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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은진칼럼]사람은 수입쌀, 가축은 국산쌀[55호/2면/공공급식/김은진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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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6.01.04  16:57: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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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5호 PDF 파일 지면 2면 참조

===>>지면보기

   
김은진 원광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한해를 보내고 새해를 맞이해야 하는 이 시점에 아직도 백남기 어르신은 50여일째 병원에 계신다. 원했던 건 밥쌀수입과 쌀값하락에 대한 답이었건만 그 답 대신 돌아온 물대포때문이다.

그렇게 병원에 계신 지 40일 만에 돌아온 정부의 답은 올해 내로 3만톤의 밥쌀을 추가수입한다는 공고였다. 그리고 또 일주일 만에 정부는 ‘중장기 쌀 수급안정대책’을 떡하니 내놓았다. 그들이 내놓은 ‘대책’이라 불리는 황당한 보도자료를 조금 인용해 보겠다.
 
사실 지면만 허락한다면 이 보도자료를 국민들 모두에게 한줄한줄 다 보여주고 싶다. “쌀 공급과잉은 구조적인 영향이 크다. 지난 10년간 연평균 28만톤의 쌀 초과공급이 발생하였고, 현 추세가 지속될 경우 향후 10년에도 연평균 24만톤의 쌀 초과공급이 발생할 전망이다.

초과공급의 구조적인 원인은 기계화, 수리시설 확충, 품종 개발 등에 따른 생산성 향상, 식습관 변화 등에 따른소비 감소 등이다.” “대책은 쌀 적정생산, 쌀 수요 확대, 재고관리 3가지이다.” “3년 동안 쌀 생산면적을 799,000ha에서 711,000ha로 줄이고 거기다 다른 작물을 심게 한다.” “쌀 생산농가에 지급되는 변동직불금이 쌀 생산 확대를 유발하므로 쌀 직불제 개선방안을 마련한다.” “사료용 쌀, 쌀 이용 술 산업 등 가공산업을 육성하고 이것의 수출을 늘려 쌀 소비를 늘린다.” “신곡은 군수용, 학교급식용, 복지용 등으로 공급하고, 2년차 이상은 가공용 위주로 공급하며, 4년차 이상의 쌀은 주정용, 사료용으로 사용한다.” “수입쌀에 대한 국내 수요를 정기적으로 조사하고 수확기 등 시기별로 판매물량을 달리하여, 수입쌀이 국내 쌀시장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하기위해 연초에 사전공지한다.” “이번 대책을 통해 쌀 수급안정 달성 시 쌀 농가의 소득이 안정되고 약 3,000억원의 예산이 절감되는 효과가 기대된다.” 이걸 좀 간단히 정리하자면 이렇다.

쌀 수입을 줄일 생각은 없으니 계속 매년 40만 톤 이상 수입할 것이다. 대신 국산쌀 생산은 면적을 10%이상 줄이고 그래도 매년 24만톤의 쌀이 남아돌 것이기 때문에 이건 모았다가 사료용으로 쓴다. 돈(쌀 직불금)을 주니까 자꾸 쌀 생산이 늘어나니 돈 주는 것은 줄인다.
 
이렇게 하면 정부는 직불금 줄여서 생기는 예산절감 말고도 최소한 관리비용에서 3천억원 예산을 절감한다. 아무리 계산해도 24만 톤이 남는데 40만 톤 이상을 수입한다는 것은 산수계산으로도 말이 안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부는 WTO 때문에 안된다고 한사코 주장하니 백보 양보하고 대책을 보자.
 
생산을 줄이고 그 논에 다른걸 심으란다. 문득 지난 2002년 포도와 핸드폰을 맞바꾼 한칠레FTA때가 생각난다. 포도농가만 망하는 것이 아니라 포도대신 다른 과일생산이 늘어나 연쇄적으로 망할 것이라는 농민들의 우려가 현실이 되었던 그때 말이다. 이건 쌀 생산량을 줄여서 쌀문제를 해결하는 것처럼 보일지 모르지만 대신 다른 작물에서 문제가 터질 것이다.

이런 걸 보고 우리는 조삼모사라고 한다. 정부가 국민을, 농민을 원숭이정도의 수준으로 생각한 게 아니라면 이런 것은 대책이라고 불러서는 안되는 것이다. 그런데 여기서 끝이 아니다. 쌀 직불금 받을 욕심에 농민들이 벼농사를 짓는다는 이 괴상한 분석은 또 뭐란 말인가.
 
더구나 밥쌀은 수입해서 먹고 그래서 남은 국산쌀은 묵혔다가 사료용으로 쓰겠다는 이 해괴한 대책은 또 어쩔것인가. 하지만 가장 압권은 마지막 이 대책의 기대효과가 정부예산 3천억원 절감이라는 것이다. 이것이야 말로 ‘헐’소리가 절로 나오는 것이다. 쌀대책을 내놓으라고 했지 누가 정부예산 절감대책을 내놓으라고 했는가 말이다.
 
이런 걸 ‘대책’이라고 내놓기 위해 정부출연기관에다가 예산을 낭비한 돈이 아깝다. 대책을 낼 때는 그 원인에 대한 분석이 정확해야 한다. 애초에 원인은 과잉생산이 아니라 1984년 1인당 밥쌀 소비가 130kg이었던 것이 30년 만에 절반인 65kg으로 줄어든 것이다.
 
그런데도 그 문제를 근본적으로 고민하려는 노력은 어디에도 찾아볼 수 없다. 마치 국민들은 원래 밥을 안 먹는 것이 당연하다는 듯이 말이다. 불과 50년 전 우리의 소원이 흰쌀밥이었는데 어쩌다 이지경이 되었을까.

수 천 년 우리의 주식이 밥이었기 때문에, 밥을 먹는다는 것이 얼마나 소중한 것인지를 뼈저리게 알기 때문에, 땅을 놀리면 굶주릴 것이라는 것을 알기 때문에 벼농사를 포기하지 않으려는 농민들의 마음을 알기는 하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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