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5호 PDF 파일 지면 6면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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逢草 이권수

부족한 땅 그리고 열악한 환경! 거기에 흉년이라도 들던 해엔 그야말로 길고 긴 보릿고개가 그저 한스러울 뿐이던 시절이 있었다. 맨 살이 아리도록 섬사람들의 고달팠던 옛 삶이 느껴지는 그 이름 ‘멩이’다! 그래서일까? 울릉도에는 ‘대(大)멩이 콩가루무침’ 이란 요리가 있었다 울릉도 사람들이 끼니를 잇지 못하고 굶주릴 때 그들의 절박한 삶을 이어가게 했었던 역사적인 소중한 먹거리였다.

또 단군 설화에 따르면 곰을 사람으로 변하게 했던 그 신비한 식물이 곧 마늘이란다. 그런데 당시에 말하고 있는 그 마늘이 현재 우리가 먹는 이 마늘일까? 그러나 우리가 지금 식용하고 있는 이 마늘은 당시엔 없었다.
 
물론 재배도 야생도 있을 수 없는일일 것이다. 당연한 것이 쪽 마늘은 훨씬 훗날에 들여와서 식용하게 된식물이기 때문이다. 그랬다! 그 마늘은 그곳에 야생하고 있던 바로 이 ‘산마늘’일 것이다.

산 마늘은 자양강장식품이다. 예부터 체력과 정력을 얻기 위해 비밀스럽게 먹어왔던 식물이다. 인경, 꽃, 잎을 모두식용하고 미네랄과 비타민이 풍부하며 영양가가 높은 식품으로 생채로는 육류 쌈과 샐러드로 먹을 수 있고 데쳐서 초무침 하면 맛 또한 일품인데 데치면 메운 맛이 없어지고 단맛이 나게 된다.

호족과 경합하던 웅족의 부족장은 자신의 딸이 환웅의 아이를 낳아 대를 잇기를 원했고 환웅을 향해 산 마늘을 진상하고 그의 정력에 더욱더 힘을 돋구려는 비밀스런 행보를 했을 것이다. 그러나 알고 있듯이 단순히 환웅만의 능력으로만 후사가 생기는 것 또한 아님도 분명한 일이기에 그 다음으로 다시 진행되어야 할일이 바로 그 쑥(쑥갓)이라는 존재에 대한 얘기다.
 
구절초! 구절초는 또 다른 이름이 있다. 선모초(仙母草)라 이름한다. 직역한다면 ‘신령스러운 어머니의 풀’ 인데 원래 구절초는 먼 과거로부터 민방에서 우리네 여성들에게는 없어서 안될 아주 소중한 약재로 활용해온 자연자원의 하나이다. 다양한 부인병에 특효로 애용된 그야말로 ‘잉태(孕胎)의 풀’이었다. 이쯤 정도만 얘기해도 독자님들은 대략 감이 오실 줄로 안다.

과연 어느 부족이 그런 훌륭한 의학적 비밀을 알고 있었을지 금방 짐작이 갈 것이다. 그런데 신기한 일이다! 이 산 마늘의 학명이 [A, victorialis]다. 곧 ‘승리’라는 뜻을 품었다. 진정묘하지 않은가?

산 마늘은 울릉도에서는 살신성인(殺身成仁)의 존재다. 과거에는 섬사람들의 명을 이어주며 그 배고픔의 눈물을 닦아주던 존재였고, 요즘엔 그 산 마늘이 명이나물로 산마늘 절임으로 고기집에 나온다. 그런데 울릉도산 산나물과 내륙산에는 맛과 효능에 차이가 있는데 구분되지 못하고 심지어 국적불명에 절임까지 판을 치고 있어 안타깝다.