달을 보려고 노력해야 한다. GAP 문제는 농민의 문제가 아닌 바로 당신들의 삶의 문제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